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으로 '정면 돌파' 선택한 황선홍, 이강인-주민규 발탁 이유, 이승우 불발 이유까지 모두 설명 [오!쎈 현장]
OSEN 정승우 기자
발행 2024.03.12 06: 49

"결정은 전적으로 감독인 제가 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11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태국과의 월드컵 2차예선 2연전에 나설 대한민국 대표팀 명단을 공식 발표, 황선홍(56) 임시 감독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황선홍 임시 감독은 "대한민국 축구가 큰 위기에 처해있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술위원회에서 도움을 요청했다. 고심이 많았다. 내가 14년 동안 대표팀 선수로 활약하면서 많은 혜택을 받았다. 축구인으로서 도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 고심 끝에 결정했다"라며 먼저 대표팀 임시 감독 수락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황 감독은 "지금까지 축구하면서 어려울 땐 피해가고 쉬울 땐 하고 그러지 않았다. 그래서 결단을 내렸다. 내 머릿속에는 이 위기를 어떻게 잘 극복할 수 있을까만 있다. 최선을 다해 두 경기를 치르겠다"라고 전했다.
황선홍 감독은 직후 대표팀 선수 선발 과정과 이강인의 발탁에 대해 입을 열었다. 황선홍 감독은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이번 명단 발표는 이강인의 발탁 여부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아시안컵 당시 손흥민과 마찰을 빚어 징계를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있었다.
아시안컵 당시 선수단 불화 문제는 국내 언론사가 아닌 외신에서 처음 보도됐다. 지난달 14일 영국 '더 선'은 "손흥민은 아시안컵 탈락 전날 대표팀 동료와 몸싸움을 벌여 손가락이 탈구됐다"라고 단독 보도했다.
더 선은 "본지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대한민국 스쿼드 일부 젊은 선수들은 저녁 식사를 빨리 마치고 탁구를 즐기기 위해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바람에 문제가 발생했다"라고 전했다.
매체는 "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팀 결속의 기회로 활용되는 식사 자리를 일찍 떠나는 젊은 선수들에게 불만을 표했다. 파리 생제르맹(PSG) 소속 이강인도 손흥민이 불만을 제기한 '젊은 선수' 중 하나였다"라고 설명했다.
KFA는 "더 선이 보도한 내용은 대체로 맞다"라고 인정하며 "손흥민이 탁구를 치러 자리를 일찍 뜨는 젊은 선수들에게 불만을 표현했고, 젊은 선수들이 이에 반발, 다툼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손흥민이 손가락을 다쳤다"라고 설명했다.
해당 사건에 누가 얽혔고 무슨 상황이었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당시 KFA와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KFA는 이강인과 손흥민의 불화를 인정한 뒤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잠적했다.
이에 관해 정몽규 회장은 지난달 16일 "징계 사유 조항을 살폈다. 소속 선수가 아니기에 소집을 안 하는 징계밖에 없다"라고 설명한 뒤 "추후 대표팀 감독이 선임되면 그가 이 방안을 잘 논의해야 한다"라며 협회가 아닌 감독 개인에게 선수들의 분쟁 및 징계 문제를 떠넘겼다.
징계는 없었다. 황선홍 감독은 이강인을 믿었다. 이강인은 사건 이후 대표팀 멤버 전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 사과를 전했고 직접 영국 런던으로 날아가 손흥민과 만남을 가졌다. 황선홍 감독은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다시 한 번 이강인과 합을 맞추게 됐다.
황선홍 감독은 "궁금해하시는 이강인과 관련해서는 두 선수와 직접 소통했다"라며 이강인, 손흥민과 직접 소통했다고 밝혔다. 
황 감독은 "이강인은 축구팬 여러분들과 선수들에게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싶어 한다. 손흥민도 선수를 보듬고 화합해서 나가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냈다. 그래서 선발했다"라고 전했다.
황선홍 감독은 이어 "이런 일이 두 선수만의 문제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팀원들과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 등 모든 팀 구성원들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황선홍 감독은 이강인의 사과 이후에도 여론이 바뀌지 않은 점에 대해 "공감한다"라고 말하면서도 "결정은 전적으로 감독인 제가 했다. 이강인을 부르지 않고 다음으로 미룬다면 위기는 넘길 것이다. 이번을 넘긴다 해도 이 문제가 다 해결된다 생각하진 않는다. 제 자리는 감독의 역할도 있지만, 또 다른 역할도 있다고 생각한다. 의사결정을 했다. 선수의 경험으로 봤을 때 팀 내에 이런 문제는 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설명했다.
