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또 부상자 명단이다. 콜로라도 로키스의 재앙으로 전락한 크리스 브라이언트(32)가 FA 계약 후 3년 연속 부상으로 공백을 갖게 됐다. 시즌 초반 나란히 FA 먹튀 행보를 보였던 앤서니 렌던(LA 에인절스)이 최근 10경기 타율 3할6푼4리(44타수 16안타) OPS .840으로 살아나면서 현존 메이저리그 최악의 FA 먹튀는 브라이언트로 굳어진 모양새다.
콜로라도는 지난 18일(이하 한국시간) 허리 긴장 증세를 보인 브라이언트를 1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등재했다. 콜로라도는 브라이언트가 빠진 자리에 트리플A 앨버커키 아이소톱스 3루수 션 부샤드를 콜업했다.
브라이언트는 지난 14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전에서 4회 수비를 앞두고 교체됐다. 이날 우익수로 나온 브라이언트는 1회 블라디미르 게레로의 머리 위로 넘어가는 뜬공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펜스에 세게 부딪쳤다. 4회까지 타격을 소화했지만 허리에 통증이 가시지 않아 교체됐다.
하루이틀 지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통증이 지속됐고, 결국 부상자 명단을 피하지 못했다. ‘MLB.com’에 따르면 브라이언트는 “좋은 상태가 아니었지만 계속 뛰고 싶었다. 내가 하고 싶었던 타격을 어느 정도 찾았고, 좋은 상태로 나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실망스럽다. 답답하지만 빨리 극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버드 블랙 콜로라도 감독은 “브라이언트는 잠재적으로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다. 최고의 선수는 경기장에 있어야 한다. 힘든 출발을 한 게 사실이지만 아직 10~12경기밖에 치르지 않았다. 시즌이 많이 남아있고, 우리는 그가 올바른 방향을 잡고 할 수 있길 바란다. 이번 부상은 분명 실망스럽지만 이것이 최소한의 조치였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브라이언트는 올해 13경기 타율 1할4푼9리(47타수 7안타) 1홈런 6타점 4볼넷 4사구 18삼진 출루율 .273 장타율 .255 OPS .528로 극도의 부진을 보이고 있다. 13~14일 토론토전에서 7타수 3안타(2루타 2개) 2타점으로 살아날 조짐을 보였지만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좋은 흐름이 끊겼다.
2016년 시카고 컵스에서 내셔널리그(NL) 신인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브라이언트는 2017년 MVP를 수상했다. 그해 컵스를 108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숭으로 이끌며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다. 이후 다소 하락세가 있긴 했지만 2021년까지 올스타에 4번 선정되며 준수하게 활약했다. 첫 7시즌 중 6시즌을 144경기 이상 뛰며 큰 부상 없이 풀타임을 꾸준히 소화했다.
그런데 2022년 3월 콜로라도와 7년 1억8200만 달러 FA 대박을 터뜨린 뒤 ‘유리몸’으로 전락했다. 2022년 이적 첫 해부터 4~5월 허리 부상으로 이탈하더니 7월 왼발 족저근막염으로 시즌 아웃돼 42경기 출장에 그쳤다. 지난해에도 6월 왼쪽 발뒤꿈치, 7월 왼손 검지를 다쳐 두 번이나 부상자 명단에 오르며 80경기 출장으로 끝났다.
3번째 시즌 초반인데 부상자 명단만 6번째 등재. 브라이언트는 “162경기는 힘들지만 더 많은 공을 보고, 존을 잘 이해하며 리듬을 익히기 위해선 오래 뛰는 게 중요하다. 한 번에 길게 뛰어야 최고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더 답답하다”고 말했다. 부상 기간이 워낙 잦고, 길어지다 보니 타격감을 잡는 데에도 애를 먹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