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나만이 할 수 있어”
뮤지컬 ‘헤드윅’에는 이런 류의 자존감 넘치는 대사들이 많다. 그걸 외치는 배우가 조정석이라 관객들은 더욱 몰입할 수밖에. 연기면 연기, 노래면 노래, 다 되는 조정석이 최고의 멀티테이너 행보를 걷고 있다.
조정석은 지난달 22일 개막한 뮤지컬 ‘헤드윅’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이는 2016년 이후 무려 8년 만의 귀환이다. 작은 소극장에서 시작됐던 ‘헤드윅’은 어느덧 14번째 시즌을 맞이했고 샤롯데씨어터 대극장으로 공간을 확장했는데 그 사이 조정석 또한 슈퍼스타가 돼 무대를 장악하고 있다.
8년 만의 컴백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조정석은 곧 헤드윅 그 자체다. 화려한 금발 가발과 짙은 메이크업으로 한껏 물오른 예쁨을 뽐내는가 하면 앙큼한 자태와 파격적인 섹시 댄스로 관객들의 시선을 강탈한다. 2시간 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조정석, 아니 헤드윅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팬서비스 또한 100점 만점이다. 조정석은 무대 좌우를 누비며 관객들과 눈 맞춤을 하고 2층의 팬들까지 살뜰히 챙긴다. 등장 때부터 관객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슈가 대디’ 넘버 땐 과감하게 객석으로 뛰어들어 파격적인 댄스 서비스를 펼친다. 물론 시작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헤드윅으로 빙의된 그 자체가 훌륭한 팬서비스지만.
가창력과 댄스는 물이 올랐다. 조정석은 밴드 멤버들과 함께 고품격 록 보컬을 뽐내며 관객들위 귀 호강을 이끈다. 높은 힐을 신고도 요염하면서 파워풀하게 ‘스모크’ 챌린지 댄스까지 소화한다. 135분 이상의 러닝타임 동안 쉼 없이 노래하고 춤추고, 덤덤하게 때론 격정적으로 대사를 소화하는 조정석이기에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한다.
전작의 행보와 전혀 다른 변신이다. 조정석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사극 ‘세작 매혹된 자들’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남장여자 신세경과 가슴 시린 로맨스부터 왕좌를 두고 벌어지는 핏빛 운명을 다채롭게 연기했다. 웃음기 쏙 뺀 진지한 감정 연기에 시청자들은 또다시 조정석의 스펙트럼에 감탄했다.
그랬던 그가 이젠 뮤지컬 배우를 넘어 신인 가수로서 새로운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넷플릭스 '신인가수 조정석'(연출 양정우·이정원, 제작 스튜디오 우다다 by CJ ENM)은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는 음악에 진심인 20년 차 배우 조정석의 신인 가수 데뷔 프로젝트다.
이미 지난달 27일, 조정석은 서울 용산 블루 스퀘어에서 가수 데뷔 쇼케이스 ‘잠깐 들어봐 줄래?’를 열고 신인 가수로서 첫 발을 디뎠다. 20년 차 배우가 아닌 신인 가수 타이틀을 단 그는 데뷔곡을 열창하며 팬들에게 첫인사를 건넜다. 그를 응원하기 위해 아내이자 가수인 거미와 다이나믹듀오가 스페셜 게스트로 출격하기도.
배우 생활 20년 인맥과 공력을 총동원한 조정석은 넷플릭스의 손을 잡고 한바탕 제대로 놀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레전드 아티스트들의 영혼 탈곡 자작곡 평가부터 우당탕 앨범 콘셉트 기획, 아무도 못 말리는 파격적인 프로모션까지 예고된 상황. 벌써부터 조정석이 어떤 명곡들을 쏟아낼지 팬들의 기대가 집중되고 있다.
‘뽀드윅’도 ‘신인 가수’도 ‘믿고 보는 배우’도 다 조정석을 가리키는 수식어다. 이건 조정석만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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