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팀 중 한화에만 없었는데…15승 외국인 투수, 깜짝 1위 질주에 페냐의 꿈이 커졌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4.04.02 14: 40

시즌 초반 깜짝 선두로 도약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오랜 기간 암흑기를 보냈다. 암흑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외국인 투수 농사도 늘 시원찮았다. KBO리그 10개 팀 중 외국인 투수의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이 가장 적은 팀도 한화다. 가장 최근 가을야구에 진출했던 2018년 키버스 샘슨의 13승이 최다승이다. 
다른 9개 팀들은 최소 1명 이상의 15승 외국인 투수가 있었다. 두산 베어스는 무려 7명(더스틴 니퍼트, 조쉬 린드블럼, 라울 알칸타라, 마이클 보우덴, 세스 후랭코프, 게리 레스, 맷 랜들)이 총 10번이나 15승 이상 시즌을 보냈다. 9~10구단으로 창단한 NC 다이노스와 KT 위즈도 각각 3명이 4번, 2명이 2번의 15승 이상 거뒀다. 
좋은 외국인 투수를 구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좋은 선수가 와도 전력이 약한 팀 사정상 한화에서는 승수 쌓기가 힘들었다. 약팀의 비애였지만 올해 분위기는 확실히 다르다. 지난해 11승을 거둔 3년차 우완 펠릭스 페냐(34)가 시즌 2경기 만에 2승을 거두며 빠르게 승수를 쌓고 있다. 

한화 펠릭스 페냐. 2024.03.11 / dreamer@osen.co.kr

한화 펠릭스 페냐. 2024.03.24 /jpnews@osen.co.kr

지난달 24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6⅔이닝 6피안타 1볼넷 4탈삼진 2실점 호투로 한화의 시즌 첫 승을 이끈 페냐는 30일 대전 KT전도 5이닝 3피안타(1피홈런) 3볼넷 6탈삼진 2실점으로 또 승리를 따냈다. 지난해 중반부터 투심 패스트볼 버리고 직구·체인지업·커브 3가지 구종만 구사하면서 커맨드가 안정된 페냐는 올해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 높은 쪽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면서 위력을 더하고 있다. 주무기 체인지업도 높낮이 활용에 유리하다. 
한화 펠릭스 페냐. 2024.02.26 /cej@osen.co.kr
한화 펠릭스 페냐, 류현진. 2024.03.10 / dreamer@osen.co.kr
페냐는 “2연승을 거둬 기분이 매우 좋다. 나의 승리도 좋지만 팀이 초반부터 강력하게 출발하고 있는 점이 더 좋다”며 “높은 존을 활용하는 것이 게임 플랜 중 하나다. 어떻게 하면 타자들을 잘 상대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높은 쪽뿐만 아니라 낮은 쪽까지 전부 활용하는 방법을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현진의 복귀와 함께 1선발에서 2선발로 위치가 바뀐 페냐는 “코리안 몬스터의 합류로 선발투수들 사이에 건전한 경쟁 의식이 강해졌다. 경기 전 류현진이 항상 격려하고 지지해준 덕분에 우리 선발들이 100%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며 “선발들이 계속 5~6이닝씩 던지다 보니 ‘나도 이 정도는 던져야겠다’는 마음이 생긴다. 확실히 그런 경쟁 의식이 발전하고 있다”고 한화의 선발야구 비결을 설명했다. 
한화는 개막전 패배 후 7연승을 달리며 1992년 이후 32년 만에 최고의 시즌 스타트를 끊고 있다. 안정된 선발진에 타선의 화력도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페냐는 “덕아웃에서 경기를 보는 재미가 있다. 작년에는 연패를 하면 덕아웃, 클럽하우스가 침묵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다들 즐기고 있다. 선수들 사이에 화합이나 하모니가 잘 이뤄지고 있다. 그것이 경기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달라진 팀 분위기를 이야기했다. 
한화 펠릭스 페냐. 2024.03.11 / dreamer@osen.co.kr
한화 펠릭스 페냐. 2024.03.11 / dreamer@osen.co.kr
올해 새로 합류한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에겐 한국 생활과 음식에 대한 팁을 알려주며 적응에 도움을 주고 있다. 페냐는 “페라자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KBO리그에서 충분히 경쟁력 있는 타자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 보이고 있다. 선수단에 에너지를 불어넣어주는 선수다. 페라자가 충만한 에너지를 발산할 때 다른 선수들도 좋은 영향을 받는다”고 치켜세웠다. 페라자는 홈런 4개 중 3개를 페냐가 선발로 나온 날 터뜨렸다. 페냐에겐 최고의 승리 도우미다. 
페냐는 지난해 이맘때 꽃가루 알레르기로 무척 고생했다. 봄철마다 기승을 부리는 꽃가루로 인해 기침이 멈추지 않고, 수면에도 방해를 받았다. 4월에 5경기 1승3패 평균자책점 5.48로 고전했다. 하지만 올해는 마스크를 잘 쓰고 다니며 예방에 나서고 있다. 그는 “지금 상태는 매우 좋다. 꽃가루 알레르기를 대비하고 있고, 작년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꽃가루 알레르기 변수를 극복하고 4월에도 꾸준함을 이어간다면 페냐의 목표 승수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보다 타선이 확실히 강해졌고, 1선발 부담을 덜면서 선발 매치업상 유리함도 생겼다. 페냐는 “승수는 최대한 신경쓰지 않는다”면서도 “선발투수라면 누구나 15승 이상 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한화 전력이 강해진 만큼 페냐의 꿈도 커졌다. 한화 최초 15승 외국인 투수 타이틀을 페냐가 가져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2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6회말 수비를 마친 한화 페냐가 박수를 치고 있다. 2024.03.24 /jpnews@osen.co.kr
한화 펠릭스 페냐가 훈련에 앞서 루틴대로 기도하고 있다. 2024.02.03 /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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