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장면 처음 본다" 공이 찢어지다니…19살 신인의 마구, 희귀한 '좌완 포크볼러' 등장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4.04.16 08: 40

야구공이 배트에 맞는 순간 찢어졌다. 통산 161승을 거둔 ‘레전드’ 정민철 해설위원도 처음 보는 장면이었다. ‘1순위 특급 신인’ 황준서(19·한화 이글스)의 공은 뭔가 특별하다는 것을 보여준 순간이었다.  
지난 1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KIA-한화전. 6회초 올라온 황준서는 투아웃을 잡은 뒤 김태군을 상대로 5구째 포크볼을 바깥쪽 낮게 떨어뜨렸다. 김태군의 배트 끝에 맞은 타구가 투수 옆으로 굴러갔고, 황준서가 침착하게 잡아 1루로 송구하며 땅볼 아웃으로 이닝이 끝났다. 
황준서의 포크볼에 타이밍을 빼앗긴 김태군은 허리가 빠진 채 배트 끝으로 공을 맞혔다. 그 순간 야구공 표면 가죽이 벗겨지며 회전하는 모습이 MBC 중계 화면에 잡혔다. 이닝을 마친 뒤 1루심 박기택 심판이 찢어진 공을 살폈고, 김태군도 신기한 듯 잠시 바라보며 덕아웃에 들어갔다. 

한화 황준서. 2024.03.31 / soul1014@osen.co.kr

지난 14일 한화 황준서 상대로 KIA 김태군의 투수 땅볼 타구 때 찢어진 야구공을 박기택 심판이 살피고 있다. /TVING 캡처

중계를 하던 정민철 해설위원은 “이런 장면은 처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트 끝에 빗맞으면서 정상적이지 않은 충돌이 일어나긴 했지만 야구공이 이렇게 찢어지는 것은 흔치 않다. 
그 공이 황준서의 주무기 포크볼이라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황준서는 이날 총 14개의 공을 던졌는데 최고 147km, 평균 145km 직구(5개)에 112km 느린 커브도 1개 있었지만 포크볼이 8개로 가장 많았다. 
보통 포크볼은 위닝샷으로 많이 사용되는데 황준서는 초구부터 카운트를 잡을 때도 적극적으로 구사한다. 좌우 타자 가리지 않고 포크볼을 존 안에 넣을 줄 안다. 포크볼로 카운트를 잡은 뒤 직구를 위닝샷으로 쓰면서 보통 투수와 다른 레퍼토리를 보인다. 이날 KIA전도 최원준에게 포크볼로 투스트라이크를 잡더니 결정구로 바깥쪽 낮은 직구를 던져 헛스윙 삼진 아웃시켰다. 
한화 황준서. 2024.03.31 / soul1014@osen.co.kr
한화 황준서. 2024.04.10 /cej@osen.co.kr
황준서는 이 공을 두고 ‘스플리터’라고 말하고 있지만 구단 트랙맨, KBO 공식 PTS 등 여러 트래킹 시스템에선 포크볼로 분류한다. 스플리터에 비해 구속과 회전 속도가 느린 대신 낙폭이 크기 때문이다. 좌완 포크볼러는 무척 보기 드문데 KBO리그에선 히어로즈의 역대급 외국인 투수 앤디 밴헤켄이 대표적인 투수였다. 국내 좌완 투수로는 은퇴한 차우찬과 구창모(상무)가 주무기로 잘 썼다.
대부분 좌완 투수가 잘 던지지 않는 이 공을 황준서는 고교 때부터 구사하며 특별한 유망주로 평가됐다. 포크볼은 제구를 하기 어려운 공이지만 황준서는 원하는 곳에 넣었다 빼며 커맨드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놀랍다. PTS로 보면 황준서의 포크볼은 좌우 릴리스포인트가 62.1cm로 리그에서 가장 높고, 분당회전수(RPM)도 1728.1회로 3위에 해당할 만큼 상위권이다. 좌우 무브먼트는 25.1cm로 우타자 바깥, 좌타자 몸쪽으로 휘어지는 움직임도 가장 크다. 
올 시즌 황준서는 직구(51.7%), 포크볼(42.1%), 커브(6.2%) 순으로 구사하고 있다. 사실상 직구-포크볼 투피치로 던지고 있지만 같은 포크볼이라도 스트라이크존 전체를 폭넓게 활용하다 보니 단조로운 느낌을 주지 않는다. 우타자를 상대할 확실한 무기가 있다 보니 지명 당시부터 즉시 전력으로 평가됐는데 실제 현재까지 황준서의 포크볼 구종 가치는 리그 좌완 투수 중 최고 수준이다. 
한화 황준서. 2024.04.06 / soul1014@osen.co.kr
한화 황준서. 2024.03.10 / dreamer@osen.co.kr
1군 데뷔전이었던 지난달 31일 대전 KT전에서 선발승(5이닝 3피안타 1피홈런 2사구 5탈삼진 1실점)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황준서는 이후 구원으로 4경기 5⅔이닝 무실점 행진을 펼쳤다. 시즌 전체 성적은 5경기 1승 평균자책점 0.84. 10⅔이닝 동안 삼진 12개를 잡으며 볼넷은 4개밖에 주지 않았다. 
부드러운 투구폼과 안정된 제구력으로 19살 신인답지 않게 완성도 높은 투수로 평가됐고, 빠르게 프로 무대에 적응해가고 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배짱은 웬만한 기존 선수들보다 훨씬 낫다”고 말할 만큼 남다른 강심장도 인정받고 있다. 크게 긴장하지 않는 스타일이며 투구 템포도 빠르고 간결하다. 
한화는 지난 13일 대전 KIA전에서 4구 만에 교체된 김민우가 팔꿈치 굴곡근 염좌 진단을 받아 당분간 로테이션 이탈이 불가피하다. 이전 같았으면 초비상 상황이겠지만 황준서라는 확실한 대체 선발 카드가 있어 근심을 덜었다. 황준서는 김민우 자리에 들어가 오는 19일 대전 삼성전에 선발등판한다.
한화 황준서. 2024.04.10 /cej@osen.co.kr
한화 황준서.  2024.03.31 /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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