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급하게 바꾸는지 모르겠어요.”
NC 다이노스 내야수 박민우(31)는 지난 9일 2024시즌 프로야구 시범경기 개막전을 치르고 많은 생각에 빠졌다. 올해 새로운 리드오프로 낙점을 받고 준비하는 시즌. 3000타석 이상 기준 타자 가운데 타율 역대 6위(.320)를 자랑하는 리그 대표 교타자인 박민우는 올해 KBO가 새롭게 도입한 ABS(자동투구판독시스템), 피치클락, 베이스 크기 확대 등 리그에 도입된 새로운 규정들에 대한 생각이었다.
10일 창원 NC파크에서 만난 박민우에게 새로운 규정들에 대해 묻자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그동안 품고 있었던 소신들을 하나씩 풀어냈다. 그는 “일단 새로운 규정들이 도입이 된다고 했으니까 따라야 하는 것은 맞다. 취지도 이해한다”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사실 선수들마다 디테일하게 숙지는 잘 안된 것 같다. 그리고 왜 이렇게 한 번에 바꾸는지 잘 모르겠다. 하나만 바꿔도 제대로 될까 말까인데 동시에 많은 것을 바꿨다. 급하게 하지 않고 하나씩 하나씩 했어도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민우는 말을 이어갔다. 그는 “무엇보다 비시즌에 바뀐 규정들을 논의 했고 도입된다고 했다. 선수들도 겨울에 잘 준비했다. 그런데 스프링캠프에서 아무 것도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게 없다. 시범경기 고작 10경기 밖에 안되는데 그것을 가지고 시즌을 치른다고 한다? 글쎄다”라면서 “시즌 성적과 맞물리는데 선수들 입장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ABS를 처음 겪어본 뒤 박민우는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그는 “사실 스트라이크존을 정하고 ABS 도입하는 것도 공정하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다 찬성한다”라면서 “그런데 어떠한 근거를 갖고 그런 규정들을 도입했는지 잘 납득이 안됐다. 하지만 어제(9일) 경기를 해보니까 납득이 더 안되더라”라고 재차 강조했다.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나갔다. ABS제도에서 스트라이크 존은 상하 기준은 각각 선수 신장의 56.35%, 27.64%로 설정하며, 중간면과 끝면 기준을 모두 통과해야 스트라이크로 판정한다. 좌우 기준은 홈플레이트 크기(43.18cm)에 좌우 각 2cm 확대 적용한 총 47.18cm로, 중간면에서 1번 판정한다. KBO는 이 기준에 대해 “심판과 선수단이 인식하고 있는 기존의 S존과 최대한 유사한 존을 구현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면서 “ABS 도입으로 양 구단이 100% 일관성 있는 스트라이크 존 판정 기준을 적용 받을 수 있어 공정한 경기 진행이 가능해지며, 정확성은 ABS 도입 이전 주심의 91% 수준에서 95~96% 이상 수준으로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했다.
박민우 말의 논지는 새로운 제도의 도입을 반대한다는 게 아니다. KBO와 현장 간의 공감과 소통, 의견 수렴의 과정과 시간이 충분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그는 “제도의 취지를 이해하고 피치클락 같은 경우는 무조건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제도 도입은 다 찬성이다”라면서도 “ABS에 대해서 이론만 알고 경험해보지 못했다. 경험할 수 있는 게 10경기 뿐이다. 시범경기에서 10경기로는 부족하다. 타석 수가 정해져 있기에 경기에 공평하게 나눠가면서 뛴다. 풀타임을 뛰는 것도 아니다. 또 시범경기는 취소가 잦다. 몇 타석 경험하지 않고 정규시즌 개막을 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수들에게는 한 경기 한 경기가 정말 소중하다. 그런데 개막 초반에 적응을 하다가 선수가 그 시간을 날릴 수 있다. 2스트라이크가 됐을 경우 아직 스트라이크 존이 정립이 안 되어있다 보니까 이상한 공까지 다 스트라이크를 나갈 수 있다”라면서 “선수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에게 부담도 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ABS제도는 수정과 보완이 필요할 것 같다. 항의도 못하지 않나. 선수들의 불만이 더 쌓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면서 KBO의 급진적인 개혁에 대한 선수의 입장을 대변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