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의 내로라하는 수비수들이 송구를 포기하더니 급기야 포구 실책까지 범한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빠른 발이 빅리그 내야수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정후는 1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홈 4연전 1차전에 1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1득점 활약하며 팀의 5-0 완승을 이끌었다. 양 팀 타자들 가운데 멀티히트를 친 선수는 이정후가 유일했다.
16일 마이애미 말린스전 이후 2경기 연속 3번타자로 뛰다가 3경기 만에 1번타자로 복귀한 이정후.
첫 타석부터 안타를 가동했다. 0-0으로 맞선 1회말 선두로 등장, 애리조나 선발 라인 넬슨을 만나 초구 스트라이크를 지켜본 뒤 2구째 높은 83마일(133km) 체인지업을 받아쳐 내야안타로 연결했다. 지난 8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부터 10경기 연속 안타를 신고한 순간이었다.
타구가 다소 빗맞으며 유격수 제이스 피어슨 쪽으로 느리게 굴러갔고, 이정후가 그 틈을 타 전력질주와 함께 빠른 발을 앞세워 1루를 밟았다. 유격수 피어슨이 송구를 포기할 정도로 속도가 빨랐다.
이정후는 이 안타로 강정호(은퇴), 김현수(LG)에 이어 빅리그 데뷔 시즌 10경기 연속 안타를 친 세 번째 코리안 메이저리거가 됐다. 다음 경기에서 안타를 치면 새 역사를 쓸 수 있다.
이정후는 후속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의 병살타 때 2루에서 포스아웃되며 득점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이정후의 안타 본능은 계속됐다. 0-0으로 맞선 3회 1사 2루 찬스였다. 1B-1S에서 좌완 로건 알렌의 3구째 가운데로 몰린 90.9마일(146km) 싱커를 강하게 받아쳤다. 타구가 투수 글러브를 맞고 유격수로 향했고, 유격수 피터슨이 이를 뒤로 빠트리며 내야안타가 됐다. 전날 마이애미전에 이은 2경기 연속 멀티히트였다.
이정후는 이후 호르헤 솔러의 중전안타 때 빠른 발을 앞세워 2루를 거쳐 3루에 도달했지만 마이클 콘포토가 유격수 야수선택에 그치며 득점은 올리지 못했다.
세 번째 타석은 아쉬운 범타였다. 1-0으로 리드한 5회 2사 주자 없는 상황. 다시 알렌을 만나 초구 스트라이크 이후 2구째 낮은 슬라이더를 받아쳐 1루수 땅볼에 그쳤다. 이번에도 빠른 발을 앞세워 베이스 커버에 나선 투수 알렌과 비슷한 타이밍에 1루에 도착했지만 간발의 차이로 아웃 판정을 받았다.
1-0으로 리드한 8회에는 무사 2루에서 야수 실책으로 출루에 성공했다. 베테랑 2루수 케텔 마르테가 이정후의 빠른 발을 의식한 나머지 이를 포구하지 못하는 실책을 범한 것. 현지 중계진도 "마르테가 이정후의 속도에 압박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정후는 웨이드 주니어의 볼넷, 솔러의 유격수 야수선택으로 2루를 거쳐 3루에 도달했다. 이후 대타 윌머 플로레스의 2타점 2루타 때 달아나는 득점을 올렸다.
멀티히트에 성공한 이정후의 시즌 타율은 종전 2할7푼에서 2할8푼2리로 상승했다.
이정후는 수비에서도 한 차례 두각을 드러냈다. 6회 선두 제이크 맥카시의 좌중간으로 향하는 안타성 타구를 끝까지 쫓아가 워닝트랙에서 이를 잡아낸 것. 선발 로건 웹은 호수비를 펼친 이정후를 향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한편 샌프란시스코는 애리조나에 5-0 완승을 거두며 4연전 기선제압과 함께 2연승을 달렸다. 시즌 9승 11패. 2연패에 빠진 애리조나 또한 9승 11패가 됐다.
승리의 주역은 선발 웹이었다. 애리조나 타선을 7이닝 2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 봉쇄하며 시즌 2승(1패)째를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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