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폭로' 흐름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사실 여부를 넘어 의혹 제기만으로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는 만큼 관계자들도 긴장의 끈을 놓치지 못한 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2021년, 연예계에는 스포츠계에서 시작된 '학폭미투'의 영향으로 학폭 폭로글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그저 물타기 형태의 허위폭로도 많았지만, 추가 증언까지 등장해 연예계 활동에 큰 지장을 얻은 스타들도 있었다. 일부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직접 사과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연예계에는 계약서에 학폭에 대한 조항을 추가하는 등 후폭풍이 일었다. 스타 본인에게 있어서도 지난 과거를 돌이켜보는 계기가 됐고, 소속사 또한 소속 연예인들에게 의혹이 제기될만한 행위를 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 같은 '학폭 미투'는 연예계 뿐아니라 대중들의 전반적인 인식에도 변화를 가져다줬다.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 것. 과거와 달리 이제는 익명의 게시글 하나만으로도 언론제보만큼의 파급력이 생겼고, '학폭'이라는 단어의 무게도 결코 가볍지 않아졌다. 이에 유명 연예인의 학교 폭력을 폭로하는 글이 꾸준이 등장하고, 또 세간의 관심을 받으며 화제의 중심에 서고 있다.
최근에도 '대세' 여성 배우들의 학폭 의혹이 연달아 제기되며 진실공방을 펼쳤다. 지난해 9월, 넷플릭스 '더글로리'에서 큰 사랑을 받은 배우 김히어라가 중학생 시절 일진 모임 '빅상지' 멤버였다는 보도가 등장했다. 보도에 따르면 '빅상지'는 교내에서 갈취, 폭행, 폭언 등으로 괴롭힘을 주도하는 일진 모임이었으며, 학폭 제보자들은 김히어라가 담배 심부름을 시키거나 돈을 빼앗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히어라 소속사는 공식입장을 내고 "친구들끼리 만든 빅상지라는 네이밍의 카페에 가입했고 그 일원들가 어울렸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일진 활동을 한 적이 없으며 일진으로 활동한 점에 대해 인정한 적도 학교폭력에 가담한 적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소속사 측은 학폭 폭로가 제보자들의 오해에서 비롯됐으며 "제보자분들은 오해를 풀고 배우에게 사과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김히어라를 옹호하는 동창생이 등장하며 여론이 뒤집히는 듯 했지만, 김히어라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와 김히어라의 통화 녹취본까지 공개되면서 갈등은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소속사 측은 "편집된 녹취록"이라고 주장했고, 오히려 김히어라의 학폭을 폭로한 사람이 학폭 가해자라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김히어라의 '학폭 의혹'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진 상황에서 소속사 측은 "이번 사건의 진위여부는 반드시 법적으로 끝까지 가려낼 것이며, 해당 매체에서 증거라고 일컫는 것들의 잘잘못과 제보자들과의 오해 또한 법정에서 모든 것을 밝힐 것"이라고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지난 1일에는 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 신들린 악역 연기로 대세 반열에 오른 배우 송하윤이 학폭 의혹에 휩싸였다. JTBC '사건반장'은 여배우 S씨의 학교폭력 의혹을 다뤘고, 제보자는 20년 전 학교 선후배였던 S씨에게 놀이터에서 90분동안 뺨을 맞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S씨의 주인공이 송하윤임이 드러났고, 소속사 킹콩by스타쉽은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제보자에게 만남을 요청했지만 거부 의사를 밝혔고, 통화를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배우에게 사실을 확인한 결과 제보자와는 일면식도 없으며 해당 내용 모두 사실이 아님을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송하윤은 부천의 중원고등학교에서 서울의 반포고등학교로 전학을 갔다가, 다시 압구정고등학교로 옮긴 후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송하윤의 전학이 단순한 일반 전학이 아닌 학교폭력으로 인한 강제전학이라는 주장들이 쏟아졌다. 이 가운데 '사건반장'은 추가 제보자의 녹취록을 공개했고, 소속사 측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며 "제보자 측에 대한 민형사상의 조치 및 JTBC 사건반장에 대한 방송금지 가처분 등 필요한 모든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재차 의혹을 부인했다.
학폭 의혹과 관련해 송하윤 측이 아무 것도 인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5일에는 JTBC 유튜브 채널에 게재된 송하윤 학교폭력 논란 관련 게시물에 "제보자의 삼촌"이라고 주장하는 인물의 댓글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왜 폭력의 이유를 말 못 하나. 진정성 있는 사과 한마디 못하나. 부모 입장에서는 피가 끓는 심정"이라고 주장했다.
송하윤이 학폭 의혹 진실공방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웨딩 임파서블'에 출연중인 배우 전종서의 학폭 의혹까지 제기돼 충격을 더했다. 한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전종서와 같은 중학교를 나왔다는 누리꾼의 폭로글이 게재됐다. 그는 "툭하면 애들 체육복이랑 교복을 훔치거나 뺏고, 애들이 안 주면 욕하고 다굴의 대산이 됐다. 저도 한때 체육복을 안 줬다가 미친X 소리 들으며 학교 다녔고, 화장실까지 쫓아와 문을 발로 찼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종서 소속사는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확인한 즉시 배우 본인과 주변 지인들을 통해 사실관계를 면밀히 체크했고, 해당 글에서 주장하는 바는 전혀 사실이 아님을 확인했다"며 "법무법인을 통해 배우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강경 대응 방침을 알렸다.
그럼에도 추가 폭로글이 등장했고, 소속사 측은 "지금까지 피해를 주장하는 이로부터 연락을 받은 게 없다"며 앞서 밝힌대로 허위사실에 대해 법무법인을 통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와 더불어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는 전종서가 오히려 "학폭을 말리는 애였다"는 옹호글도 등장, 팽팽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대부분 연예인들의 학폭 의혹의 경우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제기되는 만큼 진위여부를 밝혀내는 것이 쉽지 않다. 더군다나 신체적 폭행이 아니라면 설사 학폭이 사실이라 해도 증명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다만, 그렇기때문에 이를 악용해 허위로 폭로할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지켜보는 제3자들의 '중립 기어'가 요구되는 가운데 이들의 첨예한 '진실게임'이 어떤 결말을 맞을지 이목이 쏠린다.
/delight_me@osen.co.kr
[사진]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