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 필요 없다!" 161km→175km, SF 홀린 이정후 미친 타구속도…그런데 신인왕 후보도 못 들다니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4.03.30 21: 40

단 2경기 만에 미국 메이저리그를 홀렸다. 이정후의 맹활약에 샌프란시스코 공식 SNS는 쉴 틈이 없다. 하지만 이정후는 신인왕 후보 명단에서 이름이 빠졌다.
이정후는 3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경기에 1번 중견수로 선발 출장해 5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활약하며 팀의 8-3 승리를 이끌었다.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2경기 연속 안타에 타점, 그리고 데뷔 첫 멀티히트 경기를 완성했다. 
전날(29일) 데뷔 첫 안타를 뽑아낸 이정후의 방망이는 1회부터 불을 뿜었다. 마운드에서 만난 샌디에이고의 선발은 조 머스그로브. 2022시즌 도중 5년 1억달러(1347억원) 계약을 맺은 에이스다. 이정후는 과감하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이정후는 1회초 선두타자로 등장해 초구 92.3마일(148.5km) 싱커가 스트라이크로 들어오는 걸 지켜봤다. 그리고 2구째 몸쪽 가운데로 쏠린 87마일 체인지업을 받아쳐 중전 안타를 뽑아냈다. 이 타구의 속도는 무려 108.9마일(175.2km)였다. 

4회초 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적시타를 날리며 기뻐하고 있다. 2024.03.30 /jpnews@osen.co.kr

2회초 1사에서 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나고 있다. 2024.03.30 /jpnews@osen.co.kr

