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 개인 능력은 뛰어난데"...뮌헨 대선배가 지적한 한 가지 "조화를 놓치고 말았다"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4.03.15 00: 05

"김민재와 다요 우파메카노는 좋은 수비를 만드는 요소인 조화를 놓쳤다."
'바이에른 뮌헨 대선배' 클라우스 아우겐탈러(66)가 어려움에 빠진 김민재(28, 바이에른 뮌헨)를 향해 조언을 남겼다.
독일 'TZ'는 13일(이하 한국시간) "김민재는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뒤 쭉 수비진에 배치됐다. 그러나 지난 두 경기에서는 놀랍게도 벤치에 앉아야 했다"라고 김민재의 최근 상황을 설명하며 아우겐탈러와 인터뷰를 전했다.

아우겐탈러는 바이에른 뮌헨의 원클럽맨으로 전설적인 수비수다. 그는 1976년부터 1991년까지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면서 분데스리가를 7차례 우승했고, 독일 국가대표로도 1990년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은퇴 후에도 유소년 팀, 수석코치, 감독 대행 등을 하며 바이에른 뮌헨과 인연을 이어갔다.
김민재는 최근 주전 경쟁에 애를 먹고 있다. 지난 1월 임대생으로 새로 합류한 에릭 다이어와 부상에서 복귀한 마테이스 더 리흐트가 주전 자리를 꿰찬 상황. 
TZ는 "현재 바이에른 뮌헨의 '수비 몬스터'는 중단됐다. 김민재는 일시적으로 주전 자리를 잃었다"라며 "위기에 빠진 토마스 투헬 감독은 김민재를 벤치에 앉혔다. 바이에른 뮌헨은 김민재와 다요 우파메카노를 선발 명단에서 제외한 채 라치오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 2차전에서 3-0으로 이겼고, 리그에서도 마인츠를 8-1로 제압했다"라고 설명했다.
아우겐탈러는 수비진 이야기가 나오자 "우파메카노와 김민재가 중앙 수비에서 함께 뛰었을 때 그들의 개인 능력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좋은 수비를 만드는 요소인 조화가 부족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라치오전과 마인츠전에서 수비력이 훨씬 좋아졌다. 단지 마테이스 더 리흐트와 에릭 다이어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팀은 이미 잘 만들어져 있었다. 그리고 모두가 최선을 다했고, 이 팀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볼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김민재가 겪고 있는 언어적 장벽도 언급했다. 아우겐탈러는 "의사소통 관점에서 보면 김민재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는 한국에서 왔고, 중국에서 튀르키예로, 튀르키예에서 이탈리아로 간 뒤 지난 여름 뮌헨으로 왔다. 그는 계속 새로운 언어를 배워야 했다. 이 점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아우겐탈러는 우파메카노에게도 믿음을 보냈다. 그는 "떠오르는 가장 큰 질문은 '수비진 리더가 누구인가?'이다. 난 우파메카노가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모든 걸 갖추고 있다. 공중볼 싸움에서 강하며 태클도 강하고 빠르다. 그러나 그는 사소한 실수로 실점이나 기회를 내준 뒤 항상 비판받았다. 하지만 그건 수비수 개개인 책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민재는 지난해 여름 바이에른 뮌헨에 합류했다. 2022-2023시즌 나폴리의 리그 우승을 이끈 그는 한 시즌 만에 다시 유니폼을 갈아입으며 독일 무대 정복에 나섰다. 수많은 팀이 군침을 흘렸지만, 투헬 감독이 직접 나서서 김민재를 설득하며 최후의 승자가 됐다. 꿈을 이룬 투헬 감독은 처음 만난 김민재를 끌어안고 볼에 입을 맞추며 크게 기뻐했다.
독일에서도 적응기 따윈 없었다. 김민재는 세리에 A 입성과 동시에 최우수 수비수를 수상한 선수답게 곧바로 바이에른 뮌헨 핵심 수비수로 자리 잡았고, 언제나 팀 후방을 지켰다. 파트너 우파메카노와 더 리흐트가 번갈아 쓰러져도 김민재만큼은 든든히 수비진을 이끌었다.
