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26)가 메이저리그 데뷔 첫 홈런을 터뜨리며 미국매체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이정후는 지난 3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열린 2024시즌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경기에 1번 중견수로 선발출전해 4타수 1안타 1홈런 2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에 데뷔한지 3경기 만에 홈런을 터뜨리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앞선 2타석에서 모두 안타성 타구를 날렸지만 유격수 김하성의 호수비에 걸린 이정후는 5회 1타점 희생플라이를 날리며 타격감을 조율했다. 샌프란시스코가 3-1로 앞선 8회 1사에서는 좌완 구원투수 톰 코스그로브를 상대로 3구 77.8마일(125.2km) 스위퍼를 받아쳐 우측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쏘아올렸다. 이 홈런은 타구속도 104.4마일(168.0km), 비거리 406피트(124m)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30개 구장에서 모두 홈런이 되는 대형홈런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의 활약에 힘입어 9-6으로 승리하며 2연승을 질주했다.
KBO리그 통산 884경기 타율 3할4푼(3476타수 1181안타) 65홈런 515타점 OPS .898을 기록한 이정후는 올 시즌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약 1523억원)에 계약하며 메이저리그에 진출에 성공했다. 시범경기에서는 13경기 타율 3할4푼3리(35타수 12안타) 1홈런 5타점 6득점 2도루 OPS .911을 기록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마침내 메이저리그에 첫 선을 보인 이정후는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빼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9일 데뷔전에서 3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고 30일 경기에서는 5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데뷔 첫 멀티히트에 성공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데뷔 첫 홈런을 터뜨리며 매 경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정후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최근 타격감은 나쁘지 않았다. 라인드라이브성 타구가 계속 나왔다. 공이 뜨면 홈런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다. 그렇다고 홈런을 노린 것은 아니다. 생소한 유형의 투수가 올라와서 초구 직구를 보고 두 번째 스위퍼 같은 공이 들어왔는데 다시 스위퍼가 들어와서 방망이를 돌린 것이 좋은 결과로 연결됐다”라고 홈런 상황을 되돌아봤다.
2017 신인 드래프트 1차지명으로 넥센(현 키움)에 입단한 이정후는 2017년 4월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에서 5타수 3안타 2홈런 5타점 4득점 1볼넷을 기록하며 프로 데뷔 첫 홈런을 쏘아올렸다. “한국에서는 7경기 만에 쳤는데 메이저리그에서는 3경기 만에 나왔다. 그렇게 보면 홈런이 빨리 나왔다고 생각한다”라며 웃은 이정후는 “한국에서 홈런을 쳤던 순간이 더 와닿는다. 그 때는 정말 프로 데뷔 첫 홈런이었다. 지금은 메이저리그 첫 홈런이니까 큰 감흥은 없다. 한국에서 첫 홈런을 쳤을 때는 좀 더 뭔가 하늘을 나는 기분 같았다”라고 자신의 프로 데뷔 첫 홈런을 떠올렸다.
펫코 파크는 우측폴대 98m, 우중간 110m, 중앙 121m, 좌중간 109m, 좌측폴대 102m로 메이저리그에서도 제법 큰 편에 속하는 투수친화구장이다. 미국매체들은 이정후가 첫 홈런을 펫코 파크에서 때려낸 것에 대해 상당히 놀라워했다.
샌프란시스코 밥 멜빈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정후의 파워에 대한 질문을 받자 “모두 이제 이정후가 원래 파워도 있을지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됐을 것이다. 이정후의 타격훈련을 봤고, 스프링 트레이닝 시범경기에서 활약한 것을 봤다. 그는 타구속도 105마일(169.0km) 이상의 타구를 꾸준히 때려냈다”라며 이정후의 파워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정후는 경기 후 미국매체와의 인터뷰에서는 펫코 파크 같이 큰 구장에서 첫 홈런을 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나는 한국에서 첫 홈런을 쳤을 때도 한국에서 가장 큰 구장에서 홈런을 쳤다”라고 답했다. 이정후가 데뷔 첫 홈런을 기록한 잠실구장은 좌우폴대 100m, 좌우중간 120m, 중앙 125m로 외야가 대단히 넓은 구장이다. KBO리그에서 손꼽히는 투수친화구장이며 메이저리그 구장들과 비교해도 매우 큰 편에 속한다. 또한 홈구장으로 사용한 고척스카이돔 역시 좌우 99m, 중앙 122m, 펜스 높이 4m로 상당히 커 홈런을 치기 어려운 구장으로 유명하다.
생각 이상으로 파워가 있는 것 같다는 질문에 이정후는 “어렸을 때부터 맞추는 것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맞추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장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어떻게 평가를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홈런을 날리는 능력은 조금 떨어져도 2루타, 3루타는 많이 칠 수 있다는 생각을 했고 한국에서도 그렇게 치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설명했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