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우완 투수 전미르(19)가 배짱 두둑한 투구로 데뷔 첫 승을 올렸다.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5할 타율로 이 부문 1위에 오르며 최고 주가를 올리고 있는 괴물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26·한화 이글스)도 얼어붙었다.
전미르는 지난 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의 원정경기에 0-0으로 맞선 7회말 두 번째 투수로 구원등판했다. 팽팽한 ‘0’의 흐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김태형 감독은 19살 신인 전미르를 마운드에 올렸다.
첫 타자 최재훈을 유격수 땅볼 유도했지만 박승욱의 송구 실책이 나오면서 이닝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정은원의 희생번트로 이어진 1사 2루에서 문현빈과 7구까지 가는 풀카운트 승부에서 볼넷을 허용하며 1사 1,2루로 주자가 쌓였다.
여기서 한화의 괴물 외국인 타자 페라자가 등장했다. 이날도 3회 우중간 안타, 5회 볼넷으로 멀티 출루한 페라자를 상대로 전미르는 승부에 들어갔다. 초구부터 몸쪽 슬라이더를 던져 파울이 나왔고, 3구째 바깥쪽 직구로 헛스윙을 이끌어내며 유리한 카운트를 점했다.
4구째 높은 직구가 완전히 벗어났지만 5구째 직구를 다시 몸쪽으로 붙여 파울이 됐다. 슬라이더, 직구로 계속 승부를 하다 6구째 결정구로 커브를 구사했다. 백도어성으로 들어온 커브가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고, 페라자는 배트를 휘두르지 못한 채 넋놓고 바라봤다. 루킹 삼진. 앞서 6개의 삼진 중 루킹 삼진이 1개밖에 없었던 페라자인데 전미르에게 당하고 말았다.
큰 고비를 넘긴 전미르는 다음 타자 채은성을 투수 땅볼 유도하며 위기를 넘겼다. 원바운드된 땅볼에 왼팔을 쭉 내밀어 잡은 뒤 1루로 토스하며 이닝 종료. 수비 실책이 겹치면서 24개의 공을 던졌지만 최고 149km, 평균 146km 직구(17개) 중심으로 커브(4개), 슬라이더(3개)를 구사했다.
롯데는 곧 이어진 8회초 손호영의 적시타로 1점을 낸 뒤 8회말 최준용, 9회말 김원중이 실점 없이 막으며 1-0 리드를 지켰다. 전미르의 프로 데뷔 첫 승이 완성된 순간.
경기 후 전미르는 “제구가 살짝 흔들리긴 했는데 (유)강남 선배님께서 계속 씩씩하게 던지라는 시그널을 보내주셨다. 하라는 대로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고, 팀이 이겨서 좋다”며 페라자와의 승부에 대해 “한화 타자들의 (상대 타자가 누구든) 최대한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맞더라도 최대한 씩씩하게 맞자는 생각을 하고 던졌다. 커브를 (바깥쪽 높은 코스로) 의도한 건 아니고 그냥 세게 던졌는데 잘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날까지 시즌 5경기 4⅔이닝 1피안타 2볼넷 9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롯데 불펜 필승조로 올라섰다. 묵직한 직구에 너클 커브라는 확실한 위닝샷이 있다 보니 탈삼진 능력이 탁월하다. 구원투수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이다. 이에 대해 전미르는 “아무래도 커브를 위닝샷으로 많이 쓰는데 상대 타자 분들이 나를 처음 봐서 아직 적응이 많이 안 된 것 같다”고 겸손한 대답을 내놓았다.
첫 승 기념구를 챙기며 선배들로부터 축하 물 세례까지 받은 전미르는 “첫 승이 실감나지 않지만 오늘을 계기로 더 자신감 있게 포수 선배님들 미트를 보고 던질 수 있게 됐다”며 “신인왕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으려 한다. 신인왕을 생각하다 보면 쫓길 것 같아 일단 팀 승리를 우선으로 생각하고 싶다. 팀이 출발은 좋지 않았지만 오늘 이긴 것을 시작으로 승리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경북고를 졸업하고 올해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롯데에 지명된 전미르는 고교 시절 투타겸업으로 유명했다. 입단 직후 마무리캠프 때는 투수, 야수 훈련을 같이 했지만 스프링캠프 때부터 투수에 전념했다. 김태형 감독이 투수 자질을 높이 평가했고, 개막 엔트리에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