황선홍 감독의 지휘 아래 태국과 2연전을 소화할 대표팀엔 새 얼굴이 보인다. 이명재(31, 울산HD)와 정호연(24, 광주), 주민규(34, 울산HD)가 그 주인공이다. 
팬들의 관심은 주민규의 발탁 여부에 쏠렸다. 제주 유나이티드와 울산HD 등에서 활약하며 K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이름 날렸지만, 황의조, 조규성 등 해외파 공격수에게 밀려 단 한 번도 이름 불리지 못했기 때문.
마침내 주민규는 대표팀에 승선했다. 주민규는 2021, 2023시즌 각각 22골, 17골을 기록하며 K리그 득점왕에 올랐다. 2022시즌에도 득점왕 조규성과 동일한 17골을 기록했지만, 출전 경기가 더 많았기에 득점왕 타이틀을 내줬다.
주민규의 실력엔 의문이 따르지 않는다. 183cm의 건장한 체격에서 나오는 힘과 간결하고도 정확한 마무리 능력, 양발을 모두 잘쓴다는 장점이 있는 강력한 공격수다. 특히 22골을 퍼부었던 2021시즌엔 90분당 평균 0.74골을 기록했을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황선홍 감독은 "코칭스태프 선임 후에 그동안 쌓아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55명의 예비 명단을 정했다. 그런 뒤 2주간 K리그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경기, 해외 리그 영상을 보면서 여러 가지를 확인했다. 컨디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뒤 부상 선수를 제외하고 23명을 뽑았다"라고 선수 선발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K리그를 관찰해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을 염두에 뒀다. 대표팀은 최고의 선수들로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야 하는 팀이다. 코치진이 면밀히 검토해 결정 내렸다"라고 덧붙였다.
주민규는 대표팀을 향한 열망을 꾸준히 드러내왔다. 지난해 1월 그는 "대표팀은 제게 꼬리표처럼 붙어 다녔다. 제가 부족했기에 대표팀에 못 들어갔다. 좋은 선수들, 감독님, 코치님들에게 배우다 보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참고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마침내 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주민규다. 황 감독은 주민규에 관해 묻자 "축구는 여러 능력이 있지만, 득점력은 다른 능력"이라며 "3년 동안 리그에서 50골 넣은 선수는 전무하다.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다"라고 짧고 명확하게 답했다.
이번 명단 발표에서 처음은 아니지만, 대표팀에 복귀한 이들도 있다. 김문환(알두하일)과 엄원상(울산HD), 권경원(수원FC), 백승호(버밍엄) 등이 그렇다.
이승우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이승우는 2024시즌 K리그 첫 2경기에서 연속 골을 맛보며 대표팀을 향한 의지를 확실히 드러냈다. 지난 2일 수원FC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리그 개막전이 이승우의 결승골로 마무리된 직후 김은중 수원 감독은 "승우는 전성기 나이인데 대표팀에서 멀어진 부분이 있다. '현장에 대표팀 관계자가 왔기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있다'라는 말로 동기부여를 했다"라며 이승우에게 대표팀 승선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이승우는 "준비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 뽑힐지, 안 뽑힐지는 감독님의 권한이다. 선수로서 잘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뒤이어 9일 치른 전북현대와 경기에서도 이승우는 박스 안에서 자신을 둘러싼 전북 수비수 4명을 제치고 왼발 슈팅으로 전북의 골문을 열었다. 황선홍 감독은 현장에서 이 모습을 지켜봤다.
경기 종료 후 이승우는 "(황 감독님이) 오시는 걸 알고 있었다. (김은중) 감독, 코치님도 이야기하고 인터넷을 통해 봤다. 모든 선수들의 동기부여가 대표팀이다. 새로운 감독님이 오셔서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더 확실한 바람을 드러냈다.
이승우는 "항상 마음은 (대표팀에) 가고 싶다. 제가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최선을 다하고 보여주고 싶다"라며 직접 '가고 싶다'라고 어필했다.
이번에도 태극마크는 주어지지 않았다. 황선홍 감독은 이승우에 관해 묻자 "경기장에서 확인했다"라고 운을 뗐다.
황 감독은 "FC서울 경기 전 그 자리에서 미팅할 정도로 마지막까지 이승우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라며 이승우의 발탁을 두고 오랜 시간 고민했다고 밝혔다.
황선홍 감독은 "2선 조합 등 여러 측면을 봤을 때 선발하지 못했다. 아쉽게 생각한다"라며 이승우를 뽑지 못한 이유를 전했다.
그러면서도 황 감독은 "이승우 선수 뿐만 아니라 K리그 선수들에게 대표팀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 포기하거나 실망하지 말고 정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쉽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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