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개수도 많지만 그렇게 많이 맞았는데 타석에서 다시 그렇게 타격을 할 수 있는 용기가 대단하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1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경기 전 인터뷰에서 “큰 기록이 걸려 있는 상황이라서 우리 입장에서도 굉장히 미안한 마음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이숭용 감독님과 코칭 스태프, 그리고 (최)정이도 만나서 미안하다고 이야기를 했다”라며 전날 KBO리그 통산 최다홈런 신기록에 도전했던 최정에게 부상을 입힌 것을 다시 한 번 사과했다.
최정은 KBO리그 통산 2184경기 타율 2할8푼7리(7496타수 2154안타) 467홈런 1475타점 1384득점 176도루 OPS .920을 기록한 한국 대표 거포 3루수다. 지난 16일 KIA전에서 5타수 2안타 1홈런 1타점 1득점으로 활약하며 KBO리그 역대 최다홈런 타이기록을 달성했다. 통산 467홈런을 기록하며 두산 이승엽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2경기에서 3홈런을 몰아치며 뜨거운 타격감을 과시한 최정은 지난 17일에는 KBO리그 통산 최다홈런 신기록에 도전했다. SSG는 최정의 대기록 달성이 눈앞에 다가오자 최정의 통산 468호 홈런공을 잡는 사람에게 홈런공을 구단에 양도할 시 ’2024년과 2025년 라이브존 시즌권 2매’, ‘최정 친필 사인 배트 및 선수단 사인 대형 로로볼’, ‘2025년 스프링캠프 투어 참여권 2매’, ‘이마티콘(이마트 온라인 상품권) 140만원’, ‘스타벅스 음료 1년 무료 이용권’, ‘조선호텔 75만원 숙박권’ 등의 상품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개최했다. 이날 경기는 홈런공을 잡을 수 있는 외야석이 평소와 달리 일찌감치 매진됐고 최종 관중은 1만6062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외야석을 가득 메운 팬들은 실망스럽게 경기장을 떠나야 했다. 최정이 1회말 2사 첫 타석부터 몸에 맞는 공으로 부상을 당해 교체됐기 때문이다. KIA 선발투수 윌 크로우의 2구 시속 150km 투심에 옆구리를 맞았다. 최정은 끝까지 경기를 해보려고 했지만 결국 1루까지 걸어간 뒤에 대주자 박지환과 교체돼 이날 경기를 마쳤다. 최정의 대기록 도전을 알고 있었던 크로우는 미안한 마음에 연신 최정에게 사과를 했고 이닝이 끝난 뒤에는 덕아웃에 가서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크로우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최정에게 미안하다. 그가 어떤 기록에 도전하는지 알고 있었다. 절대로 맞추려는 의도는 없었다.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원하지 않았다. 오늘은 중요한 경기였다. 많은 사람들이 오늘 어떤 일이 일어날지 보고 싶어했다. 최정의 플레이를 보기 위해 찾아온 팬들에게 사과하고 싶다. 내가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는 것을 모두가 알기를 바란다”라고 최정에게 사과했다.
KIA 이범호 감독과 베테랑들도 모두 최정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범호 감독은 “경기 직후 최정 선수의 부상소식을 들었다. 너무 안타깝고 미안하게 생각한다. 모쪼록 빠른 쾌유를 바란다”라고 최정의 빠른 회복을 기원했다. 이범호 감독은 경기 직후 SSG 덕아웃을 방문해 이숭용 감독에게 사과를 하기도 했다.
KBO리그 역대 두 번째로 통산 4000루타를 달성한 최형우는 “경기하는 동안 최정 선수 부상이 걱정됐다. 대기록이 걸려있는 선수인만큼 팬들의 관심도 높은데 안타깝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데뷔 후 처음으로 2경기 연속 홈런을 때려낸 김선빈도 “최정 선배가 경기 중간 갈비뼈 미세골절 소견을 받았다고 들었다. 빨리 쾌유를 하기를 바란다고 전하고 싶다”라며 최정에게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최정은 첫 번째 진단에서 좌측 갈비뼈 미세골절 진단을 받았지만 18일 두 군데 병원에서 추가 검진을 받은 결과 단순타박 진단이 나왔다. SSG는 “최정의 정확한 검진을 위해 금일 오전과 오후 두 곳의 병원에서 추가 검진을 실시했다. 검진 결과 두 곳 모두 좌측 갈비뼈 부위 단순타박이라는 동일한 소견을 받았다. 최정은 당분간 통증 완화 시까지 출전은 어려우며 지속적으로 몸상태 체크 후 향후 출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최정이 큰 부상을 피한 것에 대해 이범호 감독은 “정말 다행이다. 팀의 제일 중요한 주축선수고 팀을 이끄는 선수다. 그런 선수가 부상을 당하면 안되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도 단순타박이라고 나와서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최정처럼 강력한 홈런타자를 상대할 때 투수들이 몸쪽 승부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 특히 최정은 몸쪽 승부도 크게 두려워하지 않아 통산 몸에 맞는 공이 330개에 달한다. KBO리그 역대 압도적인 1위다. 이범호 감독은 “홈런타자들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정이는 몸에 맞는 공 자체가 워낙 많다.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는게 그렇게 몸쪽으로 공이 많이 날아오는데도 그 정도의 홈런을 치는 것은 본인의 의지가 엄청나지 않다면 어렵다. 홈런 개수도 많지만 그렇게 많이 맞았는데 타석에서 다시 그렇게 타격을 할 수 있는 용기가 대단하다”라고 감탄했다.
SSG 이숭용 감독 역시 “(최정이) 잘치는 타자니까 바짝 붙이려다가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투수들도 몸쪽 승부를 하다보면 맞출 수도 있는 것이다. 다행히 정이도 큰 부상이 아니니까 아무 일 없듯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팬분들에게도 조금씩 더 이해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며 최정을 상대로 몸쪽 승부를 하는 것을 이해한다고 이야기했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