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재동 객원기자] 권지웅(오만석 분)이 묻는다. “병원부터 가야 되는 것 아입니까?”
김준(박혁권 분)이 되묻는다. “형님, 내 술 마신 것 잊었나?.. 쟈가 내 얼굴을 봐삐렀는데 이 우찌해야 되겠노?”
권지웅이 의미를 몰라 되묻는다. “뭘?”
김준이 의미심장하게 말한다. “이제 청와대가 코 앞인데 벌레 한 마리 밟았다고 가던 길을 멈춰 세워야 되겠나? 아니면 밟아 죽이고 가야겠나?”
MBC 금토드라마 ‘원더풀 월드’가 그려온 온갖 비극의 시작은 김준의 음주 교통사고에서 비롯됐다. 그냥 교통사고였으면 김준도 은수현(김남주 분)의 아들 건우(이준 분)를 병원으로 후송시켜 생명을 살렸을 지 모른다. 하지만 김준은 음주사고 때문에 유력 대선후보 자리에서 내려오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었다.
김준의 연락을 받고 사고 현장에 나간 순간 권지웅의 운명도 결정됐다. 뺑소니 치사범. 김준을 뒷배로 용역대표에서 건설사 대표로 인생 역전한 권지웅이다. 심장병 아들 권선율(차은우 분)의 생사 역시 김준이 쥐고 있다. 김준으로선 콕 집어 불러낼 만큼 써먹기 좋은 인간인 것이고, 권지웅으로선 김준이 ‘청와대’를 거론한 순간 거절 못할 제안을 받은 셈이다.
그래서 말한다. “의원님 이 사고는 지가 낸 겁니다.” 김준이 반색한다. “형님이 그래 줄랍니까?” 권지웅이 당부한다. “대신에 제 아들 선율이를 좀 살려 주셔야 겠습니다.”
집행유예로 풀려난 권지웅과의 통화에서도 김준의 철면피함은 여실히 드러난다. “말씀대로 집행유예 받고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는 권지웅에게 “감사는 무슨.. 마, 망망대해로 나갈라 카는데 내 배에 탄 사람 선장이 책임지야죠.” 자신의 죄를 대신 책임진 권지웅에게 시혜라도 베푼 듯 유세를 떠는 모습이 가관이다.
그런 권지웅 앞에 은수현이 나타나 사과를 독촉한다. 권지웅으로선 제가 저지르지도 않은 일로 법원을 들락거리고 인생에 빨간 줄 가는 등 심란한 판에 추궁까지 받게 되자 몹쓸 말을 퍼붓게 되고 그 인과로 은수현에게 살해당한다.
권지웅이 맡긴 건우 테블릿을 통해 내막을 알게 된 김은민(강명주 분)은 은수현을 석방 시켜줄 것을 김준에게 독촉한다. 귀찮아진 김준은 수술이 필요한 아이의 부모에게 수술을 조건으로 살인을 청부한다. 하지만 정작 수술 받지 못한 아이가 세상을 떠나자 가해차량 운전자인 아빠도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다.
그렇게 건우 포함 4명의 못숨을 앗아간(가해 운전자 아이 제외) 모든 비극의 원인은 단 한가지 김준의 음주 사고였다. 김준이 대중들 앞에서 언제 올지 모를 ‘살만한 세상’을 기약하며 번지르르한 말을 늘어놓는 동안 이 세상에선 3개의 천륜과 곁가지의 사랑들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내는 적이라도 필요하면 곁에 두고, 친구라도 쓸모 없어지면 내다 버립니다.”는 고백. “자식이라도 내 가는 길에 걸리적거리는 잡초라면 뿌리째 뽑아버린다”는 결기. 놀랍기만한 김준의 빌런 본색이다.
근데 알랑가 몰라. 청와대 문을 열 열쇠를 누가 주워 쓸모를 못찾고 버려버릴 지도 모르는데, 대신 감옥문 열 열쇠를 애써 찾아 손에 쥐어줄 지도 모르는데. 적어도 은수현·권선율·강수호는 눈에 불을 켜고 김준에게 어울리는 열쇠를 찾아 헤메는 중인데.
좌우지간 드라마를 위해서도 최후까지 김준의 건투를 빈다. 박혁권의 야비한 눈동자에 건배!
/zaitu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