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괴물’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이 퇴근길에 1시간이나 사인을 했다. 12년 만에 돌아온 한국프로야구 무대에서 전직 메이저리거다운 화끈한 팬서비스로 시범경기 개막전 만원 관중에 보답했다.
지난 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삼성의 2024 KBO리그 시범경기 개막전은 정규시즌을 방불케 하는 열기로 가득했다. 류현진 복귀 효과로 한화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폭발적인 가운데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몇 배나 더 비싼 암표가 기승을 부리기도 했다.
원래 시범경기에서 한화는 내야 관중석만 오픈했는데 류현진을 보기 위한 팬들의 열기가 뜨겁자 외야석도 열었다. 현장에서 300여분이 추가 판매돼 1만2000석 전 좌석이 경기 시작 19분 전인 오후 12시41분에 매진됐다.
한화의 시범경기 매진은 ‘야신’ 김성근 감독 부임 첫 해로 기대감이 고조됐던 2015년 3월 7~8일 LG전 이후 무려 9년 만이었다. 경기 시작 3시간 전 이른 시간부터 한화 유니폼을 입고 모자를 쓴 팬들로 야구장 주변이 시끌벅적했다. 쉴 새 없이 밀려 들어오는 차량으로 인해 주차난이 빚어질 만큼 인산인해를 이뤘다.
만원 관중 앞에서 한화는 승리로 보답했다. 4회 이재원의 동점 솔로포, 요나단 페라자의 결승 투런포 포함 5득점 빅이닝을 펼치며 삼성에 6-2 역전승을 거뒀다. 선발투수 리카르도 산체스가 3⅓이닝 2실점으로 막은 뒤 김규연(⅔이닝), 이민우(1이닝), 이태양(2⅔이닝), 장시환(⅓이닝), 주현상(1이닝)으로 이어진 불펜이 5⅔이닝 무실점을 합작하면서 투타 조화를 이뤘다.
경기 후 포수 이재원은 “내가 홈런을 친 것보다 시범경기부터 만원 관중이 가득찬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포스트시즌 같은 느낌이었다”며 한화팬들의 열기에 놀라워했다. 페라자도 “이렇게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한 건 처음이다. 소중한 시간이었다. 1분1초 경기의 매 순간을 즐겼다”며 한껏 달아오른 구장 분위기를 만끽했다.
2시간20분 만에 빠르게 끝난 경기. 많은 팬들이 구장 주변에 남아 선수들의 퇴근길에 사인을 받기 위해 기다렸다. 선수단 출입구 쪽에서 류현진이 모습을 드러내자 일순간 모든 팬들의 시선이 집중됐고, 눈 깜짝할 사이에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혼란이 빚어지자 류현진은 팬들에게 “다시 나오겠다”고 말한 뒤 잠시 구장 안으로 들어갔다.
팬들이 질서 정연하게 줄을 서서 받을 수 있도록 보안 요원들이 주변을 정리한 뒤 류현진이 다시 밖에 모습을 드러냈다. 중앙 출입구 쪽에서 펜스를 치고 한 바퀴 빙둘러 모든 팬들의 사인 요청에 일일이 정성껏 임했다. 꽤 추운 날씨였지만 즉석으로 팬 사인회를 열더니 1시간가량 팬들에게 화끈한 팬서비스를 한 뒤 차에 올라 퇴근했다.
퇴근을 1시간이나 미뤄가면서까지 류현진은 자신을 기다리고 환대해준 친정팀 팬들에게 최고의 팬서비스를 선사했다. 시범경기에도 이례적으로 만원 관중을 가득 채운 팬들의 성원에 류현진도 진심을 다해 화답한 것이다.
류현진에 대한 관심은 지난 7일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자체 청백전을 통해서도 나타났다. 이날 경기를 자체 생중계한 ‘이글스TV’ 동시 접속자수가 역대 최다 7만997명에 달할 만큼 관심이 대단했다. 이날 첫 실전에 3이닝 43구를 던지며 1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컨디션을 조절한 류현진은 오는 12일 대전 KIA전 시범경기를 통해 공식 복귀전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