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오컬트 장인’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장재현 감독(43)이 새 영화 ‘파묘’로 돌아왔다. ‘사바하’ 이후 5년 만이다.
‘검은 사제들’(2015)에서 악마가 깃든 고등학생 소녀를 위해 구마예식하는 신부들의 이야기를, ‘사바하’(2019)에서 신흥종교의 비리를 쫓는 목사의 이야기를 담았다면 이번에는 잘못 쓴 조상 묫자리로 인해 한 가족에게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과정을 그로테스크하게 풀어냈다.
‘파묘’(각본감독 장재현, 제공배급 쇼박스, 제작 ㈜쇼박스·㈜파인타운 프로덕션, 공동제작 ㈜엠씨엠씨)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로 오늘(22일) 개봉했다.
장재현 감독은 22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항상 영화를 내놓을 때마다 똑같다. 겁이 나고 떨린다. 설레기도 한다. 개봉을 앞두면 매번 느끼는 감정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장 감독은 자료 조사를 완성한 상태에서 시나리오 쓰기를 시작하는 게 아니라, 각본을 쓰면서도 계속 조사를 이어간다고 한다. 이번에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풍수사와 장의사들을 만났고, ‘사바하’를 촬영할 때부터 인연을 맺었던 무속인을 통해 영화에 쓸 재료를 얻었다.
이날 장재현 감독은 “15~16번 정도 이장하는 현장에 따라다녔다. 보통 포크레인으로 작업하는데 어떤 곳은 지대가 좋지 않아서 차가 못 들어간다”며 “만났던 상주들 가운데 기억에 남는 건 ‘가족 중 3명이 뇌졸중이 왔다’고 하시더라. 그날 비를 맞으면서 이장을 했는데 정말 말도 안 되는 광경을 목격했다. 배수 공사를 잘못해서 물의 방향이 바뀌어버렸더라. 장의사님이 토치로 급하게 화장을 했다. 그날 ‘파묘라는 건 결국 과거의 잘못된 무언가를 꺼내서 빨리 정상화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정서를 담아 영화의 핵심축을 세웠다”고 기획의도를 전했다.
“저는 각본을 쓸 때 주제를 먼저 생각하지 않는다. 재미있는 장르영화를 만들려고 하지 일부러 무섭게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파묘’는 공포영화가 아니다. 공포였다면 이렇게 표현하지 않았을 거다. 재미있는 이야기와 장면을 만들다보면 그 안에 주제가 보이기 시작한다. 저는 그 과정이 재밌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다. 이야기를 만들며 자료조사를 하고 점차 빌드업한다.”
‘파묘’라는 영화를 통해 장재현 감독이 전달하고 싶었던 것은 극장용 영화의 쾌감이다.
“이 소재를 (2019년 전부터) 갖고 있었는데 ‘사바하’를 마치고 나서 어떻게 풀어나갈까 고민하던 중에 코로나가 터졌다. 그 시기에 유럽 아트영화들이 많이 나왔다. 저는 이전에도 그런 장르의 영화를 즐겨보곤 했는데 당시 마스크를 쓰고 극장에 가서 QR코드를 찍고 보는 게 굉장히 답답했다. 그땐 지금처럼 좋아질 거라는 예상도 못해서 ‘앞으로 극장 영화를 어떻게 만들어야하나?’ 고민을 했다. 그래서 ‘극장에서 볼 수 있는 박력있는 영화를 만들자’는 어떤 사명감이 생겼다. 그 시기에 ‘파묘’의 콘셉트가 확고해진 듯하다. 음흉한 공포영화로 갈수도 있었는데 어떻게 보면 정반대로 풀었다. 보통의 공포영화는 피해자들의 서사로 흘러간다. 하지만 제 영화는 전문가들이 주인공이다. 그들이 다크한 세상으로 들어가 직접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최민식이 맡은 풍수사 상덕, 유해진이 연기한 장의사 영근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감독은 상조회사를 찾아갔다. “그곳에서 옛날에 일하셨던 장의사 몇 분을 소개받았다. 그분들을 직접 만나 얘기 나눴고 국내 유명한 풍수사도 만났다”며 “제가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무속인도 다시 만났다.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유명한 무당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실제 무속인들은 10대부터 7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그 중 전성기 무당은 30대다. 예약하면 1년이 넘게 걸린다”며 “봉길 캐릭터는 고등학교 때까지 야구선수를 하다가 신내림을 받아서 무속인이 된 분에게 영감을 받아 창조했다. 그 무속인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온몸에 문신을 하셨다. 그를 모델로 삼았다”고 말했다.
“‘파묘’를 현실 판타지”라고 규정한 장재현 감독은 “판타지이지만 CG에 한번 의존하게 되면 전부 그렇게 가게 된다. 저는 블루스크린에서 찍은 감독님들이 진짜 천재인 거 같다. 제 시각에서는 도저히 분위기가 안 잡히고 느낌이 안 나는데 어떻게 촬영하겠나. 그래서 최대한 CG를 지양한다. 감독은 배우들이 연기를 잘할 수 있도록, 그들이 최대치를 뽑을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하는 직업이다. 최대한 편안하게 해줘서 그날의 연기를 제일 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게 감독의 우선순위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감독의 역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파묘’는 베테랑 풍수사와 장의사, 무당들이 의뢰받은 사건을 파면 팔수록 걷잡을 수 없이 문제가 커져가고, 그럴수록 긴장과 스릴의 쾌감도 증폭된다.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에 이어 장 감독만의 장기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그는 차기작도 오컬트물로 갈 계획이냐는 물음에 “제가 영화를 자주 만드는 편은 아닌데 여러 장르를 만들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재미있는 캐릭터들이 어둡고 기괴한 세계로 들어가는 게 재미있다. 그래서 앞으로도 이런 장르의 작품을 꾸준히 만들려고 한다”며 "제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든 생각은 기업은 수치에 따른 성과를 말하는데, 종교 집단에서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인간이 점점 톱니바퀴처럼, 기계처럼 살고 있는 거 같아 안타깝다. 저는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에 우리가 점점 잃어가고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저는 사람이 소중하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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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주)쇼박스, 영화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