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알다가도 모를 야구다.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NC 다이노스가 시즌 전 예상을 깨는 선전으로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키움과 NC는 시즌 전 크게 주목받지 못한 팀들이었다. ‘1약’으로 꼽힌 키움은 누가 봐도 최약체였고, NC를 5강 후보로 보는 전문가도 거의 없었다. 키움에 대한 의견은 거의 일치했고, NC는 좋게 봐야 5강 경쟁팀으로 지목됐다.
객관적인 평가였다. 키움은 지난해 최하위로 투타 기둥들이 모두 뽑혀나갔다. 간판 타자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고, 에이스 안우진은 팔꿈치 인대접합수술 이후 군입대하면서 2년 뒤를 기약했다. 2차 드래프트에서 내야수 최주환을 전체 1순위로 데려왔지만 마무리투수였던 임창민이 삼성 라이온즈로 FA 이적했다.
지난해 정규리그 4위로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한 NC는 메이저리그로 돌아간 MVP 투수 에릭 페디(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이탈이 커 보였다. 거듭된 부상에 시달린 토종 에이스 구창모, 좌완 불펜 하준영도 군입대하면서 마운드 전력 약화가 두드러졌다.
빠져나간 전력은 큰데 보강된 전력은 미미했다. 키움과 NC를 향한 평가가 낮을 수밖에 없었지만 시즌 뚜껑을 열어보니 의외의 결과가 나오고 있다.
키움은 개막 4연패로 시작했지만 7연승으로 급반등하며 3위로 뛰어올랐다. 개막 엔트리에 신인만 무려 6명이 들어갈 정도로 리빌딩에 나선 시즌이지만 한 번 분위기를 타니 걷잡을 수 없는 폭발력을 뿜어내고 있다.
햄스트링 부상 딛고 지난주부터 1군에 온 이주형이 5할대(.524) 타율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고, 주장 김혜성(타율 .367 4홈런 13타점 6도루)로 공수주에서 펄펄 날고 있다. 지난해 FA로 왔으나 부진했던 이형종(타율 .371 2홈런 10타점)도 살아났다. 2년차 외국인 타자 로니 도슨(타율 .311 3홈런 9타점)도 꾸준함을 보여주면서 타선에 짜임새가 생겼다.
마운드에선 하영민(2승 ERA 3.60),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2승1패 ERA 3.86)가 선발진의 중심을 잡으면서 주승우(4⅔이닝 무실점)가 불펜의 새 필승조로 떠올랐다. 손현기, 전준표, 김윤하 등 19살 신인 투수들도 크고 작은 힘을 보태면서 양적으로 밀리지 않는 마운드가 구축됐다. 리그 최소 실책(4개)으로 안정된 수비도 투수들을 든든히 뒷받침하고 있다.
NC는 지난 주말 창원 SSG 랜더스전을 스윕하면서 9승4패로 단독 1위에 올랐다. 팀 평균자책점 1위(3.12), 평균 득점 2위(6.5)로 투타 밸런스가 좋은 NC는 지난해부터 두각을 나타낸 젊은 선수들이 주력으로 완전히 자리잡으면서 신구 조화와 함께 팀 전체에 힘이 붙었다.
지난해 가을야구에서 인상 깊은 활약을 한 투수 신민혁(2승1패 ERA 1.56)이 토종 에이스로 위력을 떨치고 있고, 포수 김형준(타율 .250 2홈런 10타점)도 주전 포수를 꿰찼다. 3루수 서호철(타율 .347 1홈런 11타점), 중견수 김성욱(타율 .267 3홈런 14타점)도 기세가 좋다.
무엇보다 매년 그랬던 것처럼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페디가 떠난 자리에 두 명의 특급 좌완이 합류했다. 다니엘 카스타노(2승 ERA 0.97), 카일 하트(2승 ERA 3.00)가 원투펀치로 안정감을 보이고 있다. 1루수 맷 데이비슨(타율 .327 2홈런 8타점)도 순조롭게 적응해가고 있다.
예상을 깬 키움과 NC의 선전이지만 이 기세를 쭉 이어갈 수 있을지는 봐야 한다. 키움의 경우 젊은 선수들의 기복과 4~5선발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NC는 전체적인 뎁스가 좋아 반짝 상승세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5선발과 중간 불펜이 약하지만 지난해 필승조 김영규가 팔꿈치 부상에서 회복돼 1군 복귀를 준비하는 게 희망적이다.
키움은 9일 인천으로 넘어가 3연패 중인 SSG를 상대로 8연승에 도전한다. NC는 창원 홈에서 10위로 떨어진 KT 위즈를 맞아 상승세를 이어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