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시범경기 개막전부터 역전홈런 포함 멀티히트를 치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은 두산 베어스 4번타자 김재환. 이는 강정호 효과일까, 아니면 이승엽 효과일까.
김재환은 지난 9일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시범경기 개막전에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2타수 2안타(1홈런) 3타점 1볼넷 1득점 만점 활약을 펼쳤다.
스프링캠프 막바지 무릎 부상을 당하며 잠시 숨을 골랐던 김재환. 시범경기 또한 이날이 아닌 10일부터 출전이 예정됐지만 무릎 상태가 호전되며 첫 경기부터 4번타자 중책을 맡았다. 경기에 앞서 만난 이승엽 감독은 “무릎 상태가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김재환의 경우 결과보다는 바뀐 타격폼으로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중요하다”라고 관전 포인트를 짚었다.
첫 타석부터 바뀐 타격폼이 효과를 제대로 봤다. 1-2로 뒤진 1회 1사 1루서 등장, 키움 선발 하영민을 상대로 역전 투런포를 때려낸 것. 1B-2S 불리한 카운트였지만 하영민의 4구째 바깥쪽 체인지업(132km)을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는 110m. 경기를 뒤집는 한방이었다.
김재환의 방망이는 멈추지 않았다. 5-2로 리드한 2회 2사 1루에서 1루주자 헨리 라모스가 2루 도루에 성공한 상황. 김재환은 3B-1S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한 뒤 하영민의 직구를 잡아당겨 달아나는 1타점 우전 적시타로 연결했다. 첫 타석은 밀고, 두 번째 타석은 당기는 타격을 선보이며 마치 전성기 시절을 연상케 했다.
세 번째 타석에서는 선구안까지 발휘했다. 6-3으로 리드한 4회 2사 1루에서 키움 1라운드 루키 전준표를 만나 스트레이트 볼넷을 골라내며 100% 출루를 달성했다.
3출루에 성공한 김재환은 6회 대타 정수빈과 교체되며 기분 좋게 첫 시범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4년 115억 원 FA 계약 이후 부진에 부진을 거듭한 김재환은 2024시즌에 앞서 대대적인 타격 개편에 나섰다. 이례적으로 마무리캠프에 참가해 '국민타자' 이승엽 감독의 맨투맨 지도를 받았고, 곧이어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향해 지난해 손아섭(NC)의 생애 첫 타격왕을 도운 강정호 아카데미에서 타격폼 및 이론을 재정립했다.
10일 이천 키움전에 앞서 만난 이 감독은 “좋은 장면과 좋은 타구가 나왔다. 두 번째 안타 역시 수비시프트가 있었다면 잘 맞은 땅볼이 됐을 텐데 안타가 됐다.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라고 김재환의 부활 조짐에 반색했다.
김재환은 전날 경기 후 맹타 비결로 지난해 마무리캠프에서 진행한 이 감독과의 지옥훈련을 꼽았다. 이를 들은 이 감독은 “그냥 강정호로 해주세요”라고 웃으며 “나는 3주 딱 훈련하고 아무 이야기도 안 했다. 저 정도 커리어가 있는 선수는 1년 내내 조언을 해줄 수 없다. 거기에 더해 강정호 스쿨에 다녀와서 좋아진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전체적인 큰 틀에서 김재환은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이 감독은 “물론 정규시즌에 돌입해 좋은 투수, 최고 선수를 만나면 모르겠지만 일단 준비를 잘한 느낌이다”라며 “연습 타격을 보면 타구 방향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센터 중심에서 좌측으로 가는 타구가 손에 꼽을 정도로 없었다. 좌측으로 향하더라도 타구에 힘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좌측 타구도 체중이 실린다. 힘이 붙었다. 기본으로 돌아갔다고 보면 될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제 시범경기 1경기일 뿐이다. 아직은 조심스럽다. 지금 모습을 시즌 때까지 잘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두산은 키움 선발 조영건을 맞아 정수빈(중견수)-김대한(좌익수)-헨리 라모스(우익수)-김재환(지명타자)-양석환(1루수)-강승호(2루수)-허경민(3루수)-장승현(포수)-박준영(유격수) 순의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선발투수는 17승 영광 재현을 노리는 이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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