배우 송하윤이 ‘내 남편과 결혼해줘’ 작품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는 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이하 ‘내남결’) 배우 송하윤의 종영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날 송하윤은 종영 소감에 대해 “‘너무 다행이다’는 기분이다. 현장 분위기도 너무 좋았고, 배우, 스태프끼리도 사이가 너무 좋았다. 문제 없이 잘 끝내고 와서 다행이다 싶었다. 나쁜 말들이 난무하는 현장이었는데, 건강하게 잘 마칠 수 있어서 다행이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남편과 절친의 배신으로 비극을 맞았던 강지원(박민영 분)이 10년 전으로 회귀해 운명을 바로잡을 기회를 얻게 된 스토리로, 국내외 큰 사랑을 받았다. 지난 1월 1일, 5.2%로 시작한 시청률은 지난달 30일 방송된 10회는 전국 가구 기준 평균 10.7% 시청률을 기록하며 10%의 벽을 깼고, 11회에서 최고 시청률 11.8%를 기록했다. 심지어는 플릭스패트롤(Flixpatrol) 통계에 따르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세계 시청자에게 공개된 '내 남편과 결혼해 줘'가 1월에 공개된 OTT 드라마 차트에서 IMDB 평점 1위, 스트리밍 2위를 차지, 아마존에서 가장 많이 본 K드라마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같은 ‘내남결’의 흥행에 “다같이 너무 기뻐했다”라면서 “시청자 반응을 찾아보지는 않았는데, 자고 일어나면 지인들의 연락이 꽉꽉 채워져 있었다. ‘드라마를 많이 보시는 구나’, 싶었다”라며 “어떻게 보면 수민이의 인생이 이슈가 되지 않았나. 이건 수민이거다. 송하윤의 것은 아니다 싶다”라며 겸손함을 보였다. 이어 “주변에서 기뻐해주시는데, 그게 너무 감사하다. 제 지인이 아니더라도 댓글을 보면 ‘얘 잘되서 좋아’라고 하더라. 남의 좋은일을 기뻐해주는게 말이 쉽지, 진심으로는 어렵지 않나. 정말 감사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감사함을 전했다.
현실에서 느낀 인기 체감 에피소드는 없을까. 송하윤은 “이상하게 ‘금사월’할 때도 그렇고, ‘쌈, 마이웨이’에서 설희를 할 때도 그렇고, 만나면 시민분들이 자꾸 더 잘해주신다. 금사월 때는 어떤 할머님께서 외주서 귤도 주고 사탕도 줬다. 설희를 할 때는 지나가다가 갑자기 ‘화이팅’을 외쳐주시더라. 이번에 수민이 하면서도 잘 보고 있어요, 연기 잘해요, 등의 이야기는 해주셨는데, 욕을 하시는 경우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다만 “에피소드가 있긴 하다. ‘내남결’의 지원이처럼 어렸을 때부터 친하게 지냈던, 제일 친한 친구가 있다. 드라마가 끝나고 같이 밥을 먹으려고 집에서 만났는데, ‘나 지금 너무 행복해’라며 반겨줬더니 친구가 정색하며 ‘진심이야?’라고 묻더라. 당황해서 ‘왜 그래? 나 정말 진심이야’라고 했더니, ‘진짜야? 약간 이상했어 금방’이라더라. 보면서 내가 아니라 사람들이 후유증이 생겼구나 싶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극 중 압도적 악역 '정수민' 역을 맡아 분한 송하윤은 작품 참여 비하인드에 대해 “개인적으로 배우로서, 얼태기, 권태기, 연기태기가 왔던 시기였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다른 도전을 해보고 싶은데, 저는 선택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었으니, 계속 제자리 걸음 하는 느낌이라 생각이 많았던 시기였다. 악역이 너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나던 찰나, 갑자기 대본을 받은 거다. 이건 놓치면 안 되겠다 싶었다. 여자 연기자 이런 캐릭터를 만나기 쉽지 않다. 다양한 감정을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난 게 천운이자 행운이라 생각했다. 아무도 없는 수민이를 송하윤이 지켜야겠다, 내가 살아줘야겠다 싶었다. 이게 어떤 인생이든 열심히 살아주겠다는 마음으로 감독님과 작가님을 뵀다”라고 떠올렸다.
