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들이 저를 안 피하죠, 뒤에 우리 팀 홈런 1위인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강인권 감독은 지난해와 다른 타순 구성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현역 타율 ‘탑3’에 포진해 있는 손아섭 박민우 박건우를 1-2-3번 타선에 차례대로 배치했다. 하지만 올해는 이들을 떨어뜨렸다. 1번 박민우 3번 손아섭 5번 박건우 순으로 배치했다. 거포형 4번 타자 맷 데이비슨의 합류로 타선의 응집력을 극대화 하기 위한 조치였다. 현재까지 타순 변경은 성공적이다. 여기에 5번 박건우 뒤에 배치한 김성욱이 올 시즌 초반, 환골탈태를 해주면서 타선의 힘이 극대화 되고 있다.
5번 타순에 위치한 박건우의 말을 빌리면 “5번 타순에서 저는 밥상만 잘 차리면 된다. (김)성욱이 FA로 돈 많이 벌게 해주는 게 내 역할이다”라면서 “투수들이 저를 안 피한다. 뒤에 우리 팀 홈런 1위가 있는데”라면서 박건우와 김성욱 등 타선의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 되고 있다.
박건우의 말대로 올해 NC 타선의 마지막 방점은 김성욱이 찍고 있다. 김성욱은 올해 21경기 타율 2할6푼4리(72타수 19안타) 6홈런 19타점 OPS .937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리그 홈런 공동 6위, 타점 공동 4위에 올라 있다. 팀 내 모두 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2012년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로 입단한 ‘창단멤버’인 김성욱은 입단 13년차, 그리고 ‘예비 FA’ 시즌에 커리어 하이를 노려보고 있다. 지난 17일 창원 한화전 김성욱은 현재 NC의 해결사가 왜 자신인지를 몸소 증명했다.
17일은 ‘괴물’ 류현진의 통산 100승 도전 경기였다. 지난 11일 잠실 두산전에서 6이닝 1피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의 괴력투로 통산 99승을 달성했다. 류현진이 서서히 자신의 페이스를 되찾아가고 있다는 신호였다. 실제로 이날 경기 초반, 류현진의 기세와 아우라가 NC를 압도했다.
NC는 3회 선두타자 김형준의 중전안타를 제외하고는 공략해 나가지 못했다. 정타 자체가 없었다. 류현진은 몸쪽과 바깥쪽, 높은 쪽과 낮은 쪽 등 스트라이크 존을 절묘하게 파고드는 제구력에 좀처럼 타이밍을 포착하지 못했다.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은 4회였다. 4회 선두타자 서호철이 류현진의 결정구 바깥쪽 체인지업을 건드려 중전 안타를 때려내며 기회를 잡았다. 이후 손아섭의 1루수 땅볼로 1사 2루가 됐고 권희동이 류현진에게 이날 첫 볼넷을 얻어내며 1사 1,2루 기회를 이어갔다. 박건우는 류현진에게 삼진을 당하며 2사 1,2루가 됐다.
타석에 김성욱이 들어섰다. 김성욱은 초구부터 방망이를 돌렸다. 높은 코스의 커터를 받아쳤지만 파울이 됐다. 그리고 몸쪽 커터는 지켜봤다. 1볼 1스트라이크. 그리고 3구째 139km 높은 코스로 들어오는 커터는 놓치지 않았다. 초구 커터보다 스트라이크 존으로 밀려들어왔고 김성욱의 방망이에 걸렸다. 타구는 높이 떴고 멀리 뻗어가면서 담장을 넘겼다. 0-2로 뒤지고 있었던 경기가 3-2로 뒤집어지는 순간이었다.
김성욱에게 홈런을 허용한 뒤 류현진이 7회까지 볼넷 1개만 내준 것을 감안하면 김성욱의 홈런포가 얼마나 귀했고 값졌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김성욱은 류현진에게 올해 첫 피홈런을 안기기도 했다. 한국 무대에서 마지막으로 홈런을 맞은지 4213일 만이었다. 류현진은 빅리그 진출 직전 마지막 등판이었던 2012년 10월4일, 대전 넥센(현 키움)전에서 강정호에게 홈런을 맞은 바 있다.
올해 ‘예비 FA’인 김성욱이 시즌 초반부터 이 정도로 순항을 펼치는 시즌도 드물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연속 124경기 이상 출장하며 주전급 대우를 받았다. 2016년 130경기 타율 2할6푼5리(306타수 81안타) 15홈런 51타점 OPS .801로 잠재력을 펼치는 듯 했다. 2017년 124경기 타율 2할5푼7리(308타수 76안타) 6홈런 31타점 OPS .705로 주춤하는 듯 했지만 2018년 111경기 타율 2할6푼(323타수 84안타) 13홈런 45타점 11도루 OPS .753으로 활약했지만 이후 기회가 많이 오지 않았다.
지난해 정규시즌 막판, 원정 경기 도중 짬을 내서 레슨장을 찾을 정도로 달라지기 위해 노력했다. 올해 스프링캠프 직전에는 중고등학교 선배이자 현재 미국 아주사퍼시픽대학교 타격코치인 허일에게 개인 훈련을 받으면서 올 시즌을 준비했다.
FA 시즌이지만 아직 들뜨려고 하지 않는다. 그는 “일단 평범하게 한 시즌을 끝내는 게 목표다. 엄청 잘하는 선수가 아니라 한 시즌을 풀타임으로 뛰면서 다치지 않으면 계속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라고 말하면서 올 한 해 풀타임 활약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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