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상황 투입에 연투까지…3G 만에 염갈량 사로잡은 신인, 제2의 박명근 기대만발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4.03.16 09: 10

철옹성 같은 프로야구 LG 트윈스 불펜진에 또 한 명의 깜짝 스타가 등장하는 것일까. 지난해 신인으로 염경엽 감독을 사로잡았던 사이드암 박명근처럼, 올해도 박명근처럼 깜짝 스타가 등장해서 시험을 받고 있다.
유신고를 졸업하고 고려대에 진학한 뒤, 얼리 드래프트로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해서 6라운드로 지명된 사이드암 정지헌(21)은 최근 연일 시범경기 마운드에 오르며 테스트를 받고 있다. 이 테스트 기회에서 정지헌은 자신의 모습을 과시했다. 지난 11일 대구 삼성전 1이닝 1볼넷 무실점을 기록하며 시범경기 첫 등판을 무사히 마쳤다.
그리고 지난 14일 창원 NC전에서는 위기 상황에 마운드에 올랐다. 4-6으로 역전을 당한 7회말, 1사 2루에 마운드에 올라왔다. 위기 상황에서 테스트를 받았다. 그러나 송승환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며 1사 1,2루 위기를 자초했다. 하지만 도태훈을 2루수 직선타로 처리한 뒤 2루 주자까지 잡아내며 7회를 넘겼다.

정지헌 /LG 트윈스 제공

염경엽 감독은 “위기 상황에서 한 번 써봤다. 제구력이 약간 흔들리긴 하더라”라면서 “위기에서 그렇게 막아봐야 멘탈도 한 단계 성장한다. 지금은 저도 부담이 없다. 시즌 때는 그 상황에 마운드에 올라가면 부담이 더 엄청나고 지금보다 2배의 데미지를 받는다. 지금이라도 이렇게 테스트를 해봐야 한다”라며 투입 배경을 설명했다.
운이 따르긴 했지만 그래도 위기 상황에서 승계주자를 들여보내지 않았다. 성공의 경험이 쌓였다. 그리고 15일 경기, 다시 한 번 마운드에 올랐다. 이번에는 연투였다. 7회말 마운드에 오른 정지헌은 선두타자 송승환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다. 1사 후 좌타자 도태훈을 상대로는 3볼 카운트로 몰렸지만 4구 째에 2루수 땅볼을 유도했다. 2아웃을 먼저 잡고 맞이한 대타 최우재를 상대로는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을 뽑아냈다. 체인지업 4개, 슬라이더 1개 등 변화구를 구사하면서 삼진을 솎아냈다.
정지헌 /LG 트윈스 제공
이날 LG가 11-7로 승리를 거뒀고 정지헌은 승리 투수가 됐다. 경기 후 염경엽 감독은 “정지헌이 오늘도 체인지업을 적절히 섞어가며 좌타자를 상대하는 모습이 좋았고 남은 시범경기에서 더욱 발전하는 모습을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나름 깊은 인상을 남겼고 앞으로 남은 시범경기에 좀 더 중용할 것임을 암시했다. 
정지헌이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염 감독은 이미 정지헌의 강점을 파악하고 어떻게 활용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그는 “정지헌은 최고 구속 147km까지 나오고 직구의 무브먼트가 좋다. 체인지업과 직구의 팔 높이가 같아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고 기용할 수 있는 사이드암 투수다. 제2의 승리조 후보로 가장 근접해 있다”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OSEN DB
이어 “마운드에서 당당한 모습이다. 신인치고 싸움닭 기질도 갖췄다. 그래서 코칭스태프에서도 좋게 평가하고 있다”라는 염경엽 감독은 “젊은 선수는 그런 맛이 있어야 한다. 코칭스태프와 팬들에게 자기를 보여줄 좋은 장점”이라고 했다. 
결국 위기 상황에서도, 그리고 연투 상황에서도 자신의 강점을 보여주고 인상을 남겼다. 연달아 성공의 경험을 쌓았다. 시범경기지만 기죽지 않는다는 강점을 어필했다. 180cm, 85kg의 체격조건을 갖고 있는 사이드암 정지헌은 마치 지난해 염경엽 감독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박명근(20)을 연상케 한다. 같은 사이드암에 체격조건이 크지 않다는 공통분모도 있다.
박명근은 지난해 57경기 4승3패 5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점 5.08의 성적을 남겼다. 지난해 입단과 동시에 염경엽 감독을 사로 잡았다. 데뷔 시즌부터 비중있는 역할을 맡으면서 고우석(샌디에이고)이 빠진 마무리 투수 후보로도 꼽히기도 했다. 그만큼 박명근을 높게 평가했다. 
1년 전 박명근처럼, 정지헌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박명근은 시험을 통과하고 자신을 증명했다. 정지헌은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염경엽 감독의 시선을 계속 붙잡아둘 수 있을까.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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