두 번째 타석에서도 이정후는 침착했다. 2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을 맞이한 이정후는 3볼 1스트라이크의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했다. 히팅 카운트에서 이정후는 머스그로브의 5구째 89.7마일(144km) 커터를 받아쳤다. 92.1마일의 타구속도로 날아간, 비교적 잘 맞은 타구였지만 뻗지 못했다.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3회 1사 1,2루의 기회를 맞이했다. 이정후는 1볼1스트라이크에서 92마일(148km) 포심을 받아쳤다. 샌디에이고 유격수 김하성 쪽으로 향한 타구였고 김하성 옆을 빠져나가면서 좌중간 적시타를 만들어냈다. 
이후 타석에서 이정후는 안타를 뽑아내지 못했다. 7회초 선두타자로 등장한 이정후는 스티블 콜렉을 상대로 2스트라이크의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고 4구째 94.4마일(152km) 포심을 받아쳤지만 2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이정후는 8회초 2사 2루의 마지막 타석을 맞이했다. 에넬 데 로스 산토스를 만난 이정후. 1볼 1스트라이크 카운트에서 93.6마일 포심을 강하게 때렸다. 이번 타구 속도는 1회 안타 때 타구와 비슷한 108마일(174km)의 타구 속도를 형성했다. 그런나 중견수 잭슨 메릴이 뒤로 향하는 타구를 걷어내면서 이정후의 3안타 경기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기대 타율이 6할6푼이나 되는 타구였지만 안타로 연결되지 못한 게 아쉬운 대목이었다. 
4회초 1사 1,2루에서 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1타점 좌중간 적시타를 날리고 있다. 2024.03.30 /jpnews@osen.co.kr
1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중전 안타를 날리고 있다. 2024.03.30 /jpnews@osen.co.kr
이정후의 계약 금액은 버스터 포지(9년 1억6700만 달러), 자니 쿠에토(6년 1억3000만 달러), 맷 케인(6년 1억2750만 달러), 배리 지토(7년 1억2600만 달러)에 이은 구단 역대 5위였다. 우려의 목소리는 어쩌면 당연했다. 지금은 골드글러브이자 핵심 선수급으로 성장한 샌디에이고 김하성도 데뷔 초반에는 혹독한 적응기를 보내야 했다.
하지만 이정후는 스프링 트레이닝 시범경기부터 13경기 타율 3할4푼3리(35타수 12안타) 1홈런 5타점 6득점 2도루 OPS .911로 뜨거운 타격감을 과시했고 이를 정규시즌까지 이어오고 있다. 전날 경기에서도 100.4마일(162km), 99.9마일(161km)의 강한 타구들을 연거구 생산해내더니 이날은 더 강한 타구를 때려냈다.
멜빈 감독 역시 매일 달라지는 환경 속에서도 강한 타구를 생산해내는 이정후의 재능을 극찬했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는) 단순히 멀티히트를 쳤을 뿐만 아니라 아마 가장 강한 타구를 날리는 중견수일 것이다. 이정후는 스프링 트레이닝부터 꾸준히 좋은 스윙을 보여줬고 전혀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투수들을 상대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좋은 활약을 하고 있다”라면서 “이런 레벨에서 자신의 경기를 제대로 해내는 선수를 지켜보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경기를 마치고 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밥 멜빈 감독과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2024.03.30 /jpnews@osen.co.kr
8회초 2사 2루에서 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나고 있다. 2024.03.30 /jpnews@osen.co.kr
이정후는 “어제 오늘 경기는 80점 정도 주고 싶다. 무난하게 잘하고 있는 것 같다. 매일매일 새로운 투수들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공을 보기 보다는 빨리 적극적으로 치려고 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고 이날 경기 소감을 밝혔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계정은 전날 이정후의 첫 안타와 첫 타점을 뽑아낸 순간부터 한글 게시물을 작성하는 등 쉬지 않고 포스팅을 했다. 이날 한글 게시물은 아니었지만 이정후의 안타 순간마다 게시글을 작성했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의 스페인어 계정은 이정후의 타격 사진을 올리며 ‘ARTE(예술이다)’라고 적으며 타격 장인의 칭호를 붙였다. 아울러 영어 본계정에서는 이정후의 타점 장면을 두고 “정말로 좋다”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또한 경기가 끝난 뒤에는 홈런 포함해 3안타 5타점 3득점 활약을 펼친 3루수 맷 채프먼과 하이파이브 하는 사진을 올려놓고 ‘두 사람이 5안타 6타점을 합작했다’라고 설명했다. 
‘NBC스포츠 베이 에어리어’는 ‘이정후는 2안타를 기록했고 KBO에서 MLB로 넘어오며 적응이 필요없다는 것을 계속 보여주고 있다’라며 이정후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경기에 앞서 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2024.03.30 /jpnews@osen.co.kr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26)가 한국인 타자 중 최초로 데뷔 첫 2경기에서 모두 타점을 기록했다.이정후는 3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열린 2024시즌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경기에 1번 중견수로 선발출전해 5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의 활약에 힘입어 8-3으로 승리해 시즌 첫 승리를 거뒀다. 4회초 1사 1,2루에서 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1타점 좌중간 적시타를 날리며 기뻐하고 있다. 2024.03.30 /jpnews@osen.co.kr
샌프란시스코는 점점 이정후에 빠져들고 있다.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30일 ‘MLB.com’은 메이저리그 고위 관계자 31명을 대상으로 한 올해 신인왕 예상 투표 현황을 공개했는데 이정후는 한 표도 받지 못했다. 15명이 득표했고샌프란시스코 동료인 카일 해리슨이 1표를 받았다. 일본인 투수들인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 이마나가 쇼타(시카고 컵스)는 각각 2표, 1표씩을 획득했다. 
가장 많은 득표를 한 선수는 텍사스 레인저스의 와이엇 랭포드로 7표를 획득했다. 2023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지명된 랭포드는 스프링트레이닝 시범경기 21경기 타율 3할6푼5리(63타수 23안타 6홈런 20타점 OPS 1.137의 성적을 남기며 드래프트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메이저리그 데뷔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하지만 이정후도 메이저리그가 손꼽히는 재능들 속에서 뒤쳐지지 않는 재능과 데이터를 선보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미 이정후에 빠졌다. 이제 메이저리그 전체도 이정후를 향한 의문의 시선을 걷어내고 빠져드는 일만 남았다.
경기를 마치고 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동료선수들과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2024.03.30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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