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여왕’ 김수현-김지원 “요상스레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 김재동 기자
발행 2024.03.25 10: 09

[OSEN=김재동 객원기자] 요상스레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tvN 토·일 드라마 ‘눈물의 여왕’의 백현우(김수현 분)는 기분이 좋았다.
“지천인 토끼풀을 팔아서 돈을 벌려고 하다니 봉이 김선달이 따로 없네. 어떤 호구가 이걸 산다고...” 투덜대던 홍해인(김지원 분)이 2유로나 주고 네 잎 클로버를 샀을 때는 미처 몰랐다. “내일 주사요법 결과 나오잖아. 지금 나는 행운이 많이 필요하다고.”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해인을 케밥 노점 웨이팅 줄에 세워놓고 뜀박질해 되돌아간 곳. 행운의 네잎 클로버 가게는 문을 닫기 직전이었다. 다행히 남은 모든 네잎 클로버를 살 수 있었다. ‘뒤늦게라도 깨달은 내 머리 칭찬해!’
해인에게로 돌아가던 길, 다리를 건너던 중 성당의 종소리를 듣고 생각이 났다. 3년 전 신혼여행때 사랑의 자물쇠를 걸어 두었던 곳이. 낯 동안엔 해인과 함께 한참을 헤맸지만 찾지 못했던 그 자물쇠의 위치가. 그리고 마침내 찾아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우리 해인이 얼마나 좋아할까?
건널목 맞은 편의 해인도 케밥을 흔들며 기뻐하고 있었다. 신호가 바뀌고 한 뭉치의 네잎 클로버를 건네며 오늘 찾아온 기적에 대해 말하려는 순간. 뿌리치는 손길. 행운의 클로버들은 해인의 행운 케밥들과 함께 바닥으로 팽개쳐졌다.
그리고 해인이 들이미는 핸드폰 속 화면 하나. 자신이 작성했던 합의이혼 협약서다. 눈물 그렁그렁한 해인의 눈동자는 말 그대로 상처투성이였다. “아니라고 말해!” 외치는 해인의 바람은 들어줄 수 없었다. 어떻게 그 눈을 들여다보며 거짓을 말할 수 있을까.
요상스레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벼룩시장을 돌며 행운을 샀다. 정확히는 토끼풀. 하지만 흔한 것이 아닌 행운의 상징 네잎 클로버다. 호객꾼은 독일에선 네잎 클로버를 만나면 1년 운이 좋아진다고 설레발친다. 토끼풀 하나에 2유로는 터무니없지만 1년 운에 2유로라면 못살 것도 없다. 여긴 독일이니까 정말로 영험을 발휘할 지도 모르고. 어쩐지 든든해진다.
여기저기 둘러보니 참 한가한 사람들이 많다. 멋대가리도 없는 분수대 앞에서 햇볕이나 쬐거나 비둘기한테 빵쪼가리나 주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들. 백현우는 저렇게들 쉬는 거라는데 흥, 쳇, 핏이다. “자기들은 시간이 많다는 건가? 사치스럽긴..”
그랬는데 마침 저녁식사 무렵. 길게 줄 늘어선 케밥 노점이 보인다. 문득 ‘내 차례 오기 전에 케밥 떨어지면 안되는데..’ 같은 한가한 걱정이나 하고 싶어졌다. 볼 일 있다고 떠난 백현우 대신 줄을 서 순서를 기다렸다.
바로 앞 사람이 몇 개 남았는지를 묻자 5개 남았다는 답이 돌아온다. ‘문제 없겠군’ 싶었는데 뭐 5개 다 달라고? 미국에서 이거 먹으러 비행기 타고 왔으니 그럴 권리가 있다고? 이 얌생이가! 난 3개월 시한부 선고 받고 벌써 한 달이나 지난 여자야. 내가 이거 못먹고 죽어야겠어?
