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70세 키스톤이 있다".
KIA 타이거즈가 요즘 내야진에 35살 동갑내기 키스톤 콤비를 가동하고 있다. 물론 선발라인업은 아니다. 승부처 등에서 대타를 활용하면서 경기를 진행하다보니 여러가지 상황이 벌어졌고 경기 후반 유격수 김선빈, 2루수 서건창 콤비 조합이 생겼다. 유격수 박찬호와 박민의 부상이 낳은 조합이었다.
김선빈은 부동의 유격수로 10년 넘게 KIA 내야의 중심이었다. 2017년은 주전 유격수로 타격왕까지 오르며 통합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통산 타율 3할3리의 계산이 되는 타자이다. 서건창은 넥센 시절 주전 2루수로 활약했고 2013년 유일하게 200안타를 달성하며 타격왕과 MVP까지 올랐다. 김선빈은 주전 2루로 옮겼고 서건창은 KIA에 입단후 2루 뿐만 아니라 1루수로도 나서고 있다.
지난 9일 LG 트윈스와의 광주경기에서 70세 키스톤 조합이 눈길을 끌었다. 6회말 찬스에서 유격수 박민 대신 서건창을 대타로 기용했다. 귀중한 희생플라이를 날려 2점째를 뽑았다. 이후 서건창이 7회초 수비에서 2루수로 나서자 김선빈이 유격수 자리로 이동했다. 생각치 않는 조합이 만들어진 것이다. 2사1,2루에서 신민재의 타구를 잡은 서건창이 유격수 김선빈에게 토스에 2루 포스아웃을 시키기도 했다.
10일 경기도 비슷했다. 서건창이 7회 유격수 김규성 대신 대타로 출전해 볼넷을 골라내고 한 점 추격의 발판을 놓았고 8회부터 2루수로 출전했다. 김선빈도 유격수로 옮겼다. 서건창은 8회 동점 2루타를 날려 역전의 발판을 놓았다. 부상이 낳은 조합이지만 김선빈이 유격수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대타 활용의 선택지를 넓혀주었다. 이감독은 승부처에서 적절하게 대타를 내세웠고 결과적으로 3연승으로 이어졌다.
이범호 감독은 "우리에게는 70세 키스톤 콤비가 있다"며 웃었다. 이어 "선빈이가 1~2이닝 정도는 충분히 유격수 볼 수 있다고 한다. 전반에는 70세 키스톤은 못본다. 젊은 유격수 먼저 내고 후반 상황에 따라 대타를 쓸 수 있다. 선빈이와 건창이도 나이가 있으나 돌아가면서 쉬게 하고 찬스 오면 대타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선수 모두 타격에서 상승세에 올라 있다. 김선빈은 타율 3할2푼6리 8타점 6득점 OPS(장타율+출루율) 0.828의 견고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득점권 타율이 6할6푼7리에 이른다. 서건창은 4할5푼2리 7타점 10득점 OPA 1.227, 득타율 4할5푼5리, 대타타율 5할을 자랑하고 있다. KIA 타선의 기둥들이다.
70세 키스톤 콤비는 시한부이다. 허리통증으로 빠진 주전 유격수 박찬호가 17일부터 복귀하면 자동 소멸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처럼 두 선수는 번갈아가며 2루를 맡거나 각각 2루수와 1루수로 선발출전 할 것이다. 체력 관리를 하면서 영양가 만점의 대타로 대기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현재 두 동갑내기 콤비가 KIA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