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마일 안 던져도 통하잖아” 다저스 출신 외인도 감탄…국대 괴물신인, 어떻게 세계를 놀라게 했나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4.03.20 06: 40

“100마일을 굳이 안 던져도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상대로 통한다는 걸 보여줬다.”
LA 다저스 강타선에 삼진 2개를 잡아낸 두산 괴물신인 김택연(19)이 연일 화제다. 아직 프로에 데뷔도 하지 않은 19살 우완 영건은 어떻게 단 ⅔이닝 만에 전 세계 야구계를 놀라게 했을까. 
지난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팀 코리아와 LA 다저스와의 스페셜게임. 이를 관중석에서 관람한 KT 외국인투수 윌리엄 쿠에바스는 이튿날 취재진과 만나 김택연의 투구를 직접 눈으로 본 소감을 전했다. 

6회말 2사에서 마운드를 내려오는 팀 코리아 김택연. 2024.03.18 / jpnews@osen.co.kr

KT 윌리엄 쿠에바스 / OSEN DB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과 마찬가지로 김택연이 누군지 몰랐지만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와 제임스 아웃맨을 연달아 삼진 처리하는 걸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쿠에바스는 “김택연이 누군지 몰랐지만 93마일(149km) 직구로 헛스윙 유도하는 걸 봤다”라고 말했다. 
김택연은 이날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후보로 꼽히는 다저스를 상대로 ⅔이닝 2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치며 한국, 미국, 일본 야구계를 놀라게 했다.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2024’ LA 다저스와 팀 코리아의 경기가 열렸다.6회말 팀 코리아 김택연이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2024.03.18 / jpnews@osen.co.kr
김택연은 2-4로 뒤진 6회말 오원석에 이어 팀의 4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수많은 관중이 운집한 고척돔에서 메이저리그에서도 수준급 타자로 평가받는 에르난데스와 아웃맨을 연달아 삼진으로 돌려보냈다. 두 선수 모두 헛스윙 삼진이었다.
김택연은 에르난데스 상대로 직구와 커브로 1B-2S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한 뒤 5구째 93.7마일(150km) 포심패스트볼을 한가운데에 던져 헛스윙을 유도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159홈런을 친 슬러거를 꺾은 순간이었다. 
후속 아웃맨 상대로는 잠시 제구가 흔들리며 볼 3개를 연달아 던졌다. 그러나 빠르게 풀카운트를 만든 뒤 6구째 92.5마일(148km) 포심패스트볼을 다시 가운데에 과감히 뿌려 헛스윙 삼진을 기록했다.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2024’ LA 다저스와 팀 코리아의 경기가 열렸다.6회말 팀 코리아 김택연이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2024.03.18 / jpnews@osen.co.kr
김택연의 역할은 여기까지였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전체 1순위 신인 황준서와 교체됐고, 관중들의 열렬한 환호성과 함께 더그아웃으로 퇴장했다. 아직 데뷔도 안 한 터라 메이저리거를 상대로 험난한 승부가 예상됐지만 지난해 아마추어 무대, 청소년대표팀, KBO리그 시범경기에서 그랬듯 씩씩하고 과감하게 자신의 공을 뿌리며 대형 신인의 탄생을 예감케 했다. 
김택연의 이날 직구 분당 최고 회전수는 무려 2483으로, 다저스와 팀 코리아 투수들을 통틀어 가장 높았다. 다저스 선발로 나선 100마일(161km) 파이어볼러 바비 밀러보다도 높은 수치였다. 
6회말 팀 코리아 김택연이 다저스 에르난데스를 삼진 처리하며 교체되고 있다. 2024.03.18 /jpnews@osen.co.kr
1루 관중석에서 이를 지켜본 쿠에바스는 “경기를 봐서 알겠지만 KBO리그에서 잘 던지는 투수도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상대로 통한다는 걸 볼 수 있었다. 100마일(161km)을 던지지 않고 90~95마일(144~152km)을 던져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다. 굳이 100마일짜리 공을 세게 던질 필요가 없다는 걸 느꼈을 것”이라고 관전평을 전했다. 
김택연뿐만이 아니었다. 김택연에게 바통을 이어받은 전체 1순위 신인 황준서가 미겔 바르가스를 하이패스트볼을 이용해 헛스윙 삼진 처리했고, 그 전에 제2의 김광현으로 주목받는 좌완 오원석 또한 2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선보였다. 팀 코리아의 젊은 마운드는 17일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잰더 보가츠, 매니 마차도 등 강타자들이 즐비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타선을 9회까지 1실점으로 봉쇄하기도 했다. 
6회말 2사에서 팀 코리아 황준서가 다저스 미겔 바르가스를 삼진 처리하고 있다. 2024.03.18 /jpnews@osen.co.kr
쿠에바스는 “어린 선수들에게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다. 너무 좋은 기회를 얻었다. 내가 20살이었을 때도 이런 기회가 있었으면 너무 좋았을 것 같다”라고 부러워하며 “한국의 좋은 선수들이 미국 타자들을 상대로 통한다는 걸 보여준 경기였다. 나로서도 뜻 깊은 경험이었다”라고 전했다. 
한편 쿠에바스는 20일 다저스와 샌디에이고의 메이저리그 공식 개막전 티켓을 미리 수령하기 위해 18일 고척스카이돔을 방문했다가 운 좋게 스페셜게임 가족석 티켓 1장을 얻었다.
쿠에바스는 지난해 LA 다저스 산하 트리플A 시절 함께했던 바비 밀러, 개빈 스톤 등의 투구를 흥미롭게 지켜보다가 김택연의 투구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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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윌리엄 쿠에바스 /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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