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서진이 '잠수이별·신체촬영' 의혹을 받는 배우 L씨 루머에 강경 대응을 선언한 가운데,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모두 그놈의 이니셜 놀이 때문이었다. 추측성 이니셜 기사에 죄 없는 이서진, 비, 조정석 등 스타들만 멍들고 있다.
지난달 2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배우 L씨에게 잠수 이별 당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글쓴이 A씨는 "6년 전쯤 처음 만나기 시작했고 4년을 넘게 만났다. 근데 최근에 문자 한 통으로 일방적인 이별을 통보받았다. 연락을 해 보았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고, 어떻게든 연락을 해보려고 여러 방면으로 시도 했지만 모두 다 무시하더라"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A씨는 "이별 문자 받기 며칠 전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좋았다. 관계도 엄청나게 했고, 저의 신체 중요 부위 사진도 찍어 갔다. 그런데 며칠 후 일방적으로 문자 한 통 보내고 연락이 완전히 끊겼다"며 "그분 집에서 샤워하다 여성청결제 나온 적 있어서 싸운 적 있는데 본인이 아니라고 잡아떼니 양다리였는지는 저도 모르겠다. 그동안 위아래 중요 부위 사진 보내 달라고 해서 보내 준 건만 수십 장은 된다. 이분 같이 일하는 동료에 대해서도 막말한 것도 많다"고 주장했다.
폭로는 멈추지 않았다. "지금 제가 바라는 건 사진이 완벽하게 삭제되었는지다. 수십 장 보낸 사진 중 수많은 사진은 초반에 보낸 것이고, 찍어서 보내는 게 늘 찝찝했지만, 너무 원하였고 믿었기 때문에 보낸 것"이라며 "꾸준히 사진을 원하였지만 제가 찍기를 싫어해서 최근 한 2년간은 보내지 않았었는데, 마지막 만난 날 찍은 사진은 그분의 생일이라서 선물로 찍게 했고 대신 제 휴대폰으로 찍어서 전송했다. 만나서 사진 찍은 건 이날이 처음이다. 중요 부위인 데다 사진이 너무 적나라해서 걱정"이라고 했다.
A씨의 폭로는 인터넷상에서 빠르게 퍼졌고, 무엇보다 이니셜로 시작된 폭로글인 만큼 각종 온라인에는 L씨에 대한 추측이 난무했다. '애꿎은 피해자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반응이 있었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L씨에 대한 추측을 멈추지 않았다.
포털사이트에 기사화되고 L씨를 향한 의혹이 쏟아지자, 글쓴이 A씨는 돌연 해당 글을 삭제해 무차별 추측만 남겼다. 이 과정에서 네티즌들은 "L씨가 배우 이서진이 아니냐?"라는 확인되지 않은 댓글로 이니셜 놀이를 이어갔고, 실제로 소속사 안테나 측에 문의하는 취재진의 전화가 빗발쳤다.
1일 오후 이서진의 소속사 안테나 측은 "당사는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된 루머성 글에 대해 사실이 아니기에 외부적 대응을 최대한 자제해 왔다"며 "다만, 이와 관련 소속 배우의 실명이 거론되며 악의적인 비방과 무분별한 허위 사실이 지속적으로 게시 및 유포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는 더 이상 상황의 심각성을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 악성 루머를 만들고 이를 퍼뜨리며 배우의 인격과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어떠한 선처나 합의 없이 강경하게 대응할 예정"이라며 "소속 아티스트에게 늘 사랑과 응원 보내 주시는 팬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당사는 소속 아티스트의 권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2022년에도 가수 비와 배우 조정석이 나란히 이니셜 기사의 안타까운 재물이 됐다.
당시 한 잡지사의 가십거리로 유부남 톱스타 2인이 미모의 어린 프로골퍼들과 불륜을 즐기고 있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보도에 따르면 연기, 노래, 춤에 모두 능한 톱스타 A씨는 프로골퍼 B양과 불륜을 넘어 동거 수준으로 열애를 지속하고 있으며, 아내 C씨도 이를 알고 B양을 찾아갔다고. 또 다른 톱 배우 D씨도 역시 프로골퍼 E양과 불륜을 즐기고 있다고 했다.
이때다 싶은 일부 네티즌들은 '네티즌 수사대'를 가장한 '이니셜 놀이'에 기름을 부었고, 비와 조정석으로 몰아갔다.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불륜설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고, 양측 소속사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냈다.
비의 소속사 레인컴퍼니와 조정석의 소속사 잼엔터테인먼트는 나란히 공식 SNS를 통해 "각사 아티스트를 둘러싼 불륜설은 명백한 허위사실이고 터무니없는 악성 루머이며, 이를 무분별하게 재확산하는 이들에 대해 강경한 법적 대응 방침을 세웠다"고 발표했다.
같은 해 배우 이상보가 마약을 투약했다는 오보 때문에 마음 고생을 겪었는데, 이때 이니셜로 거론됐다가 추후 정체가 특정된 바 있다. 이상보는 경찰 조사에서 최종적으로 무혐의, 검찰 불송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이니셜로 언급돼 특정되기 전까지, 배우 박해진, 이무생 등이 데뷔 연도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지목돼 피해를 입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난다'를 실감하면서 자신이 아니라는 해명글을 쓰기도 했다.
결국 이니셜 기사에는 먹잇감을 주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자, 허위사실 유포에는 선처 없는 강경 대응만이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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