그렇게 전리품으로 케밥 2개를 양보받았다. 마침 건널목 저편에서 무언가를 들고 주책맞게 웃음을 흘리면서 뛰어오는 현우가 보인다. ‘못말려. 나만 보면 저렇게 좋아한다니까’ 싶은 판에 엄마가 보낸 파일 하나. 열어보니 합의이혼 협약서? 당사자가 백현우, 그리고 홍해인?
머릿 속이 하얘진다. 그럴 리가.. “아니라고 말해! 모르는 거라고 해!” 다그쳐는 보지만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내 안의 안달임을 나라고 왜 모를까. 그리고 비수처럼 잔인하게 폐부를 찔러오는 현우의 고백. “내가 쓴 거야. 먼저 얘기 못 해서 미안해!”
사실 현우의 첫사랑이 교장선생님 딸일지는 몰라도 해인의 첫사랑은 현우였다. 현우가 우산과 함께 프로포즈를 건넨 날 해인의 가슴에 현우가 들어왔다.
우산없이 비를 맞고 버스정류장에 들어선 현우를 차안에서 보았다. 정류장의 현우는 비죽비죽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프로포즈를 건넨 것이 제 스스로 퍽이나 대견한 표정이었다.
그 웃음이 아까워 운전기사에게 부탁해 차를 천천히 몰았다. 어느 날은 현우가 탄 버스를 따라갈 것을 부탁했다. 강 건너까지 돌아가야 한다지만 그게 무슨 상관. 버스 안 현우는 이어폰을 끼고 음악이라도 듣는지 머리를 까닥이고 있다.
멀리서 바라만 봐도 좋았다. 생각 안하려고 해도 생각이 나고 괜히 얼굴 한번 보려고 길도 막 돌아서가고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해인은 그 순간 그 경험을 첫사랑이라 규정했었다.
이혼합의서라고? 놈에게 말했었다. 나 죽고 나면 날 아까워 해주면 좋겠다고. 내가 없는 세상을 좀 아쉬워 해주면 좋겠다고. 뒷통수에서 이혼이나 꿈꾸고 있던 인간을 상대로 그런 허망한 바람을 밝혔다니...
그런 고백도 했었다. “나 유언장 있어. 엄마가 그거 안쓰면 절대 결혼허락 안해준다고 해서. 당신에게 한 푼도 안가. 그냥 쓴 거였어 당신이랑 결혼하고 싶어서. 근데 고칠 거야.” 그랬더니 뭐라고? “고마워. 근데 지금은 안돼. 절대로. 나중에 당신 완치판정 받으면 그때.” 사람이 이렇게 가증스러울 수도 있다. 그 영혼 없는 립서비스에 감동받은 홍해인, 넌 얼마나 멍청했던 거야.
그런 인간을 위로까지 했었지 아마. “시간이 많이 흘러서 당신이 죽게 되잖아? 그럼 내가 천사가 돼서 당신을 데리러 올게. 그럼 덜 무서울 거잖아.” 그때 놈이 이렇게 말했지. “확실해? 덜 무서운 거?” 그때 왜 눈치 못챘지? 죽어서까지 날 보는 게 무섭다는 거잖아. 끔찍하다는 거잖아. 그것도 모르고 “당연하지. 천사 중에서도 제일 이쁠텐데.”라고 푼수를 떨었다니. 얼마나 비웃었을까?
그렇게 ‘눈물의 여왕’ 백현우-홍해인 커플은 6회 만에 파경 위기를 맞았다.
퀸즈그룹을 향한 오랜 음모가 강요한 파경이다. 윤은성(박성훈 분)-천다혜(이주빈 분)-그레이스 고(김주령 분)-현우 비서(정지환 분)까지 엮인 치밀한 음모. 여기에 모슬희(이미숙 분)란 위장신분의 오순영까지.
이 광범위하고 오랜 퀸즈몰락 프로젝트에 맞서는 백현우-홍해인 커플에겐 정말 많은 행운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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