정수민은 아버지 정만식(문정대 분)과 강지원(박민영 분)의 어머니 배희숙(이정은 분) 사이 불륜으로 인해 어린 시절부터 친구라는 이름 뒤 뒤틀린 욕망을 품게 된 인물로, 극 중 불륜, 가스라이팅, 살인 등 각종 악행을 저지르며 '역대급 악녀'에 등극했다. 이같이 복잡한 감정을 소화해 내야 했던 송하윤의 고충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수민이 캐릭터 이이야기하다 그때의 상황들과 연기했던 감정이 아직은 있는 거 같다"라고 운을 떼며 "처음에는 원작을 보지 않았다. 그러다가 작품에 몰입도 안 되고 이해도 안 되어서 원작을 보게 됐다. 웹툰에서는 수민이가 좀 단순하게 표현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 사람의 어떤 것이든지, 한 인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뭐가 많지 않나. 삶, 아픔, 기쁨 등. 이런 것들을 입체적으로 표현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수민이의 웹툰에서 단순히 표현된 성격, 말투는 그대로 가져가되, 심리적인 부분들은 입체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했던 거 같다.
디테일한 설정도 많았다. 송하윤은 "저는 총 세 단락으로 나누어 수민이를 연기했다. 극초반에는 그 나이에 맞지 않는 컬러감, 옷, 헤어스타일을 많이 했다. 철딱서니 없고, 가벼워 보이는 느낌을 표현했다. 그러다 극 중반, 수돗가에서 지원이에게 '네가 싫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당시 수민이는 지원이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고 생각했을 거다. 그때쯤의 수민이는 하늘색, 네이비, 누드톤이었다. 그다음에 임신 발표를 했을 때, 그게 다음 수민이의 톤이었다. 그때부터는 거의 블랙 계열이었고, 메이크업은 지웠다. 개인적으로 화장으로 눈을 가리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 메이크업이 연기를 가릴 때가 있어서다. 손톱을 물어뜯는 심리를 눈빛이나 느낌, 인물에서 풍기는 안 좋은 기운을 보여주고 싶었다. 캐릭터들이 세지고 표현들이 세지니까, 메이크업까지 가면 너무 현실적이지 않을 거 같아서 더 지웠다. 그냥 이상한 애들이 가진 느낌 있지 않나. 본능적으로 거리를 두는, 일명 '쎄한' 느낌을 살려봤다"라고 전했다.
역대급 악행을 저지른 '정수민'을 바라본 송하윤의 시각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지금까지 했던 캐릭터들은 어떤 정의가 내려졌었다. 정의가 내려지지 않는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너무 많은, 복합적인, 다양한 감정을 느꼈기 때문이다. 아직 그게 마음에 걸린다. 항상 전에 했던 캐릭터들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났는데, 교도소에 간 것으로 끝난 게 조금 마음에 쓰인다. 이 친구가 잘못해서 교도소에 가지 않았나. 잘못을 뉘우치라고 간 것인데, 그런데 이 친구가 여기서 뉘우칠 수 있을까? 싶다"라고 바라보았다.
그러나 '수민이가 불쌍한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아니다. 전혀 불쌍하지 않다. 환경이 나빠도, 잘 살 수 있다. 처벌도 더 받았어야 했다. 끝나고 나서 생각했을 때는 수민이는 자신의 자유를 끝까지 선택하지 못한 거 같다. 선택하는 방법도 몰랐던 거 같다. 결국 지원이도 자신의 자유를 선택하고 살아가고, 모든 캐릭터가 그렇지 않나. 하지만 수민이는 혼자서만 선택을 끝까지 하지 못했다"라며 "아마 지원이는 수민이의 입장에서 '빌런'이었을 거다. 좋아하고 사랑하지만,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자 점점 소유욕이 커진 것 같다. 다만 수민이는 자신이 싫으면 싫은 거고, 좋으면 좋은, 단순한 감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바라보았다.
