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4번타자 김재환(36)이 강정호 스쿨의 확실한 애프터서비스와 함께 MVP 시절의 스윙을 되찾아가고 있다.
김재환은 지난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시즌 첫 맞대결에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1홈런) 3타점 1득점 활약으로 팀의 5-3 역전승을 이끌었다.
시작은 미약했다. 1회 1사 1, 3루 기회에서 한화 선발 리카르도 산체스의 초구에 병살타를 치며 아쉬움을 삼켰고, 3회 2사 후 헛스윙 삼진, 4회 2사 후 1루수 땅볼로 4번타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안타가 가장 중요한 순간에 나왔다. 2-3으로 뒤진 7회 1사 1, 2루 기회였다. 2루 대주자 조수행이 허를 찌르는 3루 도루에 성공한 가운데 한화 좌완 김범수 상대로 짜릿한 역전 스리런포를 때려냈다.
김재환은 김범수의 초구 볼을 지켜본 뒤 2구째 바깥쪽 직구(148km)를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4일 인천 SSG전 이후 4경기 만에 시즌 4호포를 가동했는데 이는 이날의 결승타로 기록됐다. 팀의 2연패를 끊은 귀중한 한방이었다.
김재환은 경기 후 “조수행 역할이 너무 컸다. 그렇게 되면서 외야플라이를 쳐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행이한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부담 없이 들어가니까 조금 더 가볍게 칠 수 있었고, 결과가 좋았다. 내 홈런이 팀에 좋은 영향을 끼친 거 같아 기분 좋게 생각한다”라고 홈런의 공을 대주자 조수행에게 돌렸다.
김재환의 홈런이 결승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이유는 그가 148km 직구를 밀어치기를 통해 좌측으로 보냈기 때문이다. 밀어 쳤는데도 타구 속도가 173.9km에 달했다. 김재환은 과거 한 시즌 44홈런으로 MVP를 거머쥐었을 당시 괴력을 앞세워 자유자재로 공을 밀고 당겼다.
김재환은 “앞으로 하다 보면 더 좋은 타구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지금 말하기는 섣부르다”라며 “다만 내 느낌은 나쁘지 않다. 오늘(9일) 홈런이 조금 더 자신감이 생기는 계기가 될 거 같다. 좌측으로도 힘 있는 타구가 나온다는 게 좋은 쪽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평소 땅볼을 치기보다 레벨스윙을 하려고 노력한다”라고 밝혔다.
4년 115억 원 FA 계약 이후 부진에 부진을 거듭한 김재환은 2024시즌에 앞서 대대적인 타격 개편에 나섰다. 이례적으로 마무리캠프에 참가해 '국민타자' 이승엽 감독의 맨투맨 지도를 받았고, 곧이어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향해 지난해 손아섭(NC)의 생애 첫 타격왕을 도운 강정호 아카데미에서 타격폼 및 이론을 재정립했다.
그렇다면 올 시즌 15경기 타율 3할2리 4홈런 14타점 OPS .969 활약은 누구 덕분일까. 김재환은 “너무 복합적이다. 2023시즌을 앞두고 수술을 하면서 캠프 준비가 늦었고, 시즌 준비에도 차질이 생겼다. 그러나 올해는 작년 가을부터 감독님과 훈련을 시작했다. 아무래도 쉬는 시간을 적게 가져가다 보니 나한테 오히려 좋았다. 준비 기간이 충분했다”라고 설명했다.
‘강정호 스쿨’ 우등생인 김재환은 알고 보니 시즌 개막 후에도 줄곧 스승 강정호의 피드백을 받고 있었다. 그는 “시즌 개막 후에도 (강정호와) 연락을 한다. 내가 잘 안 맞으면 마음이 급한지 먼저 닦달하기도 한다. 가끔씩 피드백도 해주는데 또 이런 날은 연락이 안 온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삼진을 당해도 홈런을 치지 못해도 한결같은 응원을 보내주는 두산 팬들을 향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잠실구장은 이날 평일임에도 2만3598명의 관중이 입장하며 KBO리그 '70경기 만에 100만 명 관중 달성'에 크게 기여했다.
김재환은 “관중이 가득 차 있으면 너무 재미있고 집중도 잘 된다. 감사하다. 물론 힘이 들어갈까 조금 걱정은 된다. 너무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그렇다”라며 “신경을 덜 쓰고 의식하지 않으려고 나름 포커페이스를 유지 중이다. 열정적인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 더 들어가다 보면 경직될 수 있어서 타석에 최대한 더 집중하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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