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공 던지는데 왜 타자 하냐고"...타자 전향 해프닝, 20살의 돌직구 다시 뿌린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4.03.04 22: 40

"그런 공을 던지는데 왜 타자를 하냐고..."
롯데 자이언츠 투수진은 김태형 감독을 흡족하게 했다. 스프링캠프 준비 기간 동안 김태형 감독은 "투수진 엔트리가 빡빡하다"고 말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누군가는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어야 하지만 재능과 역량을 갖추고 김태형 감독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의미다.
그러면서도 필승조 보직의 선수들은 일찌감치 낙점했다. 마무리 김원중에 셋업맨 구승민과 김상수, 예비역 박진형, 그리고 지난해 연말 타자 전향 해프닝이 있었던 최준용(23)까지 필승조를 구성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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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차지명으로 입단한 최준용은 돌직구로 1군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021년 20홀드를 기록했고 2022년에는 시즌 초반 김원중의 부상으로 임시 마무리 보직을 맡으면서 14세이브에 6홀드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최준용은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했다. 등 어깨 팔꿈치 등 여러 부위에 차례대로 통증이 생겼다. 모두 투구 동작에 관여하는 부위였다. 2021년 우측 어깨 회전근개 견갑하근 부분 파열 부상으로 신음했고 또 선수생활 내내 크고 작은 통증이 따라 다녔다. 지난해 47경기 2승3패 14홀드 평균자책점 2.45의 성적을 거뒀지만 1군에 머무르고 경기에 나설 수 있었던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그런 뒤 마무리캠프 기간 방망이를 잡았다. 야수 전향에 도전했다. 잦은 부상으로 심신이 지쳤고 투수로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과 고민이 타자 전향으로 이어졌다.
김태형 감독은 최준용의 야수 전향을 멀리서 지켜봤다. 그러나 최준용이 방망이를 잡고 내야수로 펑고를 받는 상황에서도 '투수 최준용'을 한시도 잊지 않았다. 최준용이 갖고 있는 공의 위력, 타자 전향시 투자하고 다시 허비해야 하는 시간 등을 고려했다. 타자로 도전을 이어가던 중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회에 참가했고 도쿄돔 마운드에서 150km가 넘는 돌직구를 뿌리면서 위력을 떨쳤다. 결국 최준용의 타자 전향은 해프닝으로 마무리 됐다.
최준용은 "감독님께서 '야수 글러브 끼지마'라고 말씀하셔서 알겠다고 했다. 그리고 또 코치님들, 그리고 대표팀에 가서도 '그런 공을 던지는데 무슨 타자냐'라고 말씀을 해주셨고 투수를 해야 한다는 설득을 받았다"라면서 "팀에서도 투수로서 저의 가치를 다시 알려주셨고 안 아플 수 있게 준비를 다시 해보자고 해서 투수로서 다짐을 다시 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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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최준용에게는 가장 좋았던 시절인 20살, 2021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2021년 20살의 최준용은 거칠 것이 없었다. 어깨 부상으로 후반기에 정상 컨디션을 찾으며 44경기 4승2패 1세이브 20홀드를 기록했다. 후반기 2승1패 1세이브 13홀드의 성적을 거뒀고 23경기 연속 비자책 기록을 세웠다. 2021년 최준용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6.5km, 상하 무브먼트 28.2cm, 분당 회전수 2506.9회로 최상위권이었다. 하지만 잦은 부상 속에서 최준용은 지난해 패스트볼 구속 145.1km, 상하 무브먼트 25.7cm, 분당 회전수 2314.3회에 그쳤다. 지표들이 대부분 하락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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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과 통증을 다스리기 위해 투구폼도 어깨에 무리가 덜 가는 폼으로 변화해 가고 있고 또 체중을 조금 더 늘리면서 관절을 잘 지지해줄 수 있도록 준비했다. 최준용은 "닭가슴살도 많이 먹으면서 식단 관리도 했고 웨이트 트레이닝도 열심히 했다. 체중도 늘고 근육량도 늘어나면서 몸은 가볍고 좋은 것 같다"라며 "부상에 대한 우려 때문에 체중을 늘린 게 맞다. 근력을 보강한다면 몸을 잘 지탱하고 잘 잡아주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시즌에 주 5~6일씩 운동만 2시간씩 하면서 몸이 좋아진 것을 느꼈다. 또 기능적으로도 확실히 달라진 것을 느꼈다. 기능적으로 많이 좋아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리는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최준용은 조금씩 영점을 잡아가고 있다. 24일 지바롯데와의 교류전 1차전에서는 ⅓이닝 2피안타 1볼넷 2실점으로 흔들렸지만 27일 삼성전 1⅓이닝 3피안타 무실점, 3일 KIA전 1이닝 1사구 2탈삼진 무실점으로 안정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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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아프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본인이 더 잘 알고 있다. 그는 "제가 아프지 않아야 감독님의 시나리오대로 시즌이 운영될 수 있다. 언제든지 나갈 수 있는 투수가 되어야 한다"라면서 "올해 가을야구에 나가야 우승이라는 꿈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안아프고 한 시즌동안 최선을 다해 공을 던지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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