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게 감격스러웠다".
KIA 타이거즈 베테랑 내야수 서건창(35)이 고향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으며 부활의 서곡을 알렸다. 지난 3월31일 두산 베어스와의 잠실경기에서 선발 출전해 3안타 2타점 1볼넷 3득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9-3 승리를 이끌었다. 항상 거북한 상대였던 두산과 첫 대결에서 위닝시리즈를 낚는데 일조했다.
이범호 감독은 서건창을 7번 1루수로 선발출전 명단에 이름을 넣었다. 두산 선발투수 곽빈을 상대로 12타수 4안타(.333)의 높은 타율을 고려한 기용이었다. 선발 출전은 3월26일 광주 롯데전 이후 두 번째였다. 당시도 생애 첫 1루수 출전이었다. 3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두산전은 달랐다.
2회 1사1루 첫 타석부터 방망이가 날카롭게 돌았다. 곽빈의 타구를 힘차게 끌어당겼지만 1루수 양석환의 글러브에 빨려들어갔다. 빠졌다는 2루타였지만 순식간에 병살이 되었다. 그러나 곽빈의 까다로운 볼에 타이밍을 맞췄다는 점에서 다음 타석에서 활약을 기대하게 만들었고 실제로 KIA 공격읠 물꼬를 텄다.
0-0으로 맞선 5회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곽빈의 2루 슬라이더를 밀어쳐 좌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를 터트렸다. 이어 기습적인 도루를 성공시켜 스스로 득점권에 진출했다. 다음타자 최원준이 4구 직구를 가볍게 밀어쳐 적시타를 만들었다. 빠르게 3루를 돌아 가볍게 홈을 밟아 선제점이자 결승점의 주인공이 됐다. 이어진 박찬호의 2타점 2타점이 나와 승기를 잡았다.
세 번째 타석도 출루했다. 3-0으로 앞선 7회에는 선두로 등장해 바뀐 투수 이병헌 상대로 침착하게 볼넷을 골라냈다. 후속 한준수의 2루타 때 2루를 거쳐 3루를 밟았고 그김도영의 밀어내기 사구로 다시 홈을 밟았다. 귀중한 추가점이었다. 5-0으로 앞선 8회 무사 2루에서 적시 2루타를 날렸고, 8-1로 앞선 9회 1사 1, 3루에서 적시타를 날려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1경기 3안타는 LG 트윈스 시절 2022년 7월 23일 창원 NC전 이후 617일만이었다.
개막 이후 처음으로 승리의 힘을 보태는 맹타였다. 전문 2루수 출신답게 1루 수비도 무난했다. 특히 팀에게도 여러가지도 도움이 되는 활약이었다. 이 감독이 라인업을 짤때 선택지를 넓힐 수 있게 됐다. 상대투수에 따라 선발 기용이 가능해졌다. 이우성을 1루수와 우익수로 두루 활용할 수 있게 됐다. 2루수 김선빈의 대안으로도 경쟁력을 보여준 점도 컸다.
서건창은 작년 시즌을 마치고 LG에 방출을 요청해 스스로 팀을 떠났다. 그리고 재기를 위해 백업을 감수하면서도 고향팀 KIA를 선택했다. KIA도 당장 활용이 가능한 서건창의 영입을 추진했다. 서로 원했던 만남이었다. 이날 활약으로 KBO리그 최초로 200안타의 보유자의 재기 가능성도 높였다.
특히 서건창은 고향 팬들의 힘을 온몸으로 체험했다. 잠실 3연전은 모두 만원관중이었다. 야구장을 가득채운 KIA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받았다. LG와 키움 시절 느껴보지 못했던 엄청난 에너지였다. 특히 응원단은 히어로즈 시절 201안타를 작성하고 MVP를 받았을 당시 응원가를 불러주었다. 힘이 날 수 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서건창은 “되게 감격스러웠다. 응원가를 너무 오랜만에 들었다. 많은 팬들이 불러주셨다. 예전 느낌이 나서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KIA 팬들로 꽉 찬 경기장에서 경기를 하는데 가을의 느낌이 나더라. 날씨도 비슷하고 관중도 많았다. 다른 말 필요 없이 올해 느낌이 좋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