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배우 이선균을 협박해 3억 5천만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는 여성들이 재판에서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14일 오전 인천지법 형사4단독 홍은숙 판사 심리로 이선균에 대한 공갈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여성 A씨와 B씨의 첫 재판이 열렸다.
먼저 서울 강남 유흥업소 실장으로 알려진 A씨는 변호인을 통해 이선균에 대한 공갈 혐의를 부인하며 해킹범으로 협박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반대로 공갈, 공갈미수 등으로 함께 기소된 B씨는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B씨는 지난해 12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 당시 아이를 안고 등장해 화제를 모았던 바. 그는 재판에도 아이를 안고 동석했다. 재판 내내 아이가 우는 상황이 벌어졌으나 그는 이후 재판에서도 계속해서 아이와 동행하겠다고 밝혔다.
A씨와 B씨는 지난해 이선균에게 연락해 각각 현금 3억원과 5천만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지난해 9월 이선균에게 휴대전화 해킹으로 협박을 받고 있다며 3억원을 받아낸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A씨를 협박한 해킹범으로, 평소 친하게 지내던 사이였으나 금전 문제로 사이가 갈라지며 불법 유심칩을 이용해 협박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A씨가 과거 필로폰을 투약한 정황을 알고 협박하는 한편, 이선균에게도 1억원을 요구해 5천만원을 받아낸 혐의를 받았다.
실제 A씨는 필로폰, 대마초 투약 혐의로 지난해 11월 구속 기소됐다. A씨의 마약 혐의는 별도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런가 하면 B씨는 지난 2012년과 2015년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하는 등 과거 배우 생활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선균은 지난해 10월 A씨와 B씨로부터 협박을 받았다며 경찰에 신고했으나 이후 마약 투약 혐의 피의자로 조사를 받으며 여론의 관심을 받게 됐다. 3차 경찰 소환조사까지 받는 과정에서 이선균은 마약 혐의를 부인했고, 체모를 비롯해 소변 등의 정밀 검사에서도 마약류 관련 '음성'이 나왔으나 경찰은 혐의점을 거두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일부 언론을 통해 이선균과 A씨가 과거 나눈 모바일 메신저 대화록 등을 비롯해 수사 결과 일부가 공개됐다. 극심한 비판 여론 끝에 이선균은 지난해 12월 27일 오전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가수 윤종신, 영화감독 봉준호와 장항준 등을 비롯한 대중문화예술인들이 속한 29개 문화예술단체들이 모여 '고(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를 발표하고 수사당국 관계자들의 철저한 진상규명 촉구, 언론의 자정 노력과 함께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 삭제, 문화예술인의 인권보호를 위한 현행 법령 재개정 등을 요구했다. 이 밖에도 이선균의 소속사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측은 생전 고인을 협박한 A씨와 B씨 등에 대한 법적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 monamie@osen.co.kr
[사진] OSEN DB, 영화 '잠' 스틸 컷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