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유명한 감독 뽑으면 안 돼" 이정효 감독의 일침..."클린스만 얼마나 엉망이었으면"[오!쎈 인터뷰]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4.02.27 07: 01

"이름 가지고 축구하는 게 아니다. 그럴 때는 지났다."
이정효 광주FC 감독이 휘청휘청하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향해 묵직한 한마디를 던졌다.
26일 오전 서울 소공동 더 플라자 호텔에서 하나은행 K리그 2024 개막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K리그1 우승을 놓고 다툴 12팀의 감독과 선수들이 자리를 빛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과 임원진이 회의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2024.02.16 / dreamer@osen.co.kr

지난 시즌 광주의 돌풍을 이끈 이정효 감독도 참석했다. 광주는 그의 지도하에 승격하자마자 리그 3위를 차지하며 모두를 놀라게 했고, 구단 역사상 첫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까지 일궈냈다. 이정효 감독이 강조한 유기적인 플레이와 축구 철학이 제대로 통했다.
이제 이정효 감독은 K리그1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한다. 일각에서는 올해야말로 진정한 시험대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ACL까지 병행하면서 또 다시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으리란 전망이다.
하지만 이정효 감독에게 두려움이란 없다. 그는 "어차피 나처럼 경력 없고 이름 없는 감독에게는 항상 시험대다. 그런데 다른 K리그 감독님들 역시 시험대 아닌가. 똑같다고 생각한다"라며 "감독님들이 어떻게 나오시는지 내가 시험하면 된다. 반대로 내가 한번 시험대를 만들어 보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정효 감독은 경기장 밖에서도 많은 화제를 모았다. 그는 언제나 하고 싶은 말을 아끼지 않으며 화끈한 언변을 자랑했다. 때로는 스스로 너무 지나쳤다며 사과할 정도였다.
이날 이정효 감독은 대한축구협회(KFA)의 대표팀 감독 선임에 대해서도 직설적인 이야기를 내놨다. KFA는 지난 16일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했다. 2023 아시안컵에서 보여준 졸전과 4강 탈락, 꾸준히 제기된 외유 논란에 이어 선수단 갈등까지 밝혀지면서 선임 1년도 되지 않아 결별을 택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문제는 차기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 정해성 신임 전력강화위원장은 1차 회의를 마친 뒤 국내파 감독을 빠르게 정식 감독하는 방안에 무게를 뒀다.
심지어 홍명보 울산 HD 감독, 김기동 FC서울 감독, 김학범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 등 K리그 현직 감독들이 유력 후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제대로 된 프로세스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상황. 당연히 K리그 팬들은 트럭 시위와 성명문 등을 통해 분노를 표출했다.
일단 정 위원장은 쏟아지는 비판 여론을 의식했는지 2차 회의에서 '3월 A매치 임시 감독 체제'로 방향을 틀었지만, 팬들의 우려는 여전하다. 여기에 해외 언론을 통해 KFA가 이름값만 높은 파비오 칸나바로 감독을 노린다는 소식까지 전해지기도 했다.
그러던 와중 광주FC 구단주인 강기정 광주 시장이 대표팀 감독으로 이정효 감독을 추천했다. 그는 "개막전 이전에 양해를 구해 이정효 감독을 국가대표 감독으로 보내면 좋겠다"라며 "이 감독은 클린스만을 능가하는 전술 능력을 갖고 있고, 무명 선수를 데리고도 공격 축구, 재미있는 축구를 했다"라고 주장했다.
자기 팀 감독을 데려가라고 요구하는 이례적인 상황. 이정효 감독은 이에 대해 "어떻게 보면 시장님도 리더다. 대표팀 리더가 얼마나 엉망진창이었으면 그런 말을 하셨겠나? 반대로 생각해서 얼마나 믿지 못하면,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으면 그랬겠는가"라며 "그만큼 내가 능력 있다는 칭찬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아끼는 마음에서 하신 이야기는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정효 감독은 흔들리는 대표팀을 향한 작심 발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할 말은 많다. 그런데 간단하다. 각 팀마다 각 감독마다 생각하는 축구가 있다. 한국 대표팀이 생각하는 축구는 뭔지 철학이 뭔지 궁금하다. 도대체 무슨 축구를 할 건지. 그에 맞는 감독을 데려와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끝으로 이정효 감독은 "어떤 축구를 하는지, 어떤 시스템과 철학을 갖고 있는지 생각하지 않고 그냥 유명한 감독을 뽑아놓은 뒤 '어떻게 해줘'라는 건 아니라고 본다. 대표팀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철학에 맞는 감독, 능력 있는 사람을 데려오는 게 맞다. 이름 가지고 축구하는 게 아니다. 그럴 때는 지났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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