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이정후와 한솥밥을 먹고 있는 좌완 투수 블레이크 스넬(32)은 지난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소속으로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을 받았다. 지난 2018년 탬파베이 레이스 시절 아메리칸리그(AL)에서 받은 데 이어 양대리그에서 사이영상을 수상한 역대 7번째 선수가 됐다. 게일로드 페리, 랜디 존슨, 페드로 마르티네스, 로저 클레멘스, 로이 할러데이, 맥스 슈어저 등 역대급 투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사이영상 투수 타이틀을 달고 지난겨울 FA 시장에 나간 스넬은 그러나 찬바람을 맞았다.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를 등에 업고 호기롭게 시장에 나서 2억 달러 이상 대형 장기 계약을 노렸지만 반응이 냉랭했다. 뉴욕 양키스가 FA 투수 최대어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 영입에 실패한 뒤 스넬에게 6년 1억5000만 달러 계약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그게 스넬의 패착이었다. 장기전을 펼치며 더 큰 계약을 노렸지만 시장의 관심이 팍 식었고, 결국 지난달 19일 시범경기 기간 샌프란시스코와 2년 62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올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행사할 수 있는 옵트 아웃 조건을 넣으면서 사실상 ‘FA 재수’를 택했다.
스넬이 샌프란시스코와 계약하기 전 그에게 관심을 보인 팀이 휴스턴이었다. 지난 1월 마무리투수 조쉬 헤이더를 5년 9500만 달러에 FA 영입한 휴스턴은 저스틴 벌랜더(어깨), 랜스 맥컬러스 주니어(팔꿈치), 호세 어퀴디(팔꿈치) 등 주축 선발투수들이 부상으로 초중반 전력 공백이 불가피했고, 즉시 전력감으로 스넬에게 관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휴스턴은 스넬을 영입하지 않았다. 이유는 결국 계약 조건이 맞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휴스턴에서 특별 고문을 지내고 있는 명예의 전당 헌액 레전드 외야수 레지 잭슨(78)은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 팟캐스트 ‘더쇼’에 나와 스넬에 대한 휴스턴의 구단의 생각을 밝혔다.
잭슨은 “스넬은 2년 6200만 달러에 계약했다. 그에겐 너무 많은 금액이다. 그는 몇 번이나 부상을 입었고, 인센티브에 옵션까지 있다. 휴스턴 구단에서 결정을 내리는 4~5명의 사람들은 그런 게임을 하지 않는다”며 휴스턴 구단 수뇌부가 스넬을 그렇게 높게 보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2년 6200만 달러도 ‘오버 페이’라고 볼 정도로 휴스턴에선 스넬의 가치를 낮게 평가했다. 올해 연봉 1500만 달러에 2026년 1월 추후 지급할 계약금 1700만 달러까지 더하면 최소 3200만 달러를 1년에 줄 만한 투수가 아니란 것이다. 옵트 아웃을 하지 않으면 내년 연봉도 3000만 달러나 된다.
스넬은 두 번이나 사이영상을 받을 만큼 고점이 높은 좌완 파이어볼러이지만 고질적인 제구 난조로 기복이 워낙 심해 안정성이 떨어진다. 지난해에도 사이영상을 수상했으나 리그 최다 99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크고 작은 부상으로 규정이닝도 통산 8시즌 중 2시즌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내구성도 약하다.
샌프란시스코 데뷔전이었던 지난 9일 워싱턴 내셔널스전에서 스넬은 3이닝 3피안타 2볼넷 5탈삼진 3실점으로 패전을 안으면서 다소 불안하게 시작했다. 시즌 준비가 다소 늦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하지만 3회까지 72개의 공을 던지며 투수구 관리가 잘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