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선수 확실히 ‘독종’이다. 이제 약관의 나이가 됐지만 만족을 모르고, 타협이 없다. 작지만 단단한 체구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돌풍을 이끄는 내야수 문현빈(20)에겐 2년차 징크스가 무색하다.
문현빈은 지난달 31일 대전 KT 위즈전에 1번타자 2루수로 선발출장, 2루타 1개 포함 5타수 4안타 4타점 3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문현빈의 데뷔 첫 4안타 경기로 4타점도 처음이었다. 문현빈이 쉴 새 없이 포문을 열고, 주자들을 불러들인 데 힘입어 한화는 KT에 14-3 대승을 거뒀다. 개막전 패배 후 7연승을 질주하며 단독 1위 자리를 지켰다.
시즌 첫 4경기는 주춤했지만 최근 4경기 연속 안타로 살아난 문현빈은 개막 8경기 타율 3할4푼6리(26타수 9안타) 9타점 7득점 7볼넷 6삼진 출루율 4할7푼1리를 기록 중이다. 삼진보다 많은 볼넷으로 출루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시즌 첫 5경기에서 한화는 정은원과 최인호가 1번 타순을 번갈아 맡았지만 타격감이 올라오지 않았다. 이에 문현빈 1번 카드를 꺼낸 최원호 한화 감독은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가 도입되면서 현빈이가 작년보다 볼을 잘 본다. 표본이 적지만 출루율이 괜찮다. 당분간 현빈이를 1번으로 쓸 것이다”고 밝혔다.
1번 타순에 올라오면서 타격감도 살아나 팀의 리드오프 고민을 해소한 문현빈은 “1번 타순에 갔다고 해서 바뀐 건 없다. 감독님도 ‘공을 잘 보고 있으니 하던대로 하라’고 말씀하셨다. 1번타자가 아니라 첫 번째로 치는 타자라고 생각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타격감이 좋진 않았는데 코치님들이랑 얘기하면서 좋은 생각을 하다 보니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키 작은 타자에게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ABS가 문현빈(174cm)에게는 호재다. 단순히 키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ABS가 도입되면서 내게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 스트라이크존 일관성이 있다 보니 혼란스럽지 않다. 존이 똑같이 확실하게 정해져 있으니 자신 있게 타석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문현빈은 스프링캠프부터 시즌 종료까지 2군에 한 번 가지 않고 1군에서 풀타임으로 뛰었다. 137경기 타율 2할6푼6리(428타수 114안타) 5홈런 49타점 47득점. 고졸 신인 역대 7번째 100안타 기록을 세우며 한화의 새 희망으로 떠올랐다.
올 시즌을 앞두고 FA로 골든글러브 2루수 3회 수상자인 안치홍이 왔지만 문현빈은 수비력을 인정받아 주전 2루수로 낙점됐다. 개막전에서 평범한 땅볼 타구를 놓쳐 팀 패배로 직결됐지만 주눅들지 않고 다음 경기 결승타로 만회했다. 2년차 징크스가 무색한 활약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문현빈은 “작년에 내가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2년차 징크스라는 말은 진짜 잘하는 선수에게 붙여져야 하는 것이다. 난 작년에 부족한 걸 많이 느꼈고, 잘하기 위해 준비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19살에 114안타를 때리고도 만족을 하지 않았고, 겨울 내내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력 향상에 집중했다. 그는 “장타를 늘리려고 웨이트를 열심히 한 건 아니다. 더 강한 타구 만들기 위해서였고, 스윙은 확실히 더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7회에는 우중간 펜스를 직격하는 큼지막한 2루타로 펀치력을 과시했다.
지난해 초반 한화는 개막 8경기에서 두 번의 3연패로 2승6패, 9위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는 7승1패로 단독 1위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해 문현빈은 “베테랑 선배님들이 오신 효과가 크다. 매 이닝이 끝날 때마다 선배님들이 해주시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력이 더 커진다. 선배님들을 믿고 하다 보니 엄청난 영향력이 느껴진다. 개막전 패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분위기도 똑같다. 들뜨지 않고 좋은 상태”라며 “선배님들이 계속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주셔서 야구장에 나오는 것 자체가 더 즐거워졌다”고 달라진 팀 분위기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