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는 올해 지난 2년 간의 부상과 부진을 딛고 다시 부활의 날개를 펴고 있다. 24경기 타율 2할9푼1리(103타수 30안타) 7홈런 21타점 OPS .851의 성적을 남기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올해 제 포지션을 찾은 듯 강백호의 표정도 점점 밝아지고 있다.
강백호는 현재 공식 프로필상에 내야수로 분류되어 있다. 지명타자로 19경기 선발 출장했고 우익수로 1경기 선발로 나섰다. 그리고 나머지 4경기는 포수 마스크를 썼다.
지난달 31일 대전 한화전 1-13으로 뒤진 8회말 투입을 했고 지난 3일 수원 KIA전에서도 경기 후반인 8회에 포수 마스크를 썼다. 2경기 교체로 출장한 뒤인 5일 잠실 LG전부터 강백호는 선발 포수 마스크를 쓰고 등장했다. 지난 19일 사직 롯데전까지 4경기 선발 마스크를 썼다.
사실 강백호는 서울고 시절 포수와 투수를 오갔다. 포수가 완전히 낯선 포지션은 아니다. 그러나 2018년 KT에 입단한 뒤에는 외야수로 전향했다. 이후 1루수로 다시 전향했고 1루와 외야를 오가곤 했지만 수비에서 제 포지션이라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안정적이라고 평가할 만한 수비력은 아니었다. 공격력에 커버가 됐지만 결국 강백호는 어느 한 자리에 정착을 해야 했다. 지명타자 반쪽짜리 선수는 선수 가치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올해 이강철 감독과 강백호는 묘안을 짜냈다. 이강철 감독은 올해 ABS(자동볼판정시스템)의 시행으로 포수의 프레이밍적 가치가 떨어진 것에 착안했다. 비록 아마추어 시절이지만 포수를 아예 안 봤던 것도 아니기에 강백호의 포수 전향을 시도했다. 결국 현재 ‘포수 강백호’는 일시적인 대안이 아닌, 장기적인 하나의 전략으로 나아가고 있다. 주전 장성우에 백업 강백호라는 포수 라인업이 점점 구체화 되어가고 있다.
지난 19일 사직 롯데전에서 2번 포수로 선발 출장해 신인 투수 원상현과 호흡을 맞춘 강백호다. 강백호는 스스로 직접 사인을 내면서 원상현이 위기를 맞이하면서도 경기를 잘 풀어갈 수 있게끔 효과적으로 리드했다. 원상현은 6회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하고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5이닝 8피안타 3볼넷 3탈삼진 1실점의 역투를 펼치고 내려왔다. 또한 반대 투구와 원바운드 투구 등을 척척 잡아냈다.
타석에서도 0-1로 뒤진 4회말 역전 투런포를 터뜨렸다. 아울러 8회말 1사 2루에서 2루 주자 최항이 리드폭이 큰 것을 확인한 뒤 정확한 2루 송구로 견제사까지 이끌어냈다. 팀은 3-4로 패했고 실점 과정에서 미숙한 태그 플레이와 폭투 등 아쉬운 장면도 있었다. 하지만 강백호가 포수로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모두 보여준 경기였다.
상대 덕아웃, 그리고 퇴장 이후 중계방송으로 ‘포수 강백호’를 지켜봤던 포수 출신 명장 김태형 감독은 “프레임과 스타일은 딱 포수다. 약간 아쉬운 부분도 보이지만 포수 훈련을 해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저렇게 해내는 것을 보면 대단하다”라면서 “팀이 좀 어려우면 스트레스도 받고 힘들 것이다. 본인이 스트레스 받으면 이강철 감독도 안 시킬 것이다. 그런데 본인이 괜찮다고 하니까 계속 쓰는 것 아니겠나”라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KT 이강철 감독도 포수 강백호를 지켜보면서 “우리는 지금 희생을 감수하고 멀리 보면서 쓰는 것이다. 지금 한두 개 실수 나온 것도 그러려니 하려고 한다. 아직 경기 경험이 많이 없어서 그런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날 8회 2루 저격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감독은 “6년을 하면서 피치아웃으로 2루 송구로 아웃을 시켜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일기 쓸 뻔 했다”라고 웃으며 “송구가 빠르니까 유격수 (김)상수가 한 번 해보자고 하더라. 그래서 봤는데 다른 포수 못지 않게 송구가 빨랐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가 볼 때는 (강)백호의 자리는 저 자리다. 장비도 가장 잘 어울리지 않나”라고 웃으면서 포수와 블로킹 상황에서도 만족스러운 평가를 내렸다. 그는 “잡는 것도 잘한다. 어제(19일) 못 잡을 공들을 많이 잡아줬다. 반대 투구도 글러브를 잘 대서 잡아냈다”라고 웃었다.
강백호 역시도 포수에 대한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이강철 감독의 주문을 군말없이 이행하고 있는 것. 이 감독은 강백호의 포지션은 포수가 천직이라는 것을 재차 언급했다. ABS 제도가 시행되면서 프레이밍의 가치가 떨어진 것도 감안을 했지만 기본적인 포수 포구 능력에도 높은 점수를 줬다. 포수로서 역량을 경기 때 점검하면서 이강철 감독은 ABS와 관계 없이 포수 강백호에 대한 생각을 점점 굳혀나갔다. “딱딱 잘 잡더라. 잡을 때 상체가 안 움직인다. ABS가 없으면 더 잘 하는 것이다. 상체가 움직이면 심판들도 시선을 움직일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하면서 “대전에서 포수를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웃고 다니더라. 선배들도 다 ‘네는 그 자리가 제일 낫다고 하더라”라면서 포수 강백호의 천재성을 설명했다.
벤치에서도 별다른 터치를 하지 않는다. 스스로 깨달아 가면서 포수의 역량을 점점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이강철 감독의 말에 따르면 현재 강백호가 포수로서 펼치는 볼배합은 대부분 스스로 사인이라는 것. 이 감독은 “벤치에서 나가는 사인은 견제 사인 밖에 없다. 본인이 답답하고 꼬일 때 한 번씩 벤치에서 사인이 나간다”라면서 “본인이 타자를 하면서 못 치는 것을 투수들에게 던져보라고 한다고 하더라. 그러다가 사인이 꼬이거나 경기가 말릴 때 한 번씩 (장)성우에게 물어보더라”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시즌을 치르고 있기에 포수 훈련을 완벽하게 해낼 수 없다. 경기를 뛰어야 하기에 감각적인 부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제 올 시즌이 끝나고 진행될 마무리캠프에서 강백호는 본격적인 포수 수비 훈련을 받게 된다. 강백호도 동의했다.
강백호 스스로 의지를 갖고 있고 또 천부적인 재능을 보여주고 있기에 얼마나 더 성장할지 가늠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강백호는 2025시즌이 끝나며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다. 지금처럼 타격을 하면서 포수를 보는 강백호의 가치는 어마어마하게 높아질 전망. 1차 FA 때 4년 125억, 2차 FA 때 4+2년 152억을 받은 양의지(두산)의 가치만큼 천정부지로 뛸 수 있다. 강백호의 가치가 얼마나 뛰어 오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hrae@osen.co.kr