혹사 논란이 불거질 정도였다. 김민재는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15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하며 한시도 쉬지 못했다. 여기에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일정까지 소화하면서 독일 현지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다이어가 예상치 못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센터백 보강을 원하던 투헬 감독은 지난 1월 다이어를 임대로 데려왔다. 당시 그는 "다이어는 센터백 스페셜리스트"라며 "우리는 그를 센터백 자리에서 활용할 것이다. 그는 오른쪽이나 왼쪽 센터백, 그리고 스리백 전술에서 뛸 수 있다"라고 환영했다.
투헬 감독은 자기가 한 말을 지켰다. 토트넘에서 벤치만 지켰던 다이어를 꾸준히 중용했다. 바이에른 뮌헨 보드진은 물론이고 독일 매체들도 일제히 다이어에게 호평을 내렸다. 
여기에 더 리흐트도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며 출전 시간을 늘려갔다. 김민재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많은 게 바뀐 것. 어느새 투헬 감독이 가장 믿는 조합은 다이어-더 리흐트가 되고 말았다.
투헬 감독은 경기 운영 방식을 이전보다 소극적으로 바꾼 뒤 다이어와 더 리흐트를 먼저 택하고 있다. 다이어도 뒷공간 부담이 사라지자 큰 실수 없이 경기를 펼치며 롱패스 실력까지 뽐냈다. 토트넘 말년 시절 보여준 경기력보다 훨씬 나은 모습이었다.
대신 김민재가 벤치에 앉고 있다. 그는 지난 6일 라치오전에 이어 9일 마인츠전에서도 선발 제외됐다. 김민재가 두 경기 연속 벤치에서 출발한 건 바이에른 뮌헨 이적 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김민재에겐 유독 높은 잣대를 들이대던 '키커'와 '빌트'의 비판도 커지고 있다. 키커는 라치오전이 열리기 전에도 "현재 김민재는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 더 리흐트와 다이어가 중앙 수비의 해결책이 돼야 한다"라고 김민재를 직격 비판했다.
이제는 완전히 다이어가 승자가 된 모양새다. '아벤트차이퉁' 역시 "바이에른 뮌헨은 새로운 수비 조합을 꾸렸다. 다른 2명(김민재, 우파메카노)은 정말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라며 "둘은 패자가 됐다. 김민재는 이제 센터백 3옵션에 불과하다"라고 진단했다.
빌트는 아예 김민재를 '패배자'라고 불렀다. 매체는 "이들은 투헬호의 새로운 패배자들이다. 투헬 감독과 바이에른 뮌헨은 다시 성공의 길로 돌아섰지만, 새로운 체제에서도 패배자가 있다"라며 김민재 이름을 가장 먼저 꺼냈다.
이제는 김민재가 다이어의 후보 선수가 됐다는 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물론 현재 상태가 얼마나 갈지는 의문이지만, 지금만큼은 다이어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투헬 감독도 최근 "김민재에겐 정말 어려운 일이다. 특히 그는 선발로 나설 자격이 있고, 매우 훌륭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럴 때도 있는 법"이라며 "다이어와 더 리흐트가 두 차례 어려운 홈 경기를 치렀고, 이번에도 그랬다. 다이어는 아주 명확하게 플레이하며 말을 많이 한다. 그는 우리에게 좋고, 더 리흐트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둘 다 한 발 앞서 있다"라고 밝혔다.
현지에서는 다이어의 의사소통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모양새다. 아벤트차이퉁은 앞서 "다이어와 더 리흐트는 팀의 기둥이 됐다. 토트넘 백업이었던 다이어는 의구심이 있었으나 수비를 안정화시키고 조직화했다. 다이어의 의사소통 능력은 팀에 매우 좋은 영향을 줬다"라고 칭찬했다. 다른 매체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내놓은 바 있다.
반면 김민재는 아우겐탈러의 말대로 1년마다 팀을 옮기면서 의사소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엔 김민재가 빠르게 동료들과 조직력을 키우고 새로운 언어에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 김민재가 다이어보다 더 클래스 있고 장점 많은 선수라는 사실은 분명한 만큼 조급해질 필요는 없다. 흔들리지 않고 차분히 준비하다 보면 기회는 오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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