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SG 랜더스는 지난 1월 FA 포수 이지영(38)을 사인&트레이드로 영입했다. 현금 2억5000만원과 2025년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을 내주는 조건으로 이지영을 받는 사인&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계약 조건은 2년 최대 4억원(연봉 총액 3억5000만원, 옵션 5000만원).
당시 SSG는 내부 FA 포수 김민식과 협상이 지지부진했고, 세대 교체에 나선 키움에서 자리가 마땅치 않았던 이지영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SSG는 김민식과도 2년 총액 5억원에 재계약했지만 안방의 무게 중심은 이지영으로 기울었다. 신예 조형우와 함께 개막 엔트리에 들어 SSG 안방을 지키고 있다.
수비만 잘해줘도 좋은데 타격에서 기대 이상 활약을 하고 있다. 지난 10일 문학 키움전에서 이지영은 3-2로 쫓긴 6회 좌인선상에 떨어지는 1타점 2루타에 이어 7회에도 1타점 중전 적시타를 터뜨리며 SSG의 8-4 승리에 큰 기여를 했다. 그 전날(9일)에도 3안타를 폭발한 이지영은 연이틀 맹타로 전 소속팀 키움을 울렸다.
키움 상대로만 이렇게 잘 치는 것이 아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14경기에서 타율 4할9리(44타수 18안타) 5타점 OPS .890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볼넷이 없고 장타는 2루타 2개가 전부이지만 극강의 컨택 능력으로 하위 타순에서 뇌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백업 조형우와 3대1 비율로 출장하면서 규정타석에 3타석 모자라지만 곧 진입이 가능하다. 40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 75명 중 유일한 4할대 타율로 고공비행 중이다. 특유의 초구 공략으로도 타율 4할(10타수 4안타)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데뷔한 뒤 2019~2023년 키움을 거쳐 SSG에 온 이지영은 14시즌 통산 타율 2할8푼1리(3412타수 960안타)로 정확성이 검증된 타자다. 규정타석에는 들지 못했지만 200타석 이상 3할 타율 시즌도 3차례 있다.
어느덧 38세 노장이 됐지만 SSG에서도 이지영의 컨택 능력은 건재하다. SSG는 지난 몇 년간 포수 타석이 거의 쉬어가는 타순 수준으로 약했지만 올해 이지영이 하위 타순에서 장타는 많지 않아도 찬스를 연결하거나 해결해주니 타선 전체에 힘이 생겼다.
본업인 수비에서도 안정적이다. 블로킹이 좋은 포수답게 9이닝당 폭투·포일(0.248개)이 50이닝 이상 소화한 포수 12명 중 3번째로 적다. 같은 기준으로 도루 저지율(27.3%)도 5위로 리그 평균 이상이다.
SSG는 장차 미래의 주전 포수로 키울 조형우가 있다. 조형우가 성장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줄 포수로 이지영을 데려왔고, 시즌 초반임을 감안해도 기대 이상 성과를 내고 있다. 팀도 10승6패로 3위에 오르며 순항하고 있다.
이지영은 지난겨울 FA 계약 선수 19명 중 강한울(삼성·1+1년 3억원)에 이어 김대우(삼성·2년 4억원)와 함께 두 번째 적은 계약 규모에 사인했다. 많은 나이와 함께 보상선수가 발생하는 B등급에 발이 묶이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사인&트레이드로 돌파구를 찾아 SSG에서 기회를 얻었고, 벌써 가성비 최고 FA로 떠올랐다. SSG로선 아마 횡재를 한 기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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