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km, 직구의 재발견’ 50억 FA 투수, 32세에 스피드 회춘…‘50% 옵션’ 획득 청신호일까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24.03.01 07: 40

 LG 트윈스 임찬규가 직구 구속의 재발견에 기뻐했다. FA 계약 첫 해 50%에 가까운 옵션 획득에 청신호가 될까. 
임찬규는 29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인디언 스쿨 파크에서 열린 청백전에서 위력전인 투구를 선보였다. 청팀 선발 투수로 등판한 임찬규는 주전 선수들이 출장한 백팀 라인업을 상대했고, 2이닝 4탈삼진 퍼펙트 피칭을 기록했다. 스프링캠프 첫 실전 투구를 만족스럽게 마쳤다. 
임찬규는 1회 KKK로 끝냈다. 톱타자 박해민을 볼카운트 0B-2S에서 4구째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홍창기 상대로도 볼카운트 0B-2S에서 4구째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김현수를 3구삼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1회 투구 수 11개가 모두 스트라이크였다.

2회 선두타자 오스틴도 볼카운트 1B-2S에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4타자 연속 탈삼진 행진. 1사 후 오지환을 초구에 좌익수 뜬공으로 아웃을 잡고, 박동원을 볼카운트 0B-2S에서 3구째 유격수 땅볼로 이닝을 끝냈다. 
퍼펙트 결과 보다 투구 스피드가 더 고무적이었다. 이날 임찬규의 직구 최고 구속은 145km, 평균 143km를 기록했다. 투구 수가 많지 않았지만 유의미하다.
임찬규는 경기 후 "일단 결과는 좋게 나왔지만 지금 결과보다 안 아프고 몸을 잘 만들었다는 거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신인 때 빼고 14년 만에 캠프에서 (구속이) 145km가 나왔다. 좋은 에너지를 갖고 한국에 돌아가 준비 잘해서 올해도 우승하는데 주춧돌 역할을 할 수 있게 준비 잘하겠다”고 말했다. 
임찬규는 구속이 빠른 투수가 아니다. 변화구 체인지업, 커브로 타자와 '가위바위보', 수싸움을 잘 하는 투수다. 임찬규는 지난해 직구 평균 구속이 141.4km였다. 2022년에도 평균 141.2km였다. 임찬규는 스프링캠프에서 145km를 던진 것은 2011년 신인 이후 14년 만이라고 했다. 일회성에 그칠지는 앞으로 지켜봐야겠지만, 생각보다 빠른 구속이 나온 것은 그만큼 몸 상태를 잘 만들었다는 것으로 보인다. 
임찬규는 지난해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임찬규는 롱릴리프 보직으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4월말 선발 기회가 일찍 찾아왔다. 염경엽 감독이 3~5선발로 기용한 김윤식, 이민호, 강효종 등 젊은 투수들이 4월부터 부진, 부상으로 계획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염 감독은 선발 경험이 많은 임찬규를 선발 로테이션으로 돌렸고, 임찬규는 시즌 끝까지 선발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임찬규는 30경기(26선발)에 등판해 14승 3패 평균자책점 3.42를 기록했다. 144⅔이닝으로 규정 이닝을 넘겼고, KBO리그 토종 투수 중에서 최다승이자 다승 3위(14승), 승률 2위(.824)를 기록했다. 데뷔 후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FA 재수를 선택했던 임찬규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고, LG와 4년 총액 50억원에 FA 계약을 했다. 그런데 계약금 6억원, 연봉 총액 20억원, 옵션 총액 24억원이었다. 계약 세부 사항을 보면 옵션이 50% 가까이 된다. 
협상 과정에서 오히려 임찬규가 제안한 결과였다. LG가 제시한 보장 금액은 26억원보다 컸지만 총액은 40억원대였다. 이에 임찬규는 보장 금액을 낮추고, 성적에 따른 옵션 금액을 늘려달라고 역으로 제안한 것. 그 결과 옵션이 50% 가까이 늘어났고, 총액도 40억원대에서 최종 50억원으로 늘어났다. 
임찬규는 돈 보다는 낭만을 선택했다. 임찬규는 방송에 출연해 "돌아가신 아버지가 돈을 좇지 말고 낭만 있게 살라고 하셨는데, 올해 낭만있게 잘 마무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FA 계약 후에는 자신의 SNS에 자신의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게 찍은 사진을 올리며 아버지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표현했다. 그는 “아빠가 원하는 모습대로 살기를 선택했고 낭만있게 잘 살아갈게. 아…그리고 옵션 다 챙겨갈 수 있게 하늘에서 모든 기를 넣어줘. 사랑해 아빠”라고 글을 남겼다. 
임찬규는 지난해 커리어 하이 성적을 거뒀는데, 반짝 활약이라는 시선도 있었다. 최근 4년간 성적이 기복이 있었기 때문. 2020년 27경기에서 10승 9패 평균자책점 4.08을 기록했다. 2011년 데뷔 후 2번째 10승이었다. 이후 2년간은 부진했다. 2021년 17경기(90⅔이닝)에서 1승 8패 평균자책점 3.87를 기록했다. 2022년에는 23경기(103⅔이닝)에서 6승 11패 평균자책점 5.04에 그쳤다. 2022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취득했으나 신청하지 않고 FA 재수를 선택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18년 11승(11패) 평균자책점 5.77를 기록하며 데뷔 첫 10승을 맛봤다. 이듬해 2019년 30경기 3승 5패 평균자책점 4.97로 부진했다. 
그러나 임찬규는 지난해 성적이 반짝 활약이 아니라는 자신이 있었다. 염경엽 감독의 조언으로 자신의 직구에 장점을 찾았기 때문이다. 
임찬규의 직구는 140km 초반대, 직구 보다는 날카로운 체인지업과 커브가 주무기였다. 그런데 염 감독은 임찬규의 직구가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볼끝이나 무브먼트가 좋다고 직구 활용을 권유했다. 가운데로 던져도 자연스럽게 좌우로 움직임이 좋아, 직구를 많이 활용해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임찬규는 자신의 직구에 자신감을 갖고 체인지업, 커브와 함께 새로운 피칭디자인으로 타자를 잘 제압했다. 체인지업, 커브에 익숙한 타자들을 직구로 허를 찔렀다. 임찬규는 “감독님께서 작년에 피칭디자인을 새로 해주시고 좋은 성적났는데, 지금도 잘 유지되고 있는거 같아서 좋다”고 말했다. 이제 직구 구속까지 더 올라간다면, 임찬규의 지난해 성적이 반짝이 아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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