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축구가 한국 잡기에 진심이다. 막대한 투자까지 아끼지 않고 있다.
황선홍 임시 감독이 지휘하는 축구대표팀은 26일 오후 9시 30분(한국시간)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홈팀 태국을 상대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4차전’을 치른다. 3차전 서울에서 1-1로 비긴 한국은 자존심 회복에 나선다.
태국 원정경기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의 잔디 상태다. 지난해 7월 토트넘이 방콕에 아시아투어로 방문했을 때 갑자기 폭우가 내렸다. 그라운드가 논두렁으로 변했고 경기가 전격 취소됐다. 손흥민을 보기 위해 거액을 투자한 태국 팬들이 화가 난채 발길을 돌렸다.
그 사건으로 태국축구협회가 느낀 점이 많았다. 결국 한국전을 겨냥해 거액을 들여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의 대대적인 잔디교체 공사를 실시했다. 단순히 잔디만 새로 깐 수준이 아니다. 중장비를 투입해 기존 그라운드의 땅을 모두 걷어내고 기초배수공사부터 새로 했다. 이후 새로운 잔디를 깔고 깔끔하게 깎았다. 라인도 새로 정리했다. 잔디만 보면 양탄자가 따로 없는 수준으로 탈바꿈했다.
과거 서울월드컵경기장 역시 잔디상태와 배수가 좋지 못했다. 기성용, 손흥민 등 대표팀 주장들이 꾸준히 문제를 제기했다. 결국 서울월드컵스타디움은 배수시설과 잔디를 전면 교체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맨체스터 시티 내한경기서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음에도 곧바로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태국도 이제 한국과 비슷한 수준의 경기장 환경을 갖췄다. 태국방송 ‘T스포츠7’은 “태국축구협회가 수억 원을 들여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의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를 완성했다. 한국전은 새로운 스타디움을 처음 선보이는 자리다. 새로운 그라운드에서 태국이 한국을 이기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태국이 얼마나 한국전에 진심인지는 승리수당만 봐도 알 수 있다. 누알판 람삼(58) 태국축구협회장은 지난 경기서 한국과 비긴 선수들에게 100만 바트(3660만 원)의 보너스를 지급했다. 태국이 한국에게 승리할 경우 400만 바트(1억 4640만 원)의 승리수당을 받는다.
람삼 회장은 태국의 대기업 무엉타이생명보험의 CEO다. 그는 지난 2022년 ‘동남아 월드컵’ 스즈키컵에서 태국이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을 이긴 뒤 선수들에게 승리수당 2000만 바트(약 7억 원)와 함께 명품, 롤렉스 시계, 아이폰 등을 선물로 지급해 화제가 됐다.
물론 태국의 사기가 높다고 한국이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 어디까지나 객관적인 기량에서 한국이 압도적 우위다. 라자망갈라 그라운드 컨디션이 좋다면 패싱게임을 펼치는 한국에게 더 유리하다. 더 이상 핑계 댈 필요는 없다. 김민재 말처럼 ‘머리 박고’ 뛰면 된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