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10경기 8승2패.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구단 39년 역사상 최고의 스타트를 끊었다. 두 번의 패배가 있었지만 엄청난 회복 탄력성으로 연승 후유증마저 잠재웠다.
한화는 지난 4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6-5 역전승을 거뒀다. 개막전 패배 후 7연승을 달리다 2일 롯데전에서 0-1로 패했고, 이날 자칫 연패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역전극을 펼치며 개막 10경기 8승2패를 찍었다.
선발투수 문동주가 5이닝 10피안타(1피홈런) 3볼넷 3탈삼진 4실점으로 흔들린 한화는 5회초까지 롯데에 1-4로 뒤졌다. 하지만 4회 노시환의 솔로포에 이어 5회 요나단 페라자의 스리런 홈런이 터지며 단숨에 4-4 동점을 만들었다.
7회 결승점을 만드는 과정에선 문현빈이 있었다. 2일 롯데전에서 0-1로 뒤진 9회 무사 만루에서 초구에 2루 땅볼로 4-2-3 병살타를 치며 진한 아쉬움을 삼킨 문현빈이 선두타자로 나와 2루 땅볼 타구를 치고 헬멧이 벗겨지며 1루로 전력 질주했다. 1루를 밟으면서 앞으로 넘어질 만큼 젖먹던 힘을 다해 달렸다. 지난 경기 실수를 만회하긴 위한 간절함이었다.
최초 판정은 아웃이었지만 비디오 판독 끝에 간발의 차이로 세이프가 확인됐다. 문현빈의 내야 안타로 시작된 공격에서 한화는 페라자의 우중간 안타로 찬스를 이어갔다. 문현빈이 1루에서 3루까지 전력으로 달려 투베이스 갔다. 여기서 채은성의 좌중간 펜스를 직격하는 1타점 2루타가 터지며 결승점을 냈다.
한화는 시즌 개막전이었던 지난달 23일 잠실 LG전에서 에이스 류현진을 내고도 2-8 완패를 당했다. 4회 2루수 문현빈이 평범한 정면 땅볼 타구를 뒤로 빠뜨리는 실책을 범하면서 무기력하게 졌다. 예전의 한화였다면 그대로 분위기가 가라앉을 테지만 다음날 LG에 8-4로 승리하면서 빠르게 분위기를 바꿨다. 이날 문현빈의 결승타를 시작으로 단숨에 7연승을 질주했다.
그 다음으로 한화가 조심해야 할 것은 연승 후유증이었다. 긴 연승 과정에서 너무 많은 힘을 쏟아서 연패로 이어지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한화는 7연승 기간 52득점-21실점으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였다. 불펜을 소모하거나 전력을 쥐어 짜내 거둔 연승이 아니란 점에서 연승 후유증은 걱정되지 않았다.
전력상 소모보다 분위기를 유지하는 게 중요했는데 이날 롯데전 역전승으로 놀라운 회복 탄력성을 보여줬다. 9회 마무리 박상원이 실책으로 1점을 내준 뒤 강판되면서 위기 상황이 한 번 더 찾아왔지만 최원호 감독이 과감하게 이민우로 투수를 바꿔 상대 추격 흐름을 차단했다. 자칫 분위기를 내줄 수 있는 상황에서 벤치가 휩쓸리지 않고 냉정한 결단력을 보였다.
이로써 한화는 개막 10경기 8승2패로 단독 1위를 지켰다. 한화가 개막 10경기에서 8승을 거둔 것은 1986년 1군 진입 이후 39년 역사상 처음이다. 전신 빙그레 시절인 1992년 7승2패1무가 개막 10경기 기준 최고 성적이었는데 32년 만에 기록을 바꿨다. 유일한 한국시리즈 우승의 해였던 1999년에는 7승3패로 시작했는데 이를 뛰어넘는 스타트다.
2008년부터 시작된 암흑기 기간 매년 시즌 초반이 좋지 않았던 한화였다. 하지만 올해는 두 번의 충격적인 패배를 극복하면서 10경기 만에 8승을 쌓았다. 지난해에는 8승을 거두기까지 무려 27경기(8승18패1무)가 걸렸지만 올해는 전년 대비 17경기를 줄였다.
확 달라진 경기력에 한화 팬심도 대폭발하고 있다. 지난달 29~31일 홈 개막 시리즈를 시작으로 2·4일은 화요일과 목요일 평일 야간경기였지만 1만2000석이 가득 들어찼다. 홈 개막 5경기 매진은 구단 최초로 지난해 최종전부터 최근 6경기 연속 만원 관중 행진이다. 제2구장 청주를 제외한 대전 기준 6경기 연속 매진은 구단 최다 타이 기록으로 대전 팬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한화 경기 입장권 구매를 위한 광클 전쟁도 치열하다. 주변으로부터 티켓 문의를 많이 받는다는 최원호 감독은 “팬분들께 너무 감사하다. 올해 류현진이 오면서 아무래도 팬분들이 TV로만 보던 선수를 직접 보려고 많이 오시는 것 같다. 거기에 걸맞게 안치홍도 오고, 전력 보강이 되면서 선수들의 경기력이 올라가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초반 기세를 끌고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