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개봉은 5월로 예정했는데 ‘서울의 봄’ 5개월 후의 이야기라서 3월 개봉으로 변경하게 됐다.”
강승용 감독은 20일 오후 서울 이촌동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1980’의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서울의 봄’은 제가 두 번이나 봤다. (감독과 제작진이)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고 만들었는지 잘 살펴본 거다. ‘서울의 봄’은 걸작”이라며 개봉 시기를 변경한 것과 관련해 이 같이 설명했다.
이날 강 감독은 “저희가 원래 5월 개봉을 기다리고 있었다. 근데 (‘서울의 봄’에) 1300만여 명의 관객들이 호응해 주셨다. 저희는 (1979년 12·12사태 발생) 5개월 후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서 “‘1980’이 ‘서울의 봄’처럼 화려하지 않고 제작비도 상대적으로 덜 들어간 작은 영화지만 출연 배우들이 맡은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고 자신들만의 강점을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은 누적 관객수 1312만 7245명(영진위 제공)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어 강승용 감독은 “배우들이 각자 맡은 등장인물의 심경이나 느낌을 내면연기로 잘 표현해줬다고 생각한다. ‘1980’은 각 캐릭터가 가진 아픔, 고통, 분노까지 잘 담긴 영화라고 생각한다. 작은 영화지만 그게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관객들의 극장 관람을 기대했다.
새 영화 ‘1980’(감독 강승용, 제작 ㈜히스토리디앤피·(주)디에이치미디어·굿픽처스, 제공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공동제공 (주)MK 글로리아, 공동배급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와이드릴리즈(주))은 전남도청 뒷골목에서 5월 17일 중국 음식점을 개업한 철수네 가족과 이웃의 이야기로 1979년 12월 12일 군사반란이 일어난 지 불과 5개월 후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영화에서 강신일은 중식당을 오픈한 철수 할아버지 역을, 한수연은 철수 엄마(김규리 분)의 이웃사촌 영희 엄마 역을, 백성현은 철수 할아버지의 아들 역을 맡았다.
‘1980’의 가제는 ‘화평반점 1980’이었다. 이에 감독은 “화평반점이라는 말을 빼고 ‘1980’으로 바꾸었다. 1979년 10월부터 1980년 9월 전두환 대통령의 취임식 직전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소개했다. 영화의 촬영은 팬데믹 기간이었던 지난 2021년 7월 26일부터 3개월 간 진행됐다.
그러면서 감독은 “5·18 소재를 상영한다는 게 어느 정도 위험요소는 있다. 그러나 ‘1980’이 정파적, 정치적 영화라기보다 5·18의 순수한 정신과 진실을 담고 싶었다”며 “(제가 느끼기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에 위기가 온 거 같다. 저는 민주주의의 뿌리가 5·18이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이제는 관객들이 판단하실 거 같다”고 관객들의 관람평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5·18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흥행에 성공한 ‘화려한 휴가’, ‘택시운전사’ 등의 영화들과의 차별점을 묻는 질문에 “‘1980’은 소시민의 이야기다. 누구나 참여할 수밖에 없었던,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며 소시민이 주인공이라고 했다. “‘1980’의 장점은 보편적 소시민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래서 극 중 꼬마의 이름이 철수와 영희다. 이들이 키우는 강아지의 이름도 바둑이라고 지었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이름을 통해 보편성을 내세우고 싶었다. 영화 전체적으로 우리 이웃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강 감독은 “저도 작품을 만들기 전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지식이 짧아서 영화를 만들면서 공부를 하게 됐다. 책으로 익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어서 광주 피해자들을 만나고 인터뷰 하면서 더 알게 됐다. 인트로와 아웃트로에 다큐영상을 삽입해 사실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캐릭터 철수와 철수 아빠는 실존 인물들을 모티프로 삼았는데, 철수 아빠는 5·18 시민군 중 한 명인 윤상원 열사”라고 알렸다.
한편 강 감독은 철수 엄마 역할에 김규리를 캐스팅한 이유는 그녀가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을 즐겨들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제가 보통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쓴다. 새벽에는 (잠이 덜 깨)정신이 혼미한데, 김규리가 ‘퐁당퐁당’의 DJ를 맡고 있었다. 제가 그 방송을 애청했는데 철수 엄마 역할을 김규리가 하면 어떨까 싶었다. 갖고 있는 느낌과 이미지에 잘 어울리겠다 싶었다. 시나리오를 줬는데 그 다음날 바로 ‘할 수 있겠다'는 얘기를 하셨다.”
김규리는 이 영화에서 철수 엄마 역을 맡았다. 철수 엄마는 둘째를 임신한 채 가족을 돌봐야 하지만 언제나 환한 미소를 잃지 않는 맏며느리. 집안의 활력소이자 동네의 궂은일 해결사다.
출연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김규리는 “감독님에게 제안을 받은 바로 그 다음날 제가 진행하던 프로그램에서 잘렸다.(웃음) 저의 온 시간을 ‘퐁당퐁당’에 쏟아왔는데 내가 잘려서 ‘내가 가야할 길은 이거다’ 싶었다”며 “대본을 읽어 봤는데 너무 좋았다. 출연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소시민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시간 동안 제가 다 쏟아부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목표 시민들이 너무 따뜻하게 대해주셨다”고 밝혔다.
이날 김규리는 “이 영화를 보고 제가 너무 많이 울었다. ‘눈물의 여왕’이다.(웃음) 저희 아버지는 제가 울면 ‘너무 못생겼다’고 우는 걸 싫어하신다. 우는 신이 많아서 뭐라고 하실지 모르겠다”며 “저는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시고나서 짜장면 한 그릇 먹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으면 좋겠다.(웃음) 짜장면, 식욕이 우리와 가까운 이야기다. 짜장면처럼 소시민의 이야기다. 누군가 나에게 진심을 다해 울어준다면, 누군가를 위해 울어줄 수 있다면 괜찮은 인생인 거 같다. 이 영화가 누군가에게 그런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1980’의 개봉은 3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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