또한 "정말 모든 악행이 다 '아니다' 싶었다. 말도 안 된다. 저는 개인적으로 질투, 이런 걸 못 느끼는 성향이다. 내가 얘를 질투해봤자 나만 스트레스지 않나. 누굴 미워해도 상대방은 망가지지 않는다. 송하윤은 이렇게 생각하는데, 수민이는 왜 뺏고 싶어 하고, 질투하고, 견디질 못할까. 하는 부분이 알 수 없다고 생각했다"라며 "그래서 초반에는 수민이에게 몰입되지 않아서 외워서 장면을 촬영하곤 했다. 지나고 나니 슬슬 자연스러워졌다. 처음에는 정말 수민이가 이해가 안 됐는데, 어느 순간부터 지원이가 이해가 안 됐다. 현장에서도 많이 알려주시기도 했다. ‘이제 수민이가 된 것 같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라고 웃었다.
'악역 연기'에 대한 후유증도 있었다. 송하윤은 "신기한 게 , 원래는 제가 엄청나게 공감을 잘하는 스타일이다. 작년에는 이성적으로 저를 완벽하게 괴롭혔다. 송하윤을 다 없애고 연기했다. 그래서 그런지, 슬픈 걸 봐도 안 슬프고, 로맨스를 봐도 두근거리지도 않더라. 살면서 처음 경험해 보는 감정이었다. 드라마가 끝나고도 계속 그랬다. 수민이는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를 모르는 캐릭터라고 생각해서인 것 같다. 그렇게 1년을 지냈고, 드라마를 끝나고 나니 이제 슬픈 걸 보니 눈물이 나더라. 물론 아직도 후유증은 진행 중이다. 어쨌든 1년을 품었고, 제가 지켰던 아이라 한 번에 끌어낼 수는 없다. 다만 잘 꼭꼭 눌러 담아서 다음 캐릭터에 도움이 되게끔 가지고 있고 싶다"라고 말했다.
후유증을 남긴 악녀 변신이었지만, 성취감도 있었다. 송하윤은 "수민이를 연기하고 나니, 제가 가졌던 권태의 느낌이, '내려놓고 싶던 마음'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이번이 많은걸 내려놓게 되었다. 뭔가를 신경 쓰지 않고 연기를 하고 싶었던 마음이었던 거 같다. 여러 가지 감정도 표현할 수 있었다. 나도 나를 모르는 상태로 무아지경으로 연기할 수 있었다. 제가 느끼던 권태가 연기가 아니라, 내 마음가짐이었구나, 하는 걸 수민이 통해 알게 된 거 같다. 그래서 다음 작품도 더 즐겁게 건강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미소 지었다. 이어 "공백기가 있기도 했는데, 그게 다 하늘의 뜻이었던 거 같다. 그때가 어찌 보면 권태기의 시초였다. 그때는 제가 스스로 만들어 놓은 숙제를 발견했어야 했고, 만들고, 해결해야 했다. 그래서 수민이를 할 때 너무 즐겁고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악역으로 깊은 인상이 남길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라는 질문에 "괜찮다. 또 다음 작품으로 지워드릴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내며 "저에게 있어 '정수민'은 송하윤의 38살로 남을 것 같다. 그냥 계속 저 대로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한다. '내남결'도 마찬가지다. 캐릭터를 만나 극 중에서 열심히 살아준 것이 다인데, 그 모습을 재밌게 봐주셨다는 게 좋은 자극이 되었다. 수민이 덕분에 예전의 저의 작품이 불러와져서 좋은 거 같다"라고 전했다.
끝으로 "저는 그렇게 38살을 보내고, 또 39살을 잘 준비하고 있다. 연기자의 직업에는 숫자가 크게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좋은 건강한 생각을 하면서 지내야 좋은 연기가 나오는 거라고 생각한다"라며 "제가 부귀영화 누리려고 연기한 거는 아니다. 그저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너무 좋다. 촬영장에서의 액션, 컷이 저에게는 너무 좋다. 액션하면 다른 세상이 열리고, 컷하면 저의 세상으로 돌아오고. 이걸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연기가 너무 좋다. 그게 다다"라며 연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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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킹콩 by 스타쉽'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