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못 다 이뤘던 100승의 꿈. 12년 만에 다시 꾼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류현진(37)이 첫 100승 도전 경기에 나선다.
류현진은 17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리는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정규시즌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한다. 류현진의 통산 100승 도전 경기다
지난 2012년을 끝으로 빅리그 무대로 진출한 류현진은 11년 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올해 한화와 8년 총액 170억원에 계약하며 금의환향했다. 세계 최고의 빅리그 무대에서 류현진은 어깨 팔꿈치 등 부상에 신음했던 시간이 있었지만 186경기(185선발) 1055⅓이닝 78승48패 평균자책점 3.27의 성적을 거뒀다. 이 기간 사이영상 투표 3위 안에 들어간 시즌도 두 차례나 됐다(2019년 내셔널리그 2위, 2020년 아메리칸리그 3위).
LA 다저스에서 7년간 126경기(740⅓이닝) 54승 33패 평균자책점 2.98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빅리그 무대에 연착륙했다. 2019시즌이 끝나고는 첫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8000만 달러의 대형 계약을 맺기도 했다. 계약 기간 중이었던 2022시즌 도중 팔꿈치 토미존 수술을 받기도 했지만 4년간 60경기(315이닝) 24승 15패 평균자책점 3.97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리빌딩 팀이었던 토론토를 포스트시즌 도전 팀으로 만드는데 류현진이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류현진은 빅리그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고 두 번째 FA 시장에 나왔다. 메이저리그 잔류가 최우선이었다. 하지만 가슴 속에 품고 있었던, ‘건강할 때 한화로 복귀할 것’이라는 다짐을 실천하기 위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빅리그 구단들의 다년계약 제안도 없지 않았지만 류현진은 더 이상 국내 복귀를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한화 복귀를 선택했다.
2006년 등장해 ‘괴물’의 칭호를 받으며 프로야구 무대를 7시즌 간 평정했다. 그러나 끝내 류현진에게 허락되지 않은 기록이 있었다. ‘최연소 100승’ 기록이었다.
2006년 데뷔시즌부터 18승을 거두며 등장한 류현진은 이후 17승-14승-13승-16승-11승 씩을 거두며 2011시즌까지 89승을 챙기고 있었다. 100승까지 11승을 남겨뒀다. 빅리그 진출 직전인 2012년에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약 이 해 류현진이 100승을 달성하면 역대 최연소 기록이었다. 종전 기록이 정민철의 만 27세3개월2일이었고 2012년의 류현진은 만 25세에 불과했다. 어떻게든 1년 이상 최연속 기록을 단축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이 해 류현진은 지독한 불운에 시달렸다. 고독한 소년가장이었다. 27경기(182⅔이닝) 9승 9패 평균자책점 2.66으로 활약했지만 당시 한화는 리그 최하위(53승 3무 77패)에 그치는 최약체 팀이었다. 류현진은 퀄리티스타트 22회, 퀄리티스타트 플러스 17회 등 선발 투수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했지만 98승까지 달성한 채 끝내 100승을 채우지 못했다.
2012년 10월 4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는 류현진이 미국으로 떠나기 전 가졌던 마지막 등판이었다. 이 경기가 류현진이 왜 100승을 달성하지 못해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경기였다. 이날 류현진은 10이닝 4피안타(1피홈런) 12탈삼진 1실점 역투를 펼쳤다. 강정호에게 허용한 솔로홈런 한 방을 제외하면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선보였다. 하지만 한화 타선도 최진행의 솔로홈런으로 뽑은 1점을 제외하면 단 1점도 뽑지 못해 결국 승패 없이 마운드에서 물러났고 경기도 1-1 무승부로 끝났다.
최연소 100승은 더 이상 꿈 꿀 수 없는 기록이 됐지만 기다리던 100승에 12년 만에 도전한다. 복귀 후 류현진은 승운이 따르지 않기도 했지만 한국 타자들에게 혼쭐이 났다. 3월23일 LG와의 개막전에 복귀한 류현진은 3⅔이닝 6피안타 3볼넷 5실점(2자책점)으로 충격의 패전을 당했다. 다음 등판인 29일 대전 KT전에서는 6이닝 8피안타 9탈삼진 2실점, 퀄리티스타트를 펼쳤지만 승패 없이 물러나야 했다. 그리고 이달 5일, 처음으로 고척스카이돔 등판에 나섰던 류현진은 키움의 타자들에게 집중타를 허용하면서 4⅓이닝 9피안타 2볼넷 2탈삼진 9실점을 기록했다. 자신의 한 경기 최다 실점의 굴욕을 당했다.
심기일전한 류현진은 3전4기 만에 한국 무대 복귀 첫 승, 그리고 통산 99승 째를 수확했다. 11일 잠실 두산전 6이닝 1피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으로 승리를 스스로 거머쥐었다.
4수 만에 성공했던 99승. 그리고 전날(16일) 한화는 류현진의 승리 이후 3연패를 당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NC를 상대로 접전 끝에 7-4로 역전승을 거뒀다. 류현진이 연패스토퍼를 맡아야 하는 부담스러운 상황과 직면하지는 않게 됐다. 다만, 류현진은 2013년부터 1군에 진입한 9번째 구단 NC와 통산 처음 맞대결을 펼치게 된다. 2019년 개장한 창원NC파크에서도 첫 등판이다.
과연 류현진은 아홉수 없이, 지체 없이 12년을 기다려 온 100승까지 달성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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