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의 시대가 또 한 번 도래했다. 영화 ‘명량’(2014)으로 10년 동안 역대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배우 최민식이 영화 ‘파묘’(2024)로 또 한 번 천만작을 필모그래피에 넣게 됐다.
이제는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는 줄 알았던 최민식이 ‘파묘’에서 보여준 연기는 말 그대로 살아있는 레전드의 존재감을 실감케 했다. 역시나 ‘민식이 형’은 재능이 있는 배우다.
24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를 보면 ‘파묘’는 어제(23일) 26만 5417명이 들어 누적 관객 996만 5314명을 모았다. 상영 32일째인 오늘 오전 8시 기준으로 1000만 1642명을 돌파했다.
이로써 지난달 22일 극장 개봉해 어제(3월 23일)까지 31일 연속으로 일별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켰으며 32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하게 된 것이다.
장재현 감독이 각본 연출을 맡은 ‘파묘’(감독 장재현, 제공배급 ㈜쇼박스, 제작 ㈜쇼박스·㈜파인타운 프로덕션, 공동제작 ㈜엠씨엠씨)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
국내 최고 풍수사 상덕을 연기한 최민식은 줄곧 고수의 진가를 드러내며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묵직하게 서 있었다. 그는 대선배로서 자신의 뜻을 관철하겠다는 마음보다 후배 감독의 연출 의도를 더 존중해줬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장재현 감독이 막냇동생 같았다. 현장에서 일처리를 너무 잘하고 디렉션도 정확해서 나 스스로를 조감독이라고 생각하고 그의 결정을 따랐다”고 밝혔기 때문.
최민식은 각본 및 기획의도가 만들어준 상덕 캐릭터가 자신의 주관적 해석으로 인해 행여 흩어질세라 끊임없이 장 감독에게 자문을 구하며 표현한 것이다.
최민식과 장재현 감독이 ‘파묘’를 통해 처음 호흡을 맞췄음에도 마치 그간 여러 번 작업해 온 것처럼 보이는 손짓과 발짓을 치열하게 맞춰나갔다. 표정과 말투, 걸음걸이 하나까지 카리스마 넘치는 최민식은 배우로서 최고의 기량을 갖추었지만, 장재현 감독의 의도에 따라 어느새 국내 최고의 풍수사 상덕으로 변신해 있었다.
최민식과 김상덕의 사이를 잇는 ‘국내 최고 1인자’라는 1할의 공통점은 어느새 100할이 되었고 관객들은 언제나 그랬듯이 스크린 속 그의 연기를 진짜라고 믿게 된다.
2014년 개봉한 최민식 주연의 ‘명량’(감독 김한민) 누적 관객수는 1761만 6299명(영진위 제공). 그간 훌륭한 국내 작품들이 줄지어 나왔음에도 좀처럼 이 기록을 깨지 못하고 있다. ‘최민식이 최민식 해야’ 비로소 깰 수 있는 수치인 걸까.
여러 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최민식을 질릴 만큼 봐왔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왜 계속 그를 좋아할 수밖에 없을까. 그에게 남우주연상이 아깝지 않다는 이 호들갑은 부디 설레발이 아니기를, 영화계에서 오랫동안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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