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격보다 더 커보였다”
한화 이글스 류현진은 지난 17일, 데뷔 이후 NC 다이노스라는 구단을 처음 상대했다. 통산 100승 도전 경기였는데, 그동안 NC를 만날 수 없었다. 류현진은 2012년까지 프로야구 무대를 평정하고 미국 무대로 진출했는데, NC는 류현진이 떠나고 2013년부터 1군 무대에 진입했다.
당연히 NC 대부분의 선수들이 류현진과 상대한 전적이 없었다. NC 창단 멤버인 박민우, 김성욱, 권희동은 물론 NC가 아닌 다른 구단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고 2013년 이전에 입단했던 박건우, 박세혁 등도 류현진이 활약할 당시에는 주전급 선수가 아니었기에 상대할 일이 없었다. 롯데에서 활약했던 손아섭만이 류현진을 상대한 기록이 있었다. 32타수 8안타, 타율 2할5푼이었다.
경기 전 강인권 감독은 “우리 팀 라인업에서 류현진 선수를 상대한 선수는 손아섭 선수만 있는 것 같다. 나머지 선수들은 한 번도 타석에서 상대를 안해봤기 때문에 아예 생각을 안하고 들어가면 더 좋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라면서 류현진이라는 이름값에 주눅들지 않고 자신있게 상대해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지난 11일 잠실 두산전에서 6이닝 1피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선보이며 99승을 따낸 류현진은 완전히 각성했다. 류현진은 더 이상 거칠 것이 없었다. 특유의 제구와 완급조절, 그리고 구위까지 선보이면서 NC 타자들을 혼돈에 빠뜨렸다. ‘빅리그 괴물’의 위압감을 완벽하게 과시했다.
엄살 같았지만 박건우는 이날 실제로 류현진과 3타석 승부에서 2타수 무안타 2삼진 1볼넷의 성적에 그쳤다. 2회 첫 타석에서는 2볼로 시작했지만 패스트볼과 커터가 몸쪽 가운데, 바깥쪽으로 절묘하게 꽂히며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4회 두 번째 타석에서도 체인지업과 커터 조합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4회 단 하나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홈런으로 연결시킨 김성욱 역시도 류현진의 제구력에 혀를 내둘렀다. 그는 “확실히 확실히 스트라이크랑 볼의 경계선이 헷갈렸다. 첫번째 공이 스트라이크가 되고 그 뒤에 오는 공도 똑같이 온다고 느꼈는데 태블릿PC로 확인한 두 번째 공은 하나 정도 빠져 있었다. 확실히 제구력이 좋은 것 같았다”라며 혼돈의 과정이 있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김성욱도 홈런을 쳤지만 나머지 두 타석에서는 모두 땅볼을 기록했다. 특히 홈런 이후 만난 7회에는 미세한 차이로 구사한 바깥쪽 제구에 타구에 힘을 싣지 못했고 투수 병살타로 물러났다.
8회 희생플라이로 결승타를 기록한 리드오프 박민우에게도 류현진이라는 선수는 너무나 거대한 존재였다. 박민우도 류현진과 3번을 상대했지만 중견수 뜬공, 3루수 땅볼, 유격수 뜬공에 그쳤다. 좌타자 입장에서 좌투수가 던지는 몸쪽 공은 더 위협적이고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박민우는 이를 직접적으로 체감했고 위압감에 압도 당했다.
박민우는 류현진을 처음 만난 느낌에 대해 “류현진 선배가 마운드에 서 있는데 너무 커 보이더라. 워낙 체격도 좋으신데, 류현진이라는 이름도 있어서 체격보다 더 커보이는 느낌이 들더라. 그래서 그런지 제가 타석에 들어가기 전부터 제가 지고 들어가지 않았나 생각한다”라면서 “확실히 처음 봤지만 정말 실투 없이, 몰리는 공 없이 정말 잘 던지시더라. 쉽지 않더라”라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왜 빅리그에서도 잘한 투수였는지 알 수 있었고 빅리그의 투수들은 다 이렇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면서 류현진의 위상과 실력을 몸소 느꼈고 미국에서도 주름을 잡았던 투수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NC는 승리를 했음에도 류현진이라는 선수가 왜 대단한지를 느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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