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할 타자를 방출하다니…" 연봉도 75억 토해냈다, 이정후 옛 동료의 설움 '비정한 SF'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4.03.14 10: 40

메이저리그는 비즈니스의 세계라고 하지만 참으로 비정하다. 시범경기 타율 4할을 치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방출된 J.D. 데이비스(31)의 사정이 그렇다. 당초 받기로 한 연봉까지 뱉어내며 금전적인 손해까지 봤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3루수였던 데이비스는 연봉 중재를 통해 받기로 한 690만 달러 중 115만 달러만 받고 팀을 떠났다. 7개 팀으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는 데이비스는 며칠 내로 그 중 한 팀과 계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12일 데이비스를 방출했다. 앞서 FA 3루수 맷 채프먼을 3년 보장 5400만 달러에 영입하면서 같은 포지션의 데이비스가 트레이드될 가능성이 제기됐고, 샌프란시스코는 예상대로 웨이버 공시를 했다. 그러나 690만 달러 연봉 잔여분을 부담하면서 데이비스를 데려갈 팀이 나오지 않자 방출했다. 

[사진] J.D. 데이비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 J.D. 데이비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데이비스는 지난달 연봉 조정 청문회에서 승리하며 690만 달러의 연봉을 받기로 했다. 샌프란시스코는 655만 달러를 제시했지만 35만 달러 차이로 20년 만에 선수에게 연봉 청문회에서 패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노사협약(CBA)에 따르면 연봉 조정 청문회까지 간 선수의 연봉은 보장되지 않고, 이에 따라 데이비스는 기존 연봉 30일치에 해당하는 115만 달러의 해고 수당만 받고 샌프란시스코를 떠나게 됐다. 금전적으로 575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75억원을 사실상 토해낸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선수 노조가 데이비스를 방출하며 30일치 해고 수당만 지급한 샌프란시스코 구단에 불만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며 ‘채프먼과 계약하지 않았더라면 데이비스는 샌프란시스코 주전 3루수가 됐을 것이다. 로스터 문제로 인해 불이익을 받았기 때문에 퍼포먼스상 이유로 방출된 것이 아니란 게 분명하다. 선수노조는 연봉 조정 청문회에 간 선수를 방출하는 규정에 동의했지만 건강하고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선수에게도 이 규정이 적용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사진] J.D. 데이비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 J.D. 데이비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 베테랑 에이전트는 “이건 많은 문제가 있다. 팀은 청문회에 가서 선수의 부족한 점을 모두 열거했지만 패널들은 데이비스의 손을 들어줬다. 그리고 (시범경기) 15타석에서 타율 4할과 홈런 2개를 치며 실책 하나 없는 선수를 방출했다”고 지적한 뒤 “샌프란시스코는 데이비스를 트레이드할 수 없었다. 모든 팀들이 그가 방출될 것을 알고 있었고, 더 적은 비용으로 영입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제 모든 팀이 과정을 조롱하듯 이렇게 할 것이다. 어떤 선수가 그렇게 차갑고 냉담한 팀에 가고 싶어 하겠는가?”라며 샌프란시스코가 나쁜 선례를 남겼으며 선수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줬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에이전트도 “누구도 좋은 모습으로 이 일을 끝낼 수 없다. 샌프란시스코 구단도, 에이전트도, 노조도 마찬가지다. 연봉 중재에서 이긴 선수가 이제 와서 일자리 구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파르한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야구운영사장은 이번 일로 선수들 사이에서 구단 평판이 나빠질 것이란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며 “선수와 헤어질 때는 어떤 상황이든 힘들 때가 많다. 난 3개 팀을 거치면서 이런 일을 많이 겪었다. 단지 비즈니스의 현실이다. 선수 입장에선 개인적인 일로 느낄 수밖에 없는 걸 이해하지만 프런트가 사적으로 그러진 않는다”면서 팀을 위한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사진] J.D. 데이비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 J.D. 데이비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7년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데뷔한 뒤 뉴욕 메츠를 거쳐 2022년 8월 샌프란시스코에 트레이드로 온 데이비스는 지난해 144경기 타율 2할4푼8리(480타수 119안타) 18홈런 69타점 OPS .738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다. 올해 시범경기에서도 6경기 타율 4할(15타수 6안타) 2홈런 6타점 OPS 1.271로 좋은 타격감을 선보였으나 같은 3루 포지션에 특급 FA 채프먼이 합류하면서 입지가 애매해졌다. 
채프먼 영입 소식이 나온 지난 3일 데이비스는 “이와 관련해 구단한테 들은 게 없어 확실히 놀랐다”며 “내가 트레이드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구단 플랜이 무엇인지, 자이디 사장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겠다”고 당혹스러워하며 “주전 3루수로 뛰고 싶은 마음이 변함없다”고 말했다. 3루 뿐만 아니라 1루, 코너 외야 수비도 가능한 데이비스이지만 내야 코너를 커버하는 윌머 플로레스가 같은 우타자이고, 외야는 중견수 이정후 가세로 코너 자원이 꽤 넉넉해졌다. 지명타자도 호르헤 솔레어가 FA로 합류하면서 데이비스 자리가 샌프란시스코에선 마땅치 않았다. 
샌프란시스코로서도 불가피한 결정이었지만 데이비스에겐 너무나도 속상한 일이다. 메츠를 비롯해 7개 구단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기존 연봉 690만 달러 이상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금전적 손실도 크지만 10년 전 캘리포니아 주립대 플러튼 시절에도 1991년생 동갑내기 채프먼에게 3루수 자리를 내준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도 같은 상황에 처하면서 아예 팀을 떠나게 됐다. 예비 FA로서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즌인데 시작도 하기 전부터 크게 꼬였다. 데이비스가 이런 설움을 딛고 새 팀에서 FA 가치를 높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 J.D. 데이비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밥 멜빈 감독, 맷 채프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2024.03.05 /sunda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