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가 하기 싫어져요" 눈물 펑펑...인형 목매달기→원숭이 조롱→인종차별 어디까지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4.03.26 14: 16

"점점 더 축구를 하기 싫어지고 있다."
지독한 인종차별이 언제쯤 끝나게 될까. 비니시우스 주니오르(24, 레알 마드리드)가 또 다시 눈물을 흘렸다.
브라질 축구대표팀 공격수 비니시우스는 27일 오전 5시 30분(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리는 브라질과 스페인의 평가전을 하루 앞두고 사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사진] 원 풋볼 소셜 미디어.

비니시우스는 자신이 겪은 인종차별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는 "나는 그저 축구를 하고 싶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 점점 축구하는 게 싫어지고 있다"라며 아픔을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비니시우스는 무너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내가 스페인을 떠난다면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정확히 원하는 대로 된다. 그렇기 때문에 스페인을 떠나는 건 생각해 본 적 없다"라고 힘줘 말했다.
동시에 비니시우스는 "나는 여기에 남을 것이다. 그래야 인종차별주의자들이 계속해서 내 얼굴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용감한 선수고, 레알 마드리에서 뛰고 있고, 우리는 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건 많은 이들에게 잘 맞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비니시우스는 이전부터 노골적인 인종차별에 시달려 왔다. 그는 지난해 5월 발렌시아전에서 경기 전부터 상대 팬들에게 '원숭이'라는 모욕을 들었다. 몇몇 팬들은 원숭이 울음소리를 내며 그를 조롱했고, 경기 중에도 인종차별적 발언을 이어갔다.
참고 뛰던 비니시우스는 원숭이라는 조롱에 관중과 언쟁을 벌였고, 주위의 만류로 다시 경기에 임했다. 결국 후반 추가시간 일이 터졌다. 또 인종차별 발언을 들은 비니시우스가 관중들에게 삿대질했고, 이를 본 발렌시아 골키퍼 마마르다슈빌리가 흥분했다. 또 다른 발렌시아 선수 우고 두로도 비니시우스의 목을 조르며 뒤로 잡아당겼다. 
화를 참지 못한 비니시우스는 우고 두로를 가격하며 반격했다. 이 상황을 반복해 돌려본 비디오 판독(VAR) 심판들은 비니시우스가 우고 두로를 가격한 장면만 돌려본 뒤 비니시우스에게만 퇴장을 명령했다. 우고 두로는 아무런 카드를 받지 않았다. 
경기 후 비니시우스는 인종차별과 맞서 싸우겠다고 선포했다. 그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처음도 아니고, 두 번째도 아니고, 세 번째도 아니다. 라리가에서 인종차별은 정상적인 행위다. 경쟁자들은 그것이 정상이라 생각하며 연맹도 마찬가지다"라며 "한때 호나우지뉴, 호나우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리오넬 메시가 뛰던 이 리그는 이제 인종차별자들의 것일 뿐"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또한 비니시우스는 "스페인 사람들에겐 미안하지만, 오늘날 브라질에서 스페인은 인종차별자들의 나라로 알려져 있다. 불행하게도 나는 매주 일어나는 이 일에 스스로 방어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난 강하고, 인종차별주의자들과 맞서 싸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진] 원숭이라고 외치는 발렌시아 팬들 /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소셜 미디어.
[사진] 데일리 메일 소셜 미디어.
비니시우스를 향한 인종차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가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영상만 보더라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레알 바야돌리드, 마요르카,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등 여러 팀의 팬들이 그를 모욕했다.
비니시우스 유니폼을 입은 인형의 목을 다리에 매단 아틀레티코 팬 4명이 체포되는 충격적인 사건도 있었다. 지난해 1월 레알 마드리드는 코파 델 레이 8강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맞붙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충격적인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았다.
바로 레알 마드리드 훈련장 근처 다리에 비니시우스 유니폼을 입은 인형의 목이 밧줄로 매달려 있던 것. '마드리드는 레알을 증오한다'라고 적힌 현수막도 붙어 있었다.
결국 범죄를 저지른 4명은 증오 범죄 혐의로 체포됐다. 스페인 경찰에 따르면 체포된 이들은 모두 남성으로 각각 19세, 21세, 23세, 24세다. 그중 3명은 울트라스 '프렌테 아틀레티코' 회원으로 이전에도 경기 중에 위험인물로 분류된 바 있다. 심지어 한 명은 범죄 전과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라리가와 여러 선수들은 비니시우스와 연대했다.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은 이어진 라요전에서 비니시우스의 이름과 등번호 20번이 적힌 유니폼을 입었고, 팬들은 "우리 모두가 비니시우스다. (인종차별은) 이제는 그만"라고 적힌 비니시우스 지지 걸개를 내걸었다.
라요 선수들도 뜻을 모았다. 라요 주장 산티 코메사냐는 레알 마드리드 주장 카림 벤제마와 나란히 인종차별 반대 문구가 적힌 주장 완장을 찼다. 또한 선수단 모두 경기 시작에 앞서 '인종차별, 축구에서 나가라'라고 적힌 현수막을 함께 들었다.
베르나베우를 찾은 관중들은 전반 20분이 되자 다 같이 비니시우스를 향해 박수를 보냈다. 부상 여파로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그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들어 올리며 화답했다. 스페인 '아스'에 따르면 감동한 비니시우스는 팬들과 사진을 찍어 주며 사인해 줄 뿐만 아니라, 구단 관계자석을 떠나 팬들과 어울렸다.
비니시우스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뱉은 발렌시아 팬 3명은 경기장 평생 출입 금지 징계를 받았고,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VAR실에 있던 심판 6명도 전원 보직 해임됐다. 스페인축구연맹(RFEF)은 이들이 발렌시아 선수들이 비니시우스 목을 조른 장면은 생략한 채 그가 우고 두로를 가격한 장면만 반복했다며 큰 오류를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사진] 비니시우스에게 연대 메시지를 보낸 레알 마드리드 팬들 / 기브 미 스포츠 미디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정부도 비니시우스의 이름을 딴 인종차별 금지법 '비니 주니어 법'을 제정하며 인종차별 방지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해 10월에도 그를 향해 원숭이 제스처를 취하던 세비야 관중이 퇴장당하는 등 인종차별 사건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이번 브라질과 스페인의 경기에선 인종차별 반대운동의 일환으로 '원 스킨(One Skin)'이라는 슬로건이 내걸릴 예정이다. 비니시우스는 브라질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자신이 뛰는 스페인 무대에서 레알 마드리드 동료들을 비롯한 스페인 선수들을 상대한다.
비니시우스는 "내게 일어난 일을 처음 비난한 이후로 상황이 더 나빠졌다. 사람들은 처벌받지 않기 때문에 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려고 노력하고자 내 피부색을 계속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다른 방법으로도 나를 신경 쓰게 할 수 있고, 그건 문제가 없다. 그냥 축구를 하고 싶다. 아무도 피부색 때문에 괴롭히지 않은 채 경기장에 갈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호소했다.
또한 비니시우스는 "매 사건마다 점점 더 기분이 나빠지고 있지만, 난 여기 서 있어야 한다. 난 스페인 팬들이 아니라 전 세계의 인종차별에 맞서 싸우는 것이다. 주요 문제는 스페인에서 인종차별은 범죄가 아니라는 것"이라며 "축구도 중요하지만, 흑인들이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싸우는 게 더 중요하다. 그렇게 된다면 난 중요한 것에만 집중하고 우리 팀 경기를 치를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평범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계속 뛰고 싶다"라고 눈물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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