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여왕’ 김지원, “홍해인 방식 보여줄게..감당 되겠어?”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 김재동 기자
발행 2024.04.08 12: 02

[OSEN=김재동 객원기자] “나는 윤회장에게 협박을 받았습니다. 제 남편이자 법무이사였던 백현우씨에게 어떤 혐의라도 뒤집어 씌워 감옥에 보내겠다는 협박이었습니다. 저는 이를 증명할 녹취자료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퀸즈백화점 대표 자리에 다시 갈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시한부 판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tvN 토일드라마 ‘눈물의 여왕’ 홍해인(김지원 분)의 방식이다. 확실하고 빠른 게 좋다는 그녀의 지론에 걸맞는 해법. 윤은성(박성훈 분)의 퀸즈그룹 신임회장 취임 기자회견장은 그렇게 홍해인이 떨군 폭탄으로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니가 지키고 싶은 사람들 내가 어떻게 망가뜨리는 지 보고 싶으면 지금처럼 계속 해. 너 살리는 건 백현우가 아니라 내가 해.” 윤은성은 홍해인을 그렇게까지 자극해선 안됐다. 감당할 수 없는 분노를 초래해선 안됐다. 홍해인 같은 성격이 시간에까지 쫓길 때 무얼 할 수 있을런 지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 감히 내 가족을 망치겠다고? 감히 백현우(김수현 분)의 자리를 제가 꿰차겠다고? 특히 홍해인 분노의 방점은 후자에 찍힌 느낌이다.

백현우가 어떤 남잔데! 감히 나 좋아하려고 태어난 내 남자를 내 옆에서 밀어낼 궁리를 하다니. 가뜩이나 함께 하는 일분 일초가 아프도록 소중해 죽겠구만.
좋아한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 잘 못쓰던 홍해인이다. 얼마나 좋아해야, 얼마나 사랑해야 그런 말을 쓸 수 있는 지 헷갈렸던 홍해인이다. 그런 홍해인이 스스럼없이 그 감정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됐는데 그 대상인 백현우를 치우겠다니. 이쯤되면 막 가자는 얘긴데 살 날 얼마 남지 않은 여자의 막가는 행보를 막아보시던가.
그런 홍해인이지만 백현우에 대한 양가감정은 어쩔 수 없다. 전적으로 백현우를 위한 이혼였다. 한없이 같이 있고 싶지만 백현우를 위해서 떠나려 결심한 홍해인이다. 그런데 이 남자 요지부동이다. 위험할 것 같으면 도망치라 해도 “미안한데 그 약속은 못해 선약이 있어서. 너에 대한 건데. 아무튼 나 자신과의 선약.” 뻔하다. 나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다는 작심이겠지. “나에 대한 거 혼자 약속하지마. 그런 건 결혼한 사람들이나 하는 거고 우린 그런 거 안하려고 이혼한 거야.” 말 해 주지만 전혀 동의하지 않는 기색이다.
백현우의 대기발령 소식을 듣고 “앞으로 내 문젠 내가 풀래. 나랑 상관도 없는 당신이 괜히 이런저런 피해 보는 거 부담스러워”라며 선도 그어보았지만 돌멩이나 걷어차면서 불만을 내비쳤다.
슈퍼 평상에서 쭈쭈바 먹던 시점에서 헤어졌어야 됐다고. “그랬으면 적어도 나보단 더 친절하고 따뜻하고 모나지 않은 여자 만나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겠지. 당신은”이라 말해 주었을 때도 “지금 아는 걸 그때 알았으면 자주 물었겠지. 오늘은 어땠냐고. 요즘은 무슨 일로 힘드냐고.”라 답한 남자다. 그리고는 “니가 잘 있을 때, 그때 상관 안할게. 지금은 그럴 수가 없어. 그러니 니가 좀 봐주라.”던 남자다. 시간이 이리도 촉박한데 내가 잘 있을 때를 기약하다니. 참 바보같은 남자가 아닐 수 없다.
술에 취해 나뭇잎 점이라도 치는지 “좋아한다. 싫어한다.”를 뇌까리던 끝에 방문 앞에서 좋아한다며 실실 웃다가 “나는 아닌데. 사랑하는데”하며 “사랑해 해인아!”불러줬을 때는 또 얼마나 설렜던가.
전부터 술 취한 백현우는 치명적인 남자였다. 다른 여자들 앞에서 그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게 못마땅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해인은 현우에게 쏘아붙였었다. “너무 귀엽잖아요. 백현우씨는 취하면 너무 귀엽다고. 근데 다른 여자들 앞에서 그렇게 막 취하고, 귀엽고, 누구 맘대로! 명심하라구요. 백현우씨는 술 마시면 진짜 사람 설레게 한다고. 그게 백현우씨 필살기라고. 그러니까 어디가서 그런 필살기 쓰면 안된다고!” 그때 백현우는 헤실헤실 웃으며 안그러겠다면서 볼을 쓰다듬어줬었다. 그 따뜻한 온기라니. 몸이 절로 좌우로 흔들리며 고양이처럼 행복했던 기억도 있다.
이 정을 떼야되는데, 이 사랑을 접어야 하는 데 정 사무친 가슴이 재채기 같아서 도무지 숨길 재간이 없다. 그렇게 곧 떠날 사람 해인의 머릿속만 하염없이 복잡해진다.
해인이 윤은성을 상대로 면전에서 포를 쏘는 동안 현우는 리조트 부지 토지사기범 편사장을 경찰에 넘기고 홍범자(김정난 분)와 그레이스 고(김주령 분)는 윤은성이 빼돌린 홍만대(김갑수 분) 회장을 찾아낸다. 여기에 혼수상태였던 홍만대 회장마저 의식을 회복하며 드라마는 반전의 전기를 맞았다.
하지만 쇼타임은 아직인 듯 싶다. 11회 예고편에서는 분노한 윤은성이 백현우에 대한 테러를 지시하는 장면이 소개됐고 그 여파에 휩쓸린 듯 병원으로 후송되는 홍해인의 독백은 또 한 번 시청자들의 가슴을 친다. “안되는데.. 나 아직 말을 못했어... 사랑해.”
그나마 아직 6회가 더 남아 다행인 ‘눈물의 여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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