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볼러’ 김서현(20·한화 이글스)에겐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 ‘강하게 던지면서 제구 잡기’라는 미션을 받고 2군에 내려간 김서현이 퓨처스리그 첫 등판에서 고전했다.
김서현은 지난 17일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와의 KBO 퓨처스리그 경기 더블헤더 2차전에 6회 구원등판, 1이닝 2피안타 1볼넷 1사구 1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지난 13일 2군으로 내려간 뒤 첫 퓨처스리그 등판으로 관심을 모았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다. 최고 152km, 평균 148km로 강속구를 뿌렸지만 투구 밸런스가 잡히지 않은 모습이었다.
1군에서 주자 유무와 관계없이 세트 포지션으로만 던졌던 김서현은 이날 와인드업으로 첫 타자 심규빈을 상대했다. 그러나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으로 출루시켰다. 이어 함창건에게 하이 패스트볼을 맞아 맞아 좌중간 빠지는 1타점 2루타로 첫 실점했다.
최명경을 중견수 뜬공 처리하며 첫 아웃카운트를 잡았지만 김현종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하며 추가 실점했다. 이번에도 빠른 공이 가운데로 몰렸다. 이어 김주성에겐 2구째 커브가 손에서 빠져 몸에 맞는 볼이 됐다.
계속된 1사 1,2루 위기에서 김성진을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돌려세운 뒤 김태우를 중견수 뜬공 잡고 이닝을 마쳤다. 살짝 빗맞은 타구였지만 중견수 최준서가 앞으로 나와 슬라이딩 캐치에 성공하며 김서현을 도왔다.
총 투구수 25개로 스트라이크 15개, 볼 10개. 최고 152km, 평균 148km 직구(20개) 중심으로 커브(3개), 체인지업(2개)을 구사했다. 80% 비율로 직구를 던지며 직구 제구를 잡는 데 집중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지난해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김서현은 파이어볼러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지난해 5월11일 대전 삼성전에선 트맥맨 기준 160.7km로 개인 최고 구속을 찍었다. 그러나 5월 이후 직구 제구가 잡히지 않으면서 변화구에 의존하는 투구를 했다. 2군에서 선발 수업을 받기도 했지만 1군 복귀 후 제구 난조가 극심했다. 첫 해 1군 성적은 20경기(1선발) 평균자책점 7.25. 22⅓이닝 동안 삼진 26개를 잡았지만 사사구 30개(볼넷 23개, 사구 7개)로 제구가 좋지 않았다.
지난해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 때부터 박승민 투수코치가 전담으로 붙어 투구 밸런스와 제구를 잡는 데 나섰다. 변화무쌍했던 팔 각도를 높여서 고정시켰고, 올해 호주 멜버른 1차 스프링캠프 때까지는 좋은 밸런스를 유지했다. 그러나 2차 일본 오키나와 캠프 때부터 팔이 조금씩 내려왔고, 시범경기에서도 제구가 오락가락했다. “좋을 때는 폼을 바꾸지 말고 영상을 보면서 꾸준히 밀고 나가라”는 코칭스태프 조언 속에 팔 각도를 원래대로 돌리면서 개막 엔트리에 들었다.
첫 등판이었던 지난달 31일 대전 KT전을 2이닝 퍼펙트로 막으면서 스타트는 잘 끊었다. 당시 트랙맨 기준 최고 154km, 평균 151km 직구를 힘있게 뿌렸다. 이틀 뒤 만난 김서현은 “난 세게 던졌다고 생각했는데 영상으로 보니 세게 던지는 것 같지 않더라. 그렇게 던지니 제구도 잘되고, 변화구도 잘 들어가더라”며 팔 각도에 대해선 “올해는 한 가지 폼으로 고정했으니 더 올리거나 내리진 않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다 보니 팔이 높은지 낮은지도 요즘은 잘 못 느낀다”고 말했다.
아직 자기 것이 완전히 정립되지 않은 듯했고, 이후 경기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2군에 내려가기 전까지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50을 기록했지만 6이닝 동안 볼넷 6개, 몸에 맞는 볼 2로 제구가 또 흔들렸다. 지난 12일 대전 KIA전에서 1⅓이닝 2피안타 4볼넷 1실점을 기록한 뒤 2군행 통보를 받았다.
당시 제구 불안뿐만 아니라 구속 저하가 우려를 낳았다. PTS 기준 직구 구속이 최고 147km, 평균 143km로 뚝 떨어졌다. 트랙맨 기준으로는 최고 151km, 평균 147km. PTS로 측정했을 때에 비해 심각한 구속 저하는 아니지만, 트랙맨으로 봐도 직구 평균 구속이 지난해 154km에서 올해 148km로 전년 대비 6km 감소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구속이 떨어졌는데도 제구를 잡지 못하고 있으니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최원호 감독도 지난 13일 “스트라이크를 던지려고 약하게 던지면 안 된다고 계속 주문을 해왔다. 강하게 던지면서 스트라이크에 대한 감을 잡아야 한다”며 “본인도 당장 위기를 넘기려고 하다 보니 자꾸 그렇게 되는 것이다. (힘을 빼고) 그렇게 던져서 스트라이크 확률이 높아져야 하는데 그런 것도 아니다. 선수에게도 ‘네가 던질 수 있는 최대한의 힘으로 던지면서 스트라이크 감을 잡아야지, 70~80%로 던져서 감 잡으면 무슨 소용 있냐”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당장 결과를 내야 하는 1군에서 지금 모습으로 가다간 김서현의 특장점을 잃어버릴 수 있었다. 선수 스스로 혼란에 빠진 상황이라 조금 여유 있는 2군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줬다. 첫 등판에선 구속이 소폭 상승했으나 릴리스 포인트가 왔다 갔다 하며 제구가 잡히지 않은 모습은 그대로였다. 극심한 성장통이지만 이제 프로 2년차의 20살 어린 투수라 서두를 것 없다. 급하게 만드는 것보다 시간을 두고 충분한 조정 기간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