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뮬리치라는 확실한 공격수가 있다. 오늘도 해결해 주지 않을까 싶다."
'수원 삼성 2년 차' 뮬리치(30)가 염기훈 감독의 기대에 200% 부응했다.
수원은 3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2024 K리그2 1라운드 홈 개막전에서 충남아산FC을 2-1로 꺾었다. 당당하게 '다이렉트 승격'을 외쳤던 염기훈 감독은 정식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기분 좋게 첫발을 떼게 됐다.
염기훈 감독은 뮬리치에게 최전방 원톱 자리를 맡겼다. 그는 뮬리치, 전진우-박상혁-이상민, 김상준-이종성, 최지묵-한호강-조윤성-장호익, 양형모가 선발 명단을 꾸리면서 4-2-3-1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K리그 최장신(203cm) 뮬리치는 지난 시즌 수원에 입단했지만, 기대만큼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는 잦은 부상으로 고생하며 시즌 22경기 4골에 그쳤다. 시즌을 치를수록 조금씩 살아나긴 했으나 팀의 강등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팬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그럼에도 염기훈 감독은 뮬리치에게 믿음을 보냈다. 그는 경기 전 인터뷰에서 "뮬리치는 연습 경기에서 내용도 좋았고, 골도 매번 넣었다. 기대가 크다. 결과와 내용을 모두 챙기려면 골이 필요하다. 뮬리치라는 확실한 공격수가 있다. 아마도 오늘도 해결해 주지 않을까 싶다"라며 기대를 걸었다.
염기훈 감독의 바람은 그대로 현실이 됐다. 뮬리치는 초반부터 가벼운 몸놀림을 자랑했다. 그는 중앙에만 머무르지 않고 측면으로 넓게 움직이며 파이브백으로 무장한 충남아산 수비진에 균열을 냈다.
뮬리치는 선제골까지 터트리며 수원 역사상 2부리그 1호 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전반 22분 이상민이 우측에서 상대 실수를 틈 타 공을 뺏어낸 뒤 골문 앞으로 낮은 크로스를 보냈다. 뛰어들던 뮬리치가 이를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골망을 갈랐다.
경기를 잘 치르던 수원은 조윤성의 퇴장으로 위기를 맞았다. 전반 37분 조윤성이 주닝요의 돌파를 막으려다가 뒤에서 반칙을 저질렀다. 주심은 처음에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비디오 판독(VAR) 후 레드카드로 정정했다. 조윤성은 수원 데뷔전에서, 그것도 친정팀을 상대로 퇴장당하며 고개를 떨궜다.
경기 흐름이 충남아산으로 급격히 넘어갈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수원엔 뮬리치가 있었다. 그는 전반 추가시간 5분 저돌적인 돌파로 가운데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어냈고, 직접 키커로 나서서 환상적인 골을 터트렸다. 뮬리치는 다소 먼 거리였음에도 대포알 슈팅으로 골문 구석을 꿰뚫으며 분위기를 다시 가져왔다.
뮬리치는 후반에도 부지런히 피치를 누비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제 몫을 다한 그는 후반 32분 유제호와 교체되며 임무를 마쳤다.
수원은 뮬리치 덕분에 홈팬들에게 승리를 선물하는 데 성공했다. 후반 24분 정마호에게 만회골을 내주긴 했지만, 추가 실점 없이 막아내면서 승점 3점을 챙겼다. 염기훈 감독이 선언한 '먼저 때리는 축구'의 중심엔 뮬리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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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