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퀴즈 온 더 블럭’ 히딩크 감독이 故 유상철 선수를 추모한 가운데 한국 선수들에게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라고 조언했다.
17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에서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특집으로 2002 월드컵 국가대표감독 거스 히딩크와 절친 서울시립교향악단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이 등장했다.
이날 히딩크 감독은 서울의 첫 인상에 대해 “정말 춥다는 것이었다. 한국에 도착하고 훈련에 들어갔는데 선수 40명과 함께 울산에서 훈련했다. 당시 영하 15도 정도였지만, 체감 영하 35도 같았다. 그래도 선수들이 추위를 이겨내고 열심히 훈련했다. 그래서 춥기도 했지만, 선수들의 열기로 따뜻하기도 했다”라고 떠올렸다.
그런가 하면, 히딩크 감독 하면 뺴놓을 수 없는 박지성 선수가 있다. 히딩크 감독은 박지성을 발굴하게 된 계기로 “박지성 선수의 발전이 정말 자랑스럽다. 일본 J리그에서 뛸 때 처음 봤다. 한국에서 잘 알려진 선수는 아니었지만 그땐 선수들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많이 돌아다녔는데, 잘 알려져 있지는 않아도 훌륭한 선수들을 스카우트 하려고 했고, 박지성은 그 중 하나였다”라며 “내가 보는 가능성대로 발전한다면, 정말 어마어마한 선수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그걸 증명해냈다”라고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또 히딩크 감독은 박지성이 바로 프리미어리그에 가지 않는 것을 칭찬한다며 “네덜란드 리그를 거치라고 얘기했었는데, 프리미어리그보다는 약간 아래인 클럽이지만, 그 사이의 좋은 중간 다리가 되게 때문이다. 이영표 선수도 그랬다. 그 덕에 그는 2년 후 프리미어리그로 성공적으로 진출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유재석은 "히딩크 감독님 취임 후 국가대표팀 문화가 바뀌었다"라며 복장 통일, 반바지 금지, 식사 시간 통일, 식사 중 휴대전화 금지 등을 언급했다. 이에 히딩크 감독은 "맞다. 많은 일들이 있었다. 감독으로서 선수들이 외부적인 요인에 영향을 안 받게 해야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저는 저를 자극하는 환경을 만드는 편이다. 한국에서도 그랬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대한축구협회와 논의했고, 제가 원하는 사항을 요청했다"라면서 "당시 한국 축구는 매우 폐쇄적이었다. 더 개방적일 필요가 있고, 감독과 선수들이 매주 연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환경을 바꿔 나갔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는 실패라는 결과에 대해 잘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실패를 믿지 않는다. 실패를 받아들이고 다시 일어나서 도전하며 되기 때문이다. 그것이 한국에서 경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히딩크 감독은 "당시 대한축구협회는 16강에 가야 한다고 했었다. 그래서 (훈련할 때) 어려운 길을 갈 수밖에 없었다. 초반에는 비난도 많이 받았다"라고 회상하면서 “혹시 별명 알고 있냐”고 물었다. 유재석이 "오대영 감독"이라고 하자 "맞다!”라고 받아쳐 눈길을 끌었다.
당시 히딩크 감독은 유럽 축구 강국과 치러진 평가전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오대영'이라는 별명이 생겼던 것. 이에 히딩크 감독은 "제가 한국 신문을 읽을 수 없고, TV도 못 봤다. 그래서 별명을 몰랐다"라며 “한국 사람들도 매너가 좋았던 게 월드컵 끝날 때까지 아무도 (별명을) 말해주지 않았다"라고 털어놔 웃음을 안겼다.
유재석은 2002년 월드컵을 언급하며 “대한민국 사람들에게는 마르지 않는 샘이다. 2002년에 태어난 분들에게도 ‘월드컵 봤어?’ 이야기할 정도. 감독님엑 가장 기억에 남는 2002년의 장면은 어떤 게 있으신지”라고 물었다. 이에 히딩크 감독은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경기를 떠올릴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에게는 첫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폴란드전이다. 황선홍 선수가 골을 넣으면서 승리했다. 이을용 선수의 어시스트를 받은 골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월드컵에서 처음 승리한 중요한 경기였다”라고 답했다.
이어 故 유상철 선수를 언급한 히딩크 감독은 “그리고 상철 선수는 병으로 세상을 떠나서 너무 슬프지만 상철의 두 번째 골로 첫 경기에서 이길 수 있었다. 정말 의미있는 경기다. 큰 한 걸음이었다. 팀에게도, 저한테도”라고 그리움을 드러냈다. 그리고 이어진 영상에서는 히딩크 감독이 故 유상철 선수의 묘를 찾아 “너와 함께해서 너무 감사했다. 용감한 친구 고마웠다”라고 추모해 뭉클함을 자아냈다.
한편, 유재석은 축구 국가대표 감독 역임자로서 현재 대한민국 축구를 어떻게 보냐고 물었다. 이에 히딩크는 “차기 감독 결정하는 어려운 시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제가 할 말은 없다. 대한축구협회가 결정한 사안이니까”라고 말문을 열었다. 다만 “한국은 제가 처음 왔을 때와 비교하면 많이 달라졌다. 당시 한국 선수들은 한국에서만 활동했다. 이탈리아에서 활동한 안정환을 제외하면 활동하는 선수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 세계 리그에서 활동하고 있으니 충분히 자부심을 느껴도 된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물론 성적이 안 좋을 때도 있겠지만 이런 발전은 어마어마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히딩크 감독은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선수를 언급하며 “보통 이상의 큰 팀에서 뛰는 한국인 선수가 많다. 엄청난 발전을 이룬 것. 그러니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위기라는 이야기를 하기보다는”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또 “위기라는 단어를 너무 쉽게 얘기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은 언제나 월드컵에 나갈 실력을 갖췄다. 너무 빨리 위기라는 말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위기라는 단어를 10번만 말하면 정말 위기가 된다. 미리에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해라. 발전시킬 점을 고민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한국 선수들은 지더라도 다시 일어나는 강인한 선수들이다. 그 정신을 유지한다면 멋진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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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