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의 공동 투자배급에 나선 CJ ENM와 A24가 영화 비하인드를 전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는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제작사 A24 인터내셔널 대표 사샤 로이드, CJ ENM 고경범 영화사업부장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한국계 캐다나인 셀린 송이 감독 및 각본을 맡은 첫 번째 연출작으로,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부문 후보로 오르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특히 한국 CJ ENM과 '패스트 라이브즈'의 공동 투자배급에 나선 미국의 A24는 윤여정이 출연한 '미나리'(감독 정이삭), 스티븐 연이 출연한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을 탄생시킨 미국 할리우드 제작사로, 미국은 물론, 전 세계서 팬덤을 가지고 있는 제작사 중 하나다.
이처럼 전 세계 영화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A24와 함께 ‘패스트 라이브즈’를 기획하게 된 CJ ENM 고경범 영화사업부장은 작품의 시작에 대해 "처음에 샤샤와 오래전, 홍콩 영화제에서 만나 같이 작품을 하자고 이야기가 시작됐다. 그러다 이 작품은 상호 보완적으로 협업이 가능하겠다 싶어서 하게 되었다"라고 떠올렸다. 이어 "투자 비율은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그렇지만, 영화의 3분의 1은 미국, 2는 한국에서 촬영했다. A24는 북미지역의 개봉을 맡고, CJ는 아시아 주요 지역을 맡고 있다. 서로 유통을 맡고 있는 비즈니스의 규모에 비례하여 투자했다고 보시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희는 작품 속에 한국적인 요소가 많다 보니, 한국 캐스팅, 한국 장소도 촬영해야 했다. 그렇게 제작 관점에서 3분의 2정도 진행을 맡았다. 이에 따라 촬영 분량, 비즈니스 담당 범위에 맞추어 서로 포지션을 맡았다"라며 "동시에, 아카데미 과정과 에이전트 커뮤니케이션 등 (현지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A24와 함께해야 했다. A24 팬덤 주변에서 영화를 프로모션했고, 저는 이벤트를 기획한다든지, 서로 잘할 수 있는 부분을 나누었다"라고 부연했다.
A24 대표가 본 '패스트 라이브즈'의 흥행 요인도 들을 수 있었다. 샤샤 로이드는 "'패스트 라이브즈'의 스크립트를 처음 받았을 때 너무나 깜짝 놀랐었다. 너무나 좋았고, 감독님의 재능은 이미 뉴욕 극작가로서의 커리어를 이어올 때 저희가 계속해서 봐왔기 때문에 이미 우리는 그의 팬이었다. 그래서 감독님이 영화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거는 꼭 해야겠다’ 싶었다. 실제로 대본을 보니, 당연히, 저희 모두를 감동하게 했다. 감동적이고, 로맨틱하고 현실적인 이야기로 저희를 사로잡았다"라며 "A24는 정말 새로운 크리에이터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회사다. 그 점에서 셀린 송 같은 새로운 감독과 함께하는 황금 같은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에서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기술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주 지역적인 것, 특히 ‘패스트 라이브즈’에서는 아주 한국적인 것이 충분히 글로벌하게 뻗어 나가서 감동을 안길 수 있다는 것"이라며 '작품 속 등장하는 '인연'이라는 감성은 굉장히 특별하다. 이 스크립트를 읽었을 때도 저희도 ‘인연’에 대해 느꼈고, 이것만큼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 공감을 줄 수 있는 보편적 감성이라고 확신했다. ‘미나리’도 그렇고, ‘패스트 라이브즈’도 그렇고, A24는 좋은 스토리와 감독과 일을 하고 싶어 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조건만 맞춰진다면 그 어떤 감독님과 프로젝트를 할 수 있다. 당연히 한국은 현시대 최고 크리에이터들의 산실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한국 감독과 할 기회를 고대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패스트 라이브즈'가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오르게 된 것과 관련해 "영화 자체가 너무나 아름답고, 러브 스토리가 완전히 전면적으로 내놓아있는 영화에 대해 관객들이 갈망하는데, '패스트 라이브즈'가 바로 그런 영화라 생각한다. 러브 스토리면서도 하나의 예술작품을 만들어 냈다고 생각한다. 굉장히 개인적이면서도 현실적이고, 아름답다"라며 "관객들은 세 명의 주인공 모두와 공감할 수 있게 된다. 그건 정말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살면서 어떤 순간에 본인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순간들, 내 주변 사람에 대해 생각하고,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를 생각한 적이 있다면, 누구나 이 영화에 공감할 거로 생각한다. 이건 모두 감독님의 힘"이라며 힘주어 말했다.
고 부장은 "영화 ‘기생충’ 이후에 무얼 더 할 수 있을까, 북미 시장을 넘어 글로벌로 어떻게 비즈니스를 확대할 수 있을까 싶었다. 어쨌든 ‘기생충’이 한국어로 되고, 한국 배우가 나오고, 미국 시장의 메인 스트림에서는 성공할 수 없던 작품이다. 그런데 아카데미 상을 받았다. 이게 새로운 영역을 확장한 거다. 이런 작품들이 시장에서 유효하구나, 을 증명했고, 이런 시도가 더 많이 나올 수 있는 문을 열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패스트 라이브즈'도 시도해 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맥락에서 문화적 다양성에 기반하는 작품들, 또 한국의 영화 퀄리티에 대한 수준을 증명하고 알렸고, 비슷한 시기에 TV 시리즈인 ‘오징어 게임’ 등도 확산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라며 "이처럼 한국 사업자로서 시도해 볼 수 있는 영역이 훨씬 넓어졌다. 물론 저희뿐만이 아니라, 유태오 같은 좋은 배우들과 크리에이터 등 여러 재능 있는 분들이 진출 영역이 넓어지고, 저희도 한 걸음 더 나가 시도할 수 있는 점이 많아진 것 같다. 어찌 보면 한국 사업자로서 관객들에게 문화적으로 풍부한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지 않나 싶다"라고 기대했다.
더불어 CJ의 '기생충'과 같은 한국 오리지널 영화 제작 시도와 관련해 고 부장은 "현재 여러 가지 비즈니스 모델들이 있는데, 완전한 한국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의지가 있다. 영화 ‘헤어질 결심’도 그런 경우였다. 그런 사례도 있고, 저희의 IP를 활용해서 A급 할리우드 배우를 기용, 한국의 오리지널리티를 살리는 작품도 생각이 있다"라며 "'기생충'도 일종의 블록버스터 영화이기보단 아트하우스 작품에 가까운데, 더 많은 관객이 한국 영화를 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하는 시점에서 고민 중이다. 아예 한국의 창작자가 미국 영화를 만드는 경우도 있겠다. 여러 가지 방식을 고민 중"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 ‘나영’과 ‘해성’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끊어질 듯 이어져 온 그들의 인연을 돌아보는 이틀간의 운명적인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오는 3월 6일(수) 국내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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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CJ ENM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