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와 비판을 듣고 그대로 주저앉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이를 악 무는 사람이 있다. 앞으로 열거하는 배우들은 후자 쪽. 연기력 논란을 겪은 후 오히려 이제는 연기 잘 한다는 호평을 듣는 배우들인데, '운이 좋게 다시 작품을 잘 만나서'라고 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노력파들이다.
- 이청아
이청아는 연기를 못한다는 소리를 너무 많이 듣고 공백기를 가진 후 이젠 그 만의 아우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연기자다.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하이드'에 출연 중인 이청아는 2일 유튜브 채널 'TEO 테오'의 '살롱드립 2'에 등장했다.
2002년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으로 데뷔한 이후 2004년 '늑대의 유혹'의 주인공을 맡으며 스타덤에 오른 이청아. 이청아의 아버지는 연극배우인 이승철. MC 장도연은 "아버지가 반대 안 하셨냐"라고 묻자 이청아는 "제일 반대하셨다. 오히려 엄마가 소속사에 가서 사인도 하셨다. 엄마는 약간 그런 마음이었던 것 같다. '가봐야 네가 아닌 거 알지'"라고 대답했다.
그는 "신인 때는 오디션 보면 다 붙었다. 그래서 몰랐다. 그러다가 '늑대의 유혹'이 잘 되고 나니까 갑자기 한 번도 안 해본 드라마라는 장르가 와서 갑작스럽게 주인공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나의 부족함을 채울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그래서 오히려 좀 쉬기도 했다. 그 시기가 8~9년이 걸렸던 것 같다"라고 자신이 길을 뒤돌아보기도. 이에 장도연은 "길었다. 길었네"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짓기도.
특히 이청아는 "(연기) 못한다는 소리를 너무 많이 들었다"라며 "그래서 딱 한 번만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관둬야지 그래서 조금 열심히 하다가 재미가 든 던 것 같다"라고 고백했다. 배우가 너무 좋다고 마음을 먹고 쭉 가기 시작한 건 20대 후반이라고.
이를 들은 이보영은 이청아의 말에 동의하며 "자존심 상하는 순간이 필요하다. 자존심 상해서 뭔가 한 번 확 긁어져서 눈물 한 번 쏙 빠지게 해서 이를 악물게 하는 동력이 필요하다"라고 자신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음을 넌지시 드러내기도 했다.
- 황정음
현재 SBS '7인의 부활'에 출연 중인 황정음은 연기력 평가의 반전을 이끈 대표 인물이라고 할 만 하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로 연기력에 항상 의심의 시선을 받던 황정음은 2012년 MBC '골든타임'으로 연기력 논란에 직격타를 맞았다. 당시 그는 OSEN에 "'골든타임' 끝나고는 인터뷰를 못했다. 아니, 안했다. 그땐 사실 인터뷰를 하더라도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더라. 그땐 연기를 그만둬야하나 속으로 고민이 많던 때다. 그야말로 '멘붕'이 왔는데 어떻게 나설 수 있었겠냐"라고 회상했다.
'골든타임'에서 황정음은 캐릭터가 변질되고 분량이 축소되는 난항을 겪으며 연기력과 존재감에 대한 항간의 논란에 시달렸고 배우로서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음 해 방송된 SBS '돈의 화신'을 통해 이 같은 아픔을 서서히 씻어냈다.
황정음은 OSEN과의 인터뷰에서 "'골든타임' 끝나고 대인기피증이 왔을 정도다. 스트레스가 진짜 심했다. 그 후 좀 쉬고 나니 빨리 다른 작품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하지 말고 부딪히고 만회를 해야 되겠다고 결심했다"라며 "또 '돈의 화신'을 마치고 보니, '골든타임' 때 힘들었던 것들이 다 내게 약이 된 것 같다. 그 작품은 내게 터닝 포인트였고 정말 많은 것을 느끼고 경험하고 배운, 진짜 '골든타임'이더라. 힘든 시기를 지나니 다 내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시간들이었음을 알게 됐다"라고 털어놨다. 가장 힘들었던 작품으로 지금의 황정음이 될 수 있었던 것.
이후 황정음은 배우로 데뷔한지 10년만에 방송 3사 최우수 연기상을 모두 받았으며 KBS 2TV '비밀'은 그를 본격적으로 연기 잘 하는 배우로 불리게 한 작품이다.
- 김태희
한국 최고의 미녀로도 꼽히는 김태희는 눈부신 비주얼로 데뷔 때부터 주목받았지만 연기력에서는 기대 이하라는 평을 많이 들었다. 데뷔 이후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활발히 활동했지만 여러차례 연기력 논란에 시달렸던 것.
그는 과거 KBS 2TV '연예가중계-게릴라데이트'에 출연, 연기력 논란에 대해 "공감했던 것이라 더 상처가 됐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김태희는 "연기자로서 자괴감에 빠진 적이 있었다..아시다시피 욕을 많이 먹지 않았느냐. 말도 안 되는 루머에 대해서는 누가 뭐라고 해도 전혀 상처 받지 않는데, (연기에 대한) 욕을 먹고 지적을 받으면 내가 공감하는 것이라 상처가 더 아팠다"라고 고백했다.
KBS 2TV '아이리스' 출연 당시에는 감독이 농담조로 한 '우리는 태희만 잘하면 돼'라는 말에 펑펑 눈물을 쏟을 만큼 부담감을 느끼던 김태희는 연기에 온 열정을 다했고 다행히 '아이리스'로 연기력에 대해 어느 정도 대중의 의심을 풀었다. 이후 '마이 프린세스'(2011), '장옥정, 사랑에 살다'(2013) 등에서 여러 변신을 시도했던 터다.
하지만 '장옥정, 사랑에 살다'와 같은 경우, 다시금 연기력 논란이 불거져 나왔고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기도 했다. 사극 연기에 대한 어색함이 지적됐던 것. 그는 방송 인터뷰를 통해 "제가 봐도 부족한 모습이 많은 분께 비춰진 것 같다. 힘들기도 하고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짐이 무겁기도 했다. 그러나 끝까지 진정 성있게 최선을 다하면 알아주실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열심히 했다"라고 이에 대한 심경을 내비친 바 있다.
그리고 2015년 SBS '용팔이'를 통해 그는 또 한 번의 도전을 펼치고 연기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용팔이'에서도 감정 연기에 있어서 간혹 어색한 표정이 몰입을 방해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는데, 그래도 마지막까지 차분히 극을 끌고 나간 힘은 인정할 만 했다.
이후 엄마가 된 김태희는 5년여 공백을 거쳐 tvN 2020년 '하이바이, 마마!', 지니 TV 2023년 ‘마당이 있는 집'에서 연속하며 좋은 평가를 이끌어냈다. 한층 깊어진 감정 연기가 보는 이의 몰입을 이끈 바. 이제 김태희는 할리우드 진출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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