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수 틀어막고 고비 때마다 한 방’ 김단비, MVP 자격 충분하다 [오!쎈 아산]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24.03.30 20: 22

마치 잘 숙성된 와인 같은 플레이였다. 베테랑 김단비(34, 우리은행)가 경기를 지배했다.
아산 우리은행은 30일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개최된 ‘우리은행 우리WON 2023-24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청주 KB스타즈를 78-72로 제압했다. 우리은행은 3승 1패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챔프전 2연패에 성공한 우리은행은 구단 통산 12번째 우승컵에 입맞춤했다. 김단비는 기자단 투표에서 총 59표 중 58표를 얻어 2년 연속 챔프전 MVP에 선정됐다. 단 1표는 박지현에게 돌아갔다. 

승패의 관건은 역대최고선수 박지수의 봉쇄에 있었다. 196cm의 장신에 기술까지 갖춘 박지수는 정규리그를 평정했다. 20.3점(1위), 15.2리바운드(1위), 1.8블록슛(1위), 2점슛 성공률 60.6%(1위) 등 박지수는 공수 거의 모든 부문에서 압도적 1위에 올랐다.
김단비가 총대를 맸다. 그는 자신보다 16cm나 큰 박지수를 틀어막으면서 우리은행의 에이스까지 자처했다. 김단비는 역할을 200% 완수했다.
제아무리 박지수라도 김단비와의 몸싸움에서 버거움을 느꼈다. 챔프전에서 심판이 웬만한 몸싸움에는 파울을 불어주지 않았다. 김단비가 1차로 박지수를 저지하고 다른 선수가 도움수비를 가는 패턴이 주효했다. 김단비는 수차례 블록슛으로 박지수의 공격을 저지했다.
공격에서도 역시 김단비였다. 우리은행 공격이 막힐 때마다 공을 잡고 해결사 역할을 자처했다. 골밑으로 쳐들어가 얻어낸 자유투는 일품이었다. 김단비의 공격에 KB스타즈 선수들의 멘탈까지 무너졌다. 허예은의 3쿼터 조기 퇴장으로 분위기가 우리은행으로 넘어갔다.
김단비는 박혜진과 함께 우리은행 선수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까지 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김단비를 보면서 우리은행 후배들이 젖먹던 힘까지 뛰었다.
이날 김단비는 24점, 7어시스트로 우리은행 공격을 주도하며 박지수를 23점, 15리바운드로 틀어막았다. 30-20까지 달성했던 박지수를 이 정도로 막은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야말로 공수에서 가장 돋보인 김단비가 이견이 없는 챔프전 MVP를 차지했다. 개인통산 두 번째 MVP 수상이다.
프로커리어 초반 김단비는 신한은행에서 하은주, 강영숙, 이연화, 최윤아 등 언니들을 도와 왕조를 이루며 우승컵을 차지했다. 말년에 과감하게 우리은행으로 이적한 김단비는 챔프전 2연패와 함께 또 하나의 챔프전 MVP를 따내며 화려하게